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작하는 신 시리즈, 바로 '공익광고'입니다. 대한뉴스가 1950~1990년대의 정부의 시책이나 사회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면, 공익광고는 1980년대 이후 정부가 관심을 갖는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주는 자료입니다. 말 그대로 기록 영상인 대한뉴스와 달리 공익광고는 실제 광고인 만큼 짧고 강렬하게 만들어지고, 특히 과거의 공익광고는 무섭기도 무서웠죠. 하지만 나름 잘 만든 공익광고도 있어서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으면서도 나름 눈을 즐겁게도 해줍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과거의 공익광고협의회 제작 공익광고를 통해 도대체 그 광고를 통해 나라가 국민에게 뭘 바랬는지, 그 광고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는 공익광고의 시작, 그리고 지금도 나름 유명한 광고입니다.
공익광고협의회가 아직 방송광고향상협의회로 불리던 그 때, 이 광고는 지금도 나름대로 회자되는 명품 광고로 불리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에너지를 아끼라는 캠페인에 불과하여 불쾌한 내용도 아니죠. 그러면서도 에너지 절약 전용 애니메이션 등 나름 신경을 써서 만들었습니다.
보통 이 광고도 몇 가지 버전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전자의 버전이 익숙할 것입니다. 저도 분명히 저 광고를 실시간으로 봤을 터인데 전자는 기억에 남아 있지만 후자는 듣보잡이었거든요.
이 광고에서도 당시 시대상을 몇 가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가로등 제어도 일괄적으로 하지만 당시 가로등(보안등)은 사람이 수동으로 켜고 껐어야 했습니다. 보안등 스위치를 끄는 아이는 실제로 존재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같은 전자동 세탁기가 아닌 세탁과 탈수가 분리된 2조식 세탁기, 흰색 소형 냉장고 등 1980년대의 상징이 몇 가지 보입니다. 물론 그 당시에 끓는 것을 냉장고에 쳐 넣는 정신나간(?) 주부는 없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부의 뻥카가 하나 나옵니다. 바로 원유 수입액입니다. 당시로서는 70억$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이 자체는 거짓말은 아닙니다. 다만 저렇게만 쓰면 저 70억$를 국내에서 다 태워서 없앤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석유를 가공하여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은 통계에서 싹 뺐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한뉴스도 그렇지만 공익광고에서 연간 원유 수입액을 말할 때는 절대 순수하게 국내에서 소비된(가정용, 발전용, 자동차용, 석유화학산업 이외의 산업용 등) 석유 금액만 말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1970년대부터 중화학산업 육성을 통해 비료같은 기본적인 석유화학제품을 자급하는 것을 넘어 수출하기 시작했고, 이 광고가 나온 1981년에는 아예 석유정제제품, 즉 휘발유나 경유, 나프타같은 것을 직접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도 이 석유정제제품 수출에 있어서는 나름 큰 역할을 차지합니다. 이렇게 실제로 들어온 석유가 고부가가치 상품이 되어 나간 것을 통계에서 싹 빼서 '국민이 에너지 낭비를 한다'는 착시효과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다시 잠시 대한뉴스 하나를 보겠습니다. 사실 이 뉴스는 나중에 한 번 별도로 소개할 생각이긴 한데, 여기에 보면 1980년 통계지만 산업용으로 70% 이상을 소비하고 민간용(난방유, 자동차 연료)는 20%대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그 산업용에는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 것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알리지 않고 기름 수입으로 정부 예산의 2/3를 쓴다고 협박(?)을 한 것입니다. 요즘은 누칼협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만, 진짜 저 당시에는 누가 칼 들고 협박한게 맞는 것입니다.
이 광고는 공익광고에서도 손꼽히는 잘 만든 광고이며, 내용 역시 문제는 없지만 여기에도 대한뉴스 못지 않은 정부의 뻥카가 숨어 있고 이걸로 국민들, 정확히는 개인의 민간 소비에 대해서만 억누르려는 목적을 품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산업용은 모르쇠로 하고, 훨씬 소수인 개인의 소비만 억누르려고 하는 에너지 절약 정책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나쁜 습관이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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