아, 제목이 좀 무서운데, 캠핑장 영구 폐장은 아닙니다. 그냥 올해 폐장입니다. 그 이유는 뒤에서 적기로 하고... 11월 캠핑으로 다시 용하를 찾아 갔습니다. 원래는 11월 초에 갈 예정이었으나 독감으로 인하여 그 일정을 연기하여 하필 추워질 때 가게 되었습니다. 캠핑 일정이 이렇게 꼬였기에 한참동안 캠핑 관련 글이 없었습니다.T_T
가족 캠핑에 좋은 환경을 지닌 숲 속 캠핑장인 용하 캠핑장, 하지만 가족 캠핑의 시즌은 끝나는 11월에는 어른들의 캠핑 시즌이 됩니다. 찾는 사람도 줄어드는 어느 정도는 적적한 느낌이 감도는 초겨울 캠핑,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국립공원공단 월악산 용하야영장
- 사이트 수: 일반 59 사이트
- 샤워장: 있음(유료. 겨울에는 폐쇄)
- 개수대/화장실 온수: 그런 거 기대하지 말 것.
- 전기: 있음(별도 비용. 준 동계 기준 9A 정도까지 가능)
- 매점: 있음(기본적인 것만 구매 가능)
- 사이트 타입: 모래+흙
- 테이블: 있음(목재)
- 기타: A/B 영지 사이에 작은 냇가 있음.
척 봐도 분위기가 썰렁한데... 사실 저 사진을 찍을 당시가 체크인을 하고 얼마 안 된 시점이기는 하지만, 이후에도 차가 훨씬 많이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낮에도 살짝 영하권에 들어올 정도로 추워져서 중간 취소가 많은게 원인인데, 사실 예약할 당시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여간... 이 날을 마지막으로 용하캠핑장은 폐장합니다. 위에도 적었듯이 영구 폐장은 아니고 그냥 '시즌 아웃'입니다. 국립공원공단 산하 캠핑장은 11월 중순부터는 절반 이상이 폐장하는데, 동계 캠핑을 즐기는 인구도 팍 줄어드는데다 시설 관리 난이도는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에는 다른 때 하지 못했던 시설 보수를 하는데, 이 때 영지도 정리하고 도로도 포장하고 화장실도 고치고 그렇게 합니다. 용하 캠핑장도 시설 보수를 예정하고 있는데, 고치는게 화장실(정화조)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나무 테이블 보수를 더 시급히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확실히 가을에 비해 빈 영지가 많이 보이는데,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는 동계 또는 준 동계 캠핑은 필요한 장비도 늘어나는데다, 환절기 감기에 취약한 어린이들의 건강에도 그리 좋지는 않으니 가족 캠퍼는 확실히 줄어들고 장비를 갖춘 어른들의 캠핑 시즌이 됩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는 좀 조용한 캠핑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어린이 동반 캠퍼가 없는건 아니며, 정작 밤까지 비행기가 날아 다니는 바람에 절대 조용한 캠핑이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만.
사실 용하 캠핑장은 화장실이나 개수대 시설은 나쁘지 않고, 영지의 정리 상태도 맨땅을 기준으로 하면 꽤 좋은 편이지만 대신 테이블이나 전기쪽은 좀 옛날 시설을 유지합니다. 1구만 제공하고 있어서 텐트 안팎에서 전기를 쓰려면 케이블/멀티탭이 두 종류는 있어야 합니다.
이 캠핑장의 장점인 A/B 영지 사이의 작은 냇가는 갈수기라서 유량도 확실히 줄었고, 여기에서 노는 어린이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추울 때 물놀이하는 용자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욱 적적한 느낌이 듭니다.T_T
개수대의 수도꼭지에 물이 흐르는데, 사실 이는 일부러 그런 것입니다. 바로 '동파 위험' 때문인데, 캠핑장을 폐장하는 이유도 사실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실내 개수대가 있기는 하지만 그거 하나만 믿기엔 이 캠핑장은 꽤 넓습니다.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동파가 일어나지 않도록 물을 살짝 틀어 놓은 것입니다.
낮 기온이 영하 수준까지 내려가는 상황에서 덜덜 떨며 후딱 텐트를 설치하고...
세팅만 해놓고 후딱 사고서 1년동안 개시도 못한 난로에 불을 넣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Dog나 Cow나 쓴다는 만국의 캠핑기어 브랜드, Naturehike 스토브입니다. 정확히는 제대로 된 스토브는 아니고 버너에다 그냥 깡통 하나 올린 것이지만, 일단 이론만 따지면 만국의 석유 스토브, 알파카 TS-77A의 2/3 수준의 열량이 나오는 물건입니다. 어차피 이걸로 주 난방을 대체하는 무모한 생각은 안 하고 그냥 덜 춥게만 살자... 이 생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부탄 3-in-1 어댑터까지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래봐야 풀 파워 상태에서는 이론적으로도 5시간 남짓 버티는 정도입니다만.
하지만... 생각보다 좋은 선택은 아니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불완전연소가 심하다는 것입니다. 원래 가스건 석유건 너무 많이 연소를 시켜도, 너무 덜 시켜도 불완전연소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이 스토브는 그 최적의 위치를 찾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일단 레버가 너무 뻑뻑해서 조작이 어려운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환기를 자주 해야 하는데 또 이러면 따뜻하지 않죠. 가격은 저렴하고 이론적인 잠재 능력은 좋지만 이 친구를 제대로 쓰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이렇게 캠핑장의 마지막 밤은 흘러갑니다. 드문드문 있는 텐트에서는 가는 불빛이 돌지만 여름이나 가을철의 화려함은 없는, 이제는 겨울이 왔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화장실을 가기도 싫게 춥습니다.T_T
진짜 추울 때는 사실 고기보다는 뭔가 끓이는 것이 더 끌리는 법이죠. 그래서 끓였습니다. 야채와 고기를 말입니다. 두 사람이 열심히 야채와 버섯, 그리고 쇠고기 두 팩을 작살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끝을 알리는(?) 아침이 밝아 오는데...
산은 중간중간 헐벗기 시작하고, 드문드문 눈에 띄는 텐트가 이 캠핑장의 마지막 날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행히 새벽부터 급격히 날씨가 따뜻해져 저녁 기준으로 맞춰 놓은 전기장판이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저녁에는 살짝 추울 정도였는데 말입니다.
아침은 가볍게 볶음밥으로 마무리를 하고, 열심히 자리를 정리한 뒤 캠핑장을 뒤로 했습니다. 좋은 숲 캠핑장이여... 이제 내년에 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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