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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는 대한뉴스(32) - 대한민국 캠핑의 역사

dolf 2024. 7. 18. 17:56

구라청의 날씨 예보가 맞을거라 조금이라도 기대를 하셨다면 그 기대를 무참하게 배신하는 요즘입니다. 이번주 내내 비가 온다고 구라를 쳤지만 일단 이번 주 초반은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드죠. 덕분에 찌고 덥습니다.T_T 일단 업데이트된 구라청 예보 상황을 보면 이번 주말을 지나면 대충 장마 국면도 끝날 듯 합니다. 예. 본격적인 여름 휴가 국면으로의 진입이 되겠죠. 안 그래도 이미 7월 중순.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 해도 여름 휴가는 여름 휴가라서 다들 뭔가 계획은 잡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휴가를 해외나 호텔에서 우아하게 보낸다는 분도 적지 않겠지만, 전통적인 여름 휴가는 뭐니뭐니해도 '산으로 바다로'가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이럴 때는 캠핑이 인기죠. 실제로 캠핑장들은 국공립과 사설 할 것 없이 이미 예약이 꽉꽉 차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캠핑이 어떻게 자리 잡았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대한뉴스에서 볼 수 있는 단편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캠핑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 간단히 보는 캠핑의 역사

 

일단 우리나라 캠핑을 말하기 전에 잠시... 현대적인 캠핑의 개념은 산업혁명기 미국과 영국에서 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도 '야영'이라는 개념은 이 땅에도, 유럽에도, 버팔로가 뛰어다니는 아메리카 대륙에도 있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여행'의 일부분으로 하는 것이었지 그 자체를 '취미'로 즐기던 것은 아닙니다. 산업혁명으로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서 쉬고 싶다는 욕구가 나온 것이죠. 그래봐야 당시로서는 주변 숲 산책이나 강가에서 보트 타기같은 것에 가까웠습니다만.

 

그러다 영국의 토마스 홀딩이라는 사람이 지금은 '브롬핑'으로 부르는 자전거 여행 기반의 캠핑을 시작하며 현대 캠핑의 문을 엽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호인들이 단체를 만들어 세계 최초의 캠핑 협회가 생긴게 1901년입니다. 미국에서도 19세기부터 지금의 캠핑과 비슷한 것이 태동하지만, 본격적으로 퍼진 것은 자동차의 보급과 관련이 있습니다. 무질서한 전통적인 캠핑, 아니 야영은 이미 그 동네에 사는 사람에게는 부랑자가 들어온 것과 같은 싸늘한 시선을 받았고 충돌을 빚기도 했기에 이러한 상황을 눈여겨 보던 포드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들과 부동산 투자가들이 캠핑장을 짓고 주변 개발을 하면서 캠핑장이 늘고 캠핑이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전 세계적인 캠핑의 보급은 '스카우트' 활동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스카우트 활동의 상당수는 이 캠핑과 관련이 있습니다. 괜히 스카우트 최대의 행사인 잼버리가 캠핑으로 시작해 캠핑으로 끝나는게 아닙니다. 한반도에서 현대 캠핑은 스카우트의 보급과 함께 들어왔는데, 그게 일제시대인 1920년대의 조선소년군부터 시작하니 꽤 오래된 것입니다. 하지만 탄압 한가득인 일제 시대에 캠핑을 할 수 있는 조선인들은 한 줌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광복을 맞이했지만 혼란은 이어지고 6.25까지 터지면서 여가로서 야영은 배부른 소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캠핑의 역사는 독자적인 형태로 성장한 것이 아닌 '등산'과 '낚시'의 곁다리로 발전하게 됩니다. 동네 뒷산이야 반나절이면 갔다 오지만 1,000m가 넘는 산은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는 것을 당일에 하려면 꽤나 하드코어한 일정이 됩니다. 또한 낚시는 밤낚시도 많으니 잠시 눈을 붙이고 뭐가 해먹을 것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주로 남성들에게)허용된 얼마 안 되는 여가인 이 두 가지에 덤으로 붙는 식으로 캠핑 시장에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대한민국 캠핑 기어의 1세대인 코오롱스포츠 런칭이 1974년이니 대충 이 시기부터 낚시와 등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보시면 됩니다. 등산은 그 특성상 주변에서 인물 감시도 어려우니 반정부 회합(?)에도 애용되었는데, YS의 민주산악회가 대표적입니다.

 

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위에서 미국에서 캠핑이 퍼진 것에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역할이 컸다고 적은 바 있는데, 대한민국의 오토캠핑 역시 그랬습니다. 1970년대에는 자동차 자체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에 가까웠으니 캠핑이 비즈니스로 성립하기는 어려웠지만, 1980년대 중반쯤 되면 국민들의 인식 역시 조금 더 여가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바뀐데다 자동차 역시 중산층이라면 소형차 정도는 살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걸 노린 기아자동차(당시 기아산업)에서 주문진에 한시적으로 여름 오토캠핑장을 1986년에 개장했는데, 이걸 대한민국 오토캠핑의 효시로 봅니다.

 

■ 대한뉴스 속 캠핑 이야기

 

대한민국도 이제는 나름 선진국이라고 캠핑 한 번 가면 천만원 단위의 장비가 가볍게 움직인다고 할 정도로 부티나는 캠핑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버너 하나에 40만원, 1인용 텐트 하나에 100만원을 찍는다는 MSR부터 거실형 텐트에 200~300만원은 찍어주는 일본 Snow Peak도 이제 캠핑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이 블로그의 캠핑 카테고리 제목이기도 한 모 만화 덕분에 국내에서 더욱 유명해진(사실 이전부터 그런대로 유명했습니다.) 10만원짜리 일본 SOTO의 가스 버너나 미국 Coleman 제품은 이제 캠퍼들 사이에서도 엔트리급(?)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캠핑 장비(캠핑 기어라 합니다.)를 만드는 회사가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버너로 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텐트부터 액세서리까지 전부 다루는 코베아같은 브랜드도 있고, 의자 하나로 전 세계에 우뚝 선 헬리녹스같은 기업은 이제 나름 세계적인 브랜드입니다. 아, 대한민국 캠핑 기어의 전통의 강자, 코오롱스포츠를 빼놓으면 안되겠군요. 지금은 그냥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에 더 가깝습니다만. 자체 개발은 아니라 중국 OEM으로 자체 브랜드로 파는 곳들까지 하면 대한민국도 나름 여러 브랜드가 있기는 합니다. 코로나-19로 캠핑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기는 했지만 이게 아니더라도 21세기 내내 캠핑 시장은 계속 성장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면 대한뉴스 속에서 캠핑 이야기를 한 번 해보죠. 먼저 텐트부터. 위에서 대한민국 캠핑 기어의 원조, 코오롱스포츠가 이미 1970년대 중반에 출범했다고 적은 바 있는데, 위 대한뉴스처럼 1970년대에도 나름 국내에서 텐트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지금처럼 오토텐트가 없던 시절이라 깡수동 텐트에 주로 수출용으로 만들었지만 저 시절에도 나름 캠핑이라는 개념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 주류인 텐트와 왠지 생김새가 좀 달라 보일텐데, 요즘 텐트의 주류 형태인 '자립식 텐트'가 아닌 '비자립식 텐트'이기 때문입니다. 폴을 텐트에 통과시켜 그 자체로 땅에 형태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설 수 있는 텐트를 자립식 텐트라고 하는데, 사실 이것도 폴이 휘어도 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나름 소재 기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 당시에는 그 보다는 만들기 쉬운 형태인 비자립식이 많았는데, 비자립식은 타프 비슷하게 폴에 텐트 본체를 걸어 세우고 이걸 다시 로프와 팩으로 땅에 고정시켜 모양을 잡습니다. 폴의 수도, 형태도 간단하여 저 당시는 저 형태가 주류였고, 지금도 등산용(알파인) 텐트는 저 형태로 나오는 경우가 그런대로 있습니다.

 

 

 

 

이건 1988년 여름 휴가 이야기입니다. 위에서 1986년에 국내 최초의 오토캠핑장이 등장했다고 했는데, 이후에도 이런 자동차 제조사들의 여름 캠핑장 운영은 계속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오토캠핑장이 넘쳐나니 이럴 필요는 없습니다만. 물론 영상에서 나온 바와 같이 텐트와 타프(캐노피)는 있어도 의자나 테이블까지 갖춘 경우는 별로 없어서 저렇게 돗자리를 깔고 그냥 앉아서 괴기를 구워 먹는게 보통이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폼나게 먹을 필요가 있는지요? 밖에서 먹는 괴기는 집에서 먹는 괴기보다 3배는 맛있습니다.^^

 

 

그렇지만 캠핑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같지 않던 시절, 그 때는 지금 기준으로는 엽기적인 캠핑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계곡에서 그냥 솥을 걸고 밥을 짓고 고기를 구웠습니다. 당연히 쓰레기는 가져가는 것도 없었습니다. 이러니 계곡이 오염되는 것은 기본에 간혹 산불이 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1990년 11월자로 국립공원 전체(허용 구역 제외)에 취사 금지 및 화기 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지며 사실상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는 캠핑의 핵심인 취사를 할 수 없는 형태가 갖춰지게 됩니다. 이것이 단순히 캠핑 문화만 바꾼 것이 아닌 흡연 문화에도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아예 국립공원 안에서는 캠핑장이 아닌 이상 불을 피울 수 없게 된 이상 캠핑 문화가 바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 정책은 한 세대가 지났지만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대한뉴스가 나오던 시기까지는 캠핑은 휴가 시즌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등산과 낚시에 종속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후 자동차 보급이 더 늘면서 본격적으로 캠핑이 독자적인 취미로 나오기 시작하여, 21세기에 들어서면 등산 및 낚시와는 사실상 완전히 분리된 취미 활동이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캠핑의 불편을 고의로 싹 제거한 글램핑같은 것도 나와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서 캠핑도 변화하는 법이며 천만원 단위의 장비가 이동하는 것이 일상화된 과대 캠핑에 대한 반발로 미니멀 캠핑이 다시 나오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몇 년 뒤 캠핑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이 블로그의 몇 년 뒤에 그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추신: 왜 수요일 포스팅이 아닌 목요일 포스팅이 되었는가 하면... 집안에 조금 불행이 닥쳤기 때문입니다. 넓게 이해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