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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 Cu(?)에 가서 칼국수를 먹다(잉꼬칼국수)

dolf 2024. 8. 16. 16:12

어제는 광복절입니다. 하지만 덥습니다. 하루짜리 휴일은 어디 멀리 가기도 여러모로 부담스러우니 집에 콕 박혀 있는게 최선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근교 정도는 나갈만 하죠. 먼저 아침 일찍 몇 달 뒤 공개할 어딘가로 갔다 온 뒤 10시 전후로 집에 돌아와 낮잠을 쿨쿨 자다 점저(?)를 겸해 버스를 타러 길을 나섰습니다. 예. 편의점 CU가 아닌 원소명 Cu를 이름으로 쓰는 서울의 모 위성도시로 말입니다. 집에서 5분만 걸으면 여기 가는 버스는 발에 채일 정도로 옵니다. 휴일에는 운행 간격이 긴게 문제입니다만.

 

뜨거운 도시를 버스에서 내려서 열심히 걸어서 무엇을 먹으러 갔냐 하면...

 

이걸 먹으러 갔습니다.

 

Cu도 그 자체만으로도 20만명 가까운 도시지만 산과 농지를 더해도 서울 자치구 하나 사이즈 정도에 불과하다보니 시가지 자체는 아예 따로 노는 갈매를 제외하면 정말 작습니다. 이 지역만의 먹거리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닌데, 나름 시장 옆에 있는 곱창거리를 밀고는 있지만 사실 서울에서 이거 먹으러 올 정도는 아닙니다. 옆의 남양주 정도면 몰라도요.

 

하지만 이 칼국수는 최소한 버스로 얼마 안 걸리는 광진구나 중랑구쪽에서는 먹으러 올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 정도로 유명한 집입니다. Cu에 살 때는 자주 갔지만 지금은 약간 거리가 멀어서 1년에 몇 번 가는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저 블록 서쪽에 조그맣게 영업을 했지만, 3~4년 전에 이 위치로 번쩍번쩍하게 지어서 이사를 왔습니다.

 

 

사실 비주얼만 보면 엄청나게 폼나는 칼국수는 아닙니다. 기계로 뽑은 칼국수가 아니라 정말 집에서 만드는 막칼국수면이라 엄청나게 굵습니다. 국물은 멸치 기반이며 여기에 파와 부추가 올라가며 삶은 감자가 들어가는 전형적인 집에서 만드는 막칼국수입니다. 사골 육수로 맛을 내는 칼국수가 흔해졌고 여기에 김치칼국수나 들깨칼국수같은 것도 나름 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라 이런 투박한 칼국수는 비주얼면에서는 이쁘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런 막칼국수로 승부하는 집이 요즘에는 적다보니 역으로 특이해졌다 할 수 있습니다.

 

이 집의 장점은 이 뻔한 집 스타일의 막칼국수를 맛있게 만든다는 점이며, 양도 많습니다. 사리나 밥 추가 옵션도 있기는 한데 정말 이거 시키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저도 면은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이거 하나 먹으면 배 부릅니다. 뒤집어 말하면 양이 적은 분은 오히려 부담스러운 레벨입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저기 뒤에 있는 김치. 마늘을 잔뜩 넣은 하드코어 매운 김치를 제공합니다. 원래 칼국수는 김치가 맛있어야 하고 일명 명동칼국수로 불리는 스타일 역시 김치를 비슷하게 맵게 만듭니다. 이 김치는 막칼국수 스타일에도 잘 맞습니다. 문제는 정말 두세번 먹다보면 입에서 나름 불이 나서 뜨거운 칼국수를 먹기가 좀 고통스럽다는 것. 매운걸 잘 못드시는 분은 유감스럽게도 절반 정도는 즐길 거리가 사라집니다.

 

아, 단점은 없냐구요? 있기는 합니다. 먼저 주차 공간. 주차장이 있기는 한데 워낙 사람이 바글바글 몰려드는 곳이라 주차하기가 영 쉽지 않습니다. 주차 전쟁을 좀 피하려면 밥시간으로 불리는 시간대는 좀 비켜 오는 것이 좋고, 이래도 주차가 편하지는 않습니다. 그게 아니면 대중교통으로 와야 하는데, 버스를 타면 몇 분은 걸어와야 합니다. 10분 이상 걷는건 아니며 5분 정도 걷는 차원입니다만.

 

두 번째 단점은 칼국수 가격으로는 좀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원래부터도 다른 칼국수보다는 좀 비싼 편이었는데,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지금 기준으로는 11,000원까지 올랐습니다. 양을 줄이지는 않고 가격을 올리는 것인데 그러기에 양껏 먹어야 한다는 분에게는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으나 배가 좀 작은 분께는 부담스러운 가격인건 분명합니다.


 

 

아, 그리고 Cu를 오랜만에 왔으니 개통된 별내선을 한 번 타봐야죠. 사진의 역은 8호선 구리역인데, 중앙선 구리역의 건너편에 역사가 있습니다. 사실 역사만 보면 상당히 큰데, 이거 그냥 쓸데없이 클 뿐입니다. 통로는 4개이나 그냥 광장에 분산시킨 것 뿐이라 별 의미는 없고, 정작 이 커다란 역사 안에 플랫폼으로 가는 통로가 없습니다. 그냥 커다란 사무실 공간과 화장실 두 개가 이 공간 전체를 차지하며, 저 뒤로 가면 중앙선 환승통로와 합쳐진 지하로 가는 통로가 따로 나옵니다.

 

사실 환승은 그리 편하지는 않습니다. 3층 높이의 중앙선 끝부분에서 1층으로 내려오고, 거기서 다시 지하 5층 레벨의 지하로 내려가 각 방향으로 다시 한 층을 내려갑니다. 걷는 거리 자체는 부담스럽지는 않은데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시간이 길어서 전체 환승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정말 빨리 움직여도 환승에 5~7분은 생각하셔야 합니다.

 

일단 이용객은 확실히 새로 개통한 역 답지 않게 많습니다. 그만큼 Cu나 남양주(별내)에서 잠실 가는 지하철에 목이 탔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대신 평일의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이게 버스보다 더 빠르고 편하냐 하면... 이건 '글쎄요'입니다. 그 편하다는 것 조차 '잠실 및 강남행'에 한정한 이야기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환승저항입니다. 8호선에서 2호선의 환승은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하며, 구리역 승하차 및 환승이라면 탑승에 대한 저항도 있습니다. 물론 버스라고 이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 환승저항을 생각하면 꼭 시간면에서 지하철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그나마 잠실 및 강남행이라면 강변에서 버스 환승과 평일 수준에서는 비슷하고 출퇴근시간의 엄청난 정체를 생각하면 더 낫지만, 반대로 성수 및 도심행이라면 딱히 더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버스 대비 지하철 노선이 상대적으로 좀 돌아가는 방향이기에 이에 대한 시간 차이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별내선은 출퇴근 시간에서 잠실 및 강남 방향으로 가는 구리/다산/별내 거주민의 시간 절약에는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나 도로의 지정체가 거의 없는 주말 및 휴일에는 100%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며, 특히 강남이나 성남 방향이 아닌 경우 더욱 메리트가 떨어집니다. 뭐 그래도 강남 가려는 이 동네 분들이 한둘이 아닌 만큼 무의미한 철도 노선은 결코 아닙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