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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는 대한뉴스(33) - 증권시장의 흑역사, 증권파동 이야기

dolf 2024. 8. 7. 12:33

 

이번 한 주는 주식 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악몽같은 한 주가 되고 있습니다. 이란-이스라엘 전면전 우려에 미국의 경기 악화 우려가 겹쳐 미국 주가가 박살이 나고, 이 영향을 받아 전 세계 주식 시장이 박살이 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예 서킷 브레이커가 떨어졌죠. 그런데 웃기게 다음날은 폭등해서 사이드카 발동이 걸렸습니다. 현재의 주식 시장이 각 기업의 기업 가치를 반영하여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아닌 그냥 심리 상태에 따라서 춤을 추는 투기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지만 하여간...

 

주식이 개판난 김에 이번 대한뉴스는 이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대한뉴스에서 주식 관련 이야기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는데, 특히 박정희 시절에는 이 주식 시장을 크게 띄울 생각을 하지 않아서 더욱 관련된 뉴스가 적습니다. 뭐 당시 국민들이 주식 거래로 돈을 버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로 나라 내부의 자본 시장이 크지도 않았고, 실제 서민 레벨에서 주식 투자에 대해 관심을 본격적으로 갖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 포항제철(현 포스코)와 한국전력의 국민주 청약부터라 할 수 있으니 저 시기에는 이르죠.

 

그렇지만 여기에는 상당히 더러운 이야기가 있으니...


 

 

일단 뉴스 자체는 현재의 한국거래소(KRX)의 전신인 한국증권거래소 설립에 대한 내용입니다. 짤막한 대한뉴스에는 한국증권거래소가 생기면서 주식 거래가 더 공신력을 갖췄다고 나오는데... 사실 저 한국증권거래소가 생기게 된 이유는 썬글라스 박 때문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더러운 이야기입니다.

 

썬글라스 박이 5.16 쿠데타를 일으키고 국가재건최고회의라는 정부 위의 정부를 만들어 지배하던 시기. 썬글라스 박이 그냥 나라를 바로 세우고 군인의 본분으로 돌아갈 인물이었는지요? 절대 아니라는 것은 당시 사람들도, 지금 사람들도 다 아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쿠데타로 순식간에 나라의 정권을 잡았다 한들 썬글라스 박 개인이 쿠데타 전에 돈이 썩어나던 인물도 아니고, 나라를 자기 마음대로 쥐락 펴락 주무르려면 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군사정부의 유지가 아닌 형식적인 민정 이양을 약속했던 이상 자기가 정권을 잡으려면 일단 형식적이나마 정치 조직을 꾸려야 했습니다. 예. 썬글라스 박은 당장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정당 하나를 만드는 것은 지금도 돈이 많이 드는데, 그것도 순식간에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급의 전국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지요. 기업인에게 돈을 뜯어 낸다? 사실 그건 개인 축재로는 나쁘지 않지만 들어가는 돈의 레벨이 다를 때는 이런 조용한 방법으로는 어렵습니다. 결국 썬글라스 박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나라의 경제를 좀먹어 돈을 만드는 치트(?)를 발휘하는데, 그것이 일명 '4대 의혹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크게 새나라자동차 사건, 회전당구기 사건, 워커힐 사건, 증권파동의 네 가지 사건인데 오늘의 핵심은 증권파동이라 나머지는 간단히 설명합니다. 새나라자동차 사건은 닛산 자동차를 수입해 조립해 파는 새나라자동차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썬글라스 박 정권이 뒷돈을 받아먹은 행위, 회전당구기(빠찡코) 사건은 빠찡코 기계의 밀수를 뒷돈을 받고 눈감아줬다 도박이 사회 문제가 되자 입을 닦은 것, 워커힐 사건은 UN군 휴양소 목적으로 워커힐 호텔을 짓는 과정에서 땅을 강탈하고 군인을 동원해 공사를 하며 비용을 절감해 건설 예산을 착복한 것입니다. 다만 세 가지 모두 사회에 끼친 악영향으로 치면 증권파동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증권파동에 대해 한 줄로 설명하면 '정권이 주가 조작을 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정권이 민간인 협력자를 통해 주가 조작을 한 것인데, 쿠데타가 벌어지던 당시 대한민국의 경제 사정은 영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전후 복구가 이뤄지면서 민간 자본이 쌓이기 시작하고 이에 맞춰 주식 시장도 나름 판이 커지게 됩니다. 나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니 기업 실적도 쑥쑥 올라가는 만큼 배당도 잘 나오니 다들 주식을 사고 싶어 했지만 공급이 적어서 주가는 계속 오르기만 했습니다. 이 시장을 썬글라스 박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4대 의혹 사건의 상당수에 관여한 중앙정보부가 이번에도 지휘를 맡았습니다. 당시 명동(이 당시 금융가)의 투기꾼으로 악명이 높은 윤응상이라는 사람과 결탁하여 정부의 입김이 닿는 곳들(농협 등)이 보유한 주식을 윤응상에게 헐값에 넘기게 협박하여 군자금을 마련하고, 이 돈으로 증권사 3개를 세워 당시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던 주식의 70% 이상을 독식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더군다나 당시 썬글라스 박은 이 증권거래소를 민영화하여 그 주식 대부분을 윤응상 세력이 갖게 만듭니다.

 

주식 시장에 불을 붙이기 위해 썬글라스 박은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맞춰 주식 시장을 활성화 하겠다는 립서비스까지 하면서 이렇게 민영화한 대한증권거래소 주식은 마구잡이로 뻥튀기되어 민간에 팔려 윤응상 및 썬글라스 박 정권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는데...

 

하지만 거품은 언젠가 터지는 법입니다. 1961년 말에 본격적인 주가 조작을 하기 시작하며 있는대로 폭등하던 주식 시장은 62년 4월이 되자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주식 시장에 불을 때고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시장의 의문을 사게 됩니다. 이 때 대한증권거래소 증자를 시도했는데 그 증자 청약이 미지근했습니다. 더군다나 너무 올랐으면 수익 실현을 하려는 것이 사람의 심리. 빨리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만지겠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주가는 폭락을 시작합니다. 주가 조작 세력들은 주식을 매입하면서 부양에 나섰지만 투매를 막기에는 실탄이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중앙정보부는 은행들을 협박해 저 세 증권사에 금융지원도 했지만 그걸로도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주식은 폭락하는데 주식을 팔지 못한 투자자들이 60년대판 한강정모를 해야 하는 지경에 놓였습니다.

 

민간의 손을 빌어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이자 결국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직접 나서서 당시 통화량의 15% 이상의 돈을 찍어 민간에 공급하고 나서야 사태 해결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기준으로 120조원에 해당하는 저렇게 많은 돈을 찍었는데 인플레이션이 안 일어나겠는지요? 당연히 경제가 깽판이 났습니다.

 

일단 상황이 이렇게 되었기에 형식적으로나마 주가 조작 세력들을 처벌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당시는 막 나가는 군사정권 시절. 그냥 무죄로 종결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서 나온 돈은... 뭐 중앙정보부를 통해 썬글라스 박으로 넘어갔고 그 돈은 나머지 4대 의혹 사건의 자금과 함께 공화당 창당 자금으로 쓰였습니다.

 

사실 이렇게 적으면 그냥 정권과 민간인이 결탁한 주가 조작 사건에 불과하지만, 이 사건은 여러모로 1960년대 대한민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먼저 주식 시장을 활성화 한다던 썬글라스 박은 이 사건이 드러나자 입을 싹 닫고 주식 시장을 암적 존재로 낙인찍는 데 바빴고, 그 결과 10년 정도 주식 시장이 정체 상태에 놓였습니다. 문제는 주식 시장의 원래 목적은 기업의 자금을 주식을 발행하여 증자로 마련하는 것이지만 그게 완전히 마비되어 기업의 자금 마련이 어렵게 된 것입니다. 기업들은 결국 사채 시장에서 운영 자금을 끌어 써야 했고, 막대한 이자를 못 버티고 나가 떨어지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이 상황에 놓이니 민간 자금을 어떻게든 끌어다 써서 기업에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6월에 화폐개혁을 추진했지만 그렇게나 대한뉴스에서 떠들어댄 퇴장자금은 있지도 않았고, 오히려 정부가 국민의 돈을 털어서 기업에 퍼주려 한다는 의혹만 사실로 드러나게 하면서 제대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 화폐개혁 실패는 1960년대 썬글라스 박 경제 정책에 상당한 악영향을 줍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이미 다룬 바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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