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기본적으로는 '결과 우선 주의'입니다. 사실 이건 당연한 것이 '결과가 좋지 못한 것 =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그 손해가 참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라면 과정을 따져서 과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면 그냥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그 손해가 막심하면 이 조차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 한들 그 목적이 불순하고 과정이 불순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오는 일은 웬만하면 쉽게 나오지 않는 만큼 그 동기와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나름 중요한 일입니다. 정말 우연치 않게 결과가 좋게 나왔다 한들 그 과정에는 불순한 목적 없이 순수하게 이 일을 성공시키려 죽어라 노력했던 사람들의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포함됩니다. 대한뉴스에 나오는 정부가 치는 대국민 사기가 한두개가 아니겠지만, 국민의 주머니 사정에도 악영향을 미친 대국민 사기의 No.1은 바로 '평화의댐'이 아닐까 합니다.
평화의댐. 사실 지금은 멀어서 가기 힘들지만 나름 관광지화 된 곳이기도 합니다. 평화의댐으로 가는 460번 지방도가 와인딩 코스로 유명하고(옆에 탄 사람은 멀미에 시달립니다만.^^), 일단 닥치고 커다랗기만 한 댐도 그 황량한 정취(?)가 나름 있습니다. 하지만 고작 이거 하나를 위해서 댐을 만든건 아니죠. 이 대국민 사기극의 시작은 바로 '금강산댐'입니다.
금강산댐, 북한 공식 명칭으로는 임남댐은 북한이 북한강 상류에 만든 댐입니다. 1986년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실제 완공은 2003년에 끝났습니다. 그 자체로는 발전용 댐은 아니지만 옆에 수로 터널을 뚫어 유역변경식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두 나라(북한을 나라로 볼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만)가 한 수계를 공유할 때는 댐 관련으로 여러 트러블이 생기는건 피할 수 없습니다만, 사실 이 문제였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입니다. 진짜 문제는...
예. 대가리만 번쩍이는 살인마 전대머리가 이걸 '북괴의 수공 작전'이라고 떠든 것입니다. 아이고 무섭습니다. 이 사기를 칠 때 제가 국딩이었습니다만, 학교 복도마다 저 침수 현황을 패널로 만들어 붙여 놓았는데 긴가민가하는 생각도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 국딩 눈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구가 심했습니다. 그리고 저거 발표한 이후에는 TV만 틀면, 신문만 펼치면 그 넘의 금강산댐 이야기만 가득했습니다. '200억톤의 물이 몰려 온다'고 하는데 당시는 그 숫자를 그냥 세뇌하듯이 반복했습니다.
사실 저게 말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저 금강산댐과 서울 사이에 댐이 몇 개나 있기 때문입니다. 파로호의 화천댐에서 조금 커버를 해줄 것이며 이후 춘천댐이 있는 춘천호가 2차 방어선을 구축합니다. 이걸로도 안 되면 춘천 남쪽의 의암댐, 놀러가기 좋은 청평에 있는 청평댐이 막고 최종 방어선 팔당댐이 있습니다. 이걸 다 뚫어야 서울에 금강산댐 수공이 도달하는데... 이거 나중에 조사 결과 나온 것입니다만, 주변 유역이 좀 홍수로 물에 잠기는 피해는 입고 서울도 고수부지(한강공원)이나 그 근처는 좀 침수 피해는 입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봐야 그냥 여름에 태풍 오고 장마 와서 폭우 내린 수준 밖에 안 됩니다. 더군다나 수량도 적은 북한강 상류에 저 정도의 대형댐을 만들어 물을 저장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정상적인 규모는 잘해야 소양강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200억톤의 근처에도 못 갔습니다.
하여간... 대머리 정권은 이 금강산댐을 농업용도, 발전용도 아닌 그저 대한민국 공격용으로 쓸 물건이라고 전 국민에게 겁을 줬으며, 사실 그게 먹혔습니다. 사실 1980년대 초중반은 김정일이 후계 권력을 쥐겠다고 여러모로 깽판을 치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방해하겠다고 난리를 치던 시절인데, 얼마 안 되는 우호국인 미얀마(버마)에서 폭탄 테러를 해대지 않나, 아시안게임을 방해하겠다고 외국의 테러 조직과 공모하여 김포공항에 폭탄 테러를 벌이지 않나, 그 다음해에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시키지 않나... 정말 미쳐 돌아가긴 했습니다. 그러니 저 미친 것들이 그냥 댐을 잘 이용하는게 아닌 단순 수공용으로 쓰겠다고 해도 '그럴 수 있겠다' 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 돈, 나랏돈으로만 지어도 세금 낭비라고 욕을 먹을 것인데 국민에게 직접 삥을 뜯었습니다. 1차 건설비 가운데 거의 40%를 국민에게 성금 명목으로 걷었습니다. 국딩의 코 묻은 군것질 용돈도 뜯고, 재벌 회장 돈도 뜯고, 교도소 죄수에게도 뜯었습니다. 그 돈이 과연 순수하게 이 건설 비용으로 다 쓰였을까요? 아마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전대머리 무한 29만원의 일부로 들어 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화의댐, 정확히는 이걸 만들자 한 전대머리가 욕을 먹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이렇게 국민을 속여 국민의 주머니 속의 돈을 뜯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걸 방어하겠다고 만든 것이 바로 평화의댐이며, 한참 대한민국의 정국이 살얼음판을 걷던 1987년 2월에 공사를 시작해 물태우 집권 시절인 1989년에 1차 공사를 마무리합니다. 일단 물태우도 전대머리가 저지른 일에 일부 책임은 있는 만큼 이 집권 시기에는 철저히 입을 닫았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도 속으면서도 '뭔가 찝찝하다'는 생각을 다들 한 이상 신군부의 시절이 끝나자 평화의댐도 그 건설 과정에 물음표가 붙기 시작합니다. 인천 전화번호 국번을 지닌 대통령을 가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평화의댐도 현미경 위에 놓입니다. 신군부 시절을 탈탈 턴 032 정권은 평화의댐 건설, 그리고 금강산댐 수공 위협이 국가안전기획부, 즉 전대머리의 딸랑이로 불리는 장세동의 주관하게 철저히 과장되고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당시 금강산댐은 건설중이라 그 규모가 정확하지 않았는데, 그 당시 예측으로도 50억톤 조금 넘는 수준으로 예상되어 피해 수준이 크지 않다고 봤습니다.
왜 금강산댐 구라를 쳤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던 대학생과 재야 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재료로 썼다고 보는 것이 현재의 정설입니다. 실제로 저 발표 당시에는 10.28 건대 항쟁으로 불리는 대규모 점거 시위가 한창이었는데, 금강산댐 수공 위협을 발표한 그 다음날에 기습적으로 폭력적인 방법으로 이 시위를 진압합니다.
이렇게 평화의댐은 전대머리의 신군부 세력들의 뻘짓으로 결국 낙인을 찍히고, 발전용으로도 못 쓰고 농업이나 공업용수 공급용으로도 못 쓰는 멍청이 댐이었기에 두고두고 욕을 먹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미 만든 거, 철거하는 것도 어려우니 어떻게든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지요? 결국 평화의댐은 죽지 않고 살아납니다.
금강산댐이 수공 전용 댐은 아니라 할 수 있지만, 북한이라는 동네는 이성적이지 않다보니 그냥 상황이 불리하면 인민의 목숨까지 빼앗는걸 서슴치 않는 곳이라 폭우가 내리면 기습적으로 금강산댐 수문을 열어 수해를 입을 수도 있고, 정말 폭우가 내리면 이거라도 있는 것이 낫다보니 써먹기로 결정합니다. 무엇보다 금강산댐이 워낙 날림으로 지은 물건이라 북한이 원치 않아도 붕괴될 가능성도 있어서 전대머리와 정 반대 성향인 선생님 정권에 들어서 오히려 이 댐을 더 업그레이드할 계획을 세웁니다.
사실 이건 전대머리가 세운 계획이 원조인데, 원래 1단계로 만들고 나중에 업그레이드 계획이 있었지만 그 뻘짓이 드러나면서 몇 년 동안 평화의댐이 볼드모트가 되어 손을 못 댄 것이었습니다. 평화의댐도 좀 날림으로 만든 것이 있어 나름 보수도 하는 겸 해서 높이도 금강산댐급으로 확 높여 대한민국의 모든 수증기가 다 비로 변하는 상황에서도 몸빵을 할 수 있는 레벨로 격상시켰습니다. 정확히는 그 상황에 금강산댐이 무너져도 일차로 몸빵이 가능한 레벨입니다.
결과적으로 평화의댐은 정말 북한강 수계에 답 없는 폭우가 내렸을 때 몸빵하는 댐으로서 역할을 얻었고, 이 역할에 나름 충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결과가 좋다고 전대머리와 장세동이 합작해 국민을 협박하고 삥뜯고 그 뒤로 대학생들을 두들겨 팬 그 자체의 정당성을 갖지는 못합니다. 이걸 그나마 써먹을 용도를 찾은 032와 선생님 이하 이후 정권들의 노력이 지금의 평화의댐을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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