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하이브리드가 있어서 20km/L대 연비를 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세상이지만, 디젤도 아닌 순수 가솔린 차량은 저 연비를 내는 것이 꽤 어렵습니다. 특히 마력 대비 중량이 많이 나가는 경차는 더욱 쉽지 않은데, 이 부분이 개선된 터보 모델이라 할지라도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에어컨을 켜는 여름, 연비 자체가 안 나오는 겨울은 컨트롤을 잘 해도 장거리 주행에서 20km/L 전후를 내는 것이 보통이고, 봄가을이라 해도 그 보다 조금 더 연비가 잘 나오는 수준입니다.
하물며 경차의 꿈의 연비(?)로 불리는 일명 티코 연비인 24.1km/L은 미션 임파서블급 기록입니다. 연비 측정 방식이 엉망이던 시절의 이야기인데다, 공차중량이 있는대로 가벼운 일본식 경차인 티코(스즈키 알토) + 수동변속기 조합에서나 가능한 연비이기 때문입니다. 연비 측정 방식이 타이트해지고 안전 등의 이유로 무게가 무거워진 지금의 경차는 아무리 파워트레인 성능이 좋아졌다고 해도 저 연비를 기록하는건 여러모로 어렵습니다. 아, 꿈의 티코 광고 하나 보고 가시죠.
하지만 그 꿈의 연비가 우연찮게 이번에 모닝에서 찍혔습니다. 산 위에서 다운힐로 찍으면 사실 그 이상의 순간 연비는 나오지만, 고속도로와 일반도로 주행을 함께하고 거리 역시 수백km 단위로 가는 상황에서 평균 연비가 저렇게 찍히는 것은 저도 처음 봤습니다.
사실 이 연비는 거의 인제 읍내 입구에 들어서야 찍혔고, 일단 연비 목표지인 한계삼거리까지 이 값을 결코 넘지 못했습니다. 연비에 도전하고자 간 것은 아니었고, 고속도로를 달린 서울 -> 동홍천 구간은 20km/L 정도를 찍었을 뿐입니다. 100km/h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에어컨을 틀고 가면 이 연비 기록도 쉬운건 아니죠. 기온이 낮아서 동홍천부터는 에어컨을 끄고 그냥 실외 공기 흡기를 하면서 갔는데, 습도는 높아도 기온이 저 계기판에 찍힐 정도로 낮아서 불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연비가 주행하면서 조금씩 오르다보니 살짝 욕심이 생겨 + 굳이 시간이 급하지 않으니 귀찮다는 이유로 트럭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슬립스트림 주행을 하면서 갔는데 그 결과가 저 연비입니다. 즉 에어컨을 끄고 약간의 발끝 컨트롤을 하며 최적의 경제 속도(80km/h 전후)를 유지하면서 갈 때 이상적으로 저 차가 낼 수 있는 한계 연비에 가까운 값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티코 연비의 갱신은 불가한 것이 아쉽지만 티코 연비라도 찍은게 기적같은 일이죠.
하여간 한계삼거리까지 저 티코 연비를 찍으면 간 곳은... 일단 BGM은 이걸 깔고 들어갑니다.
예. 한계령입니다. 사실 여기가 목적지는 아니라 목적지 근처지만 잠시 휴식을 겸해 들렸습니다. 부슬비가 내리며 물안개가 껴 시계는 좋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정말 시원합니다. 이 시원한 날에 등산하러 오신 분들은 넘칠 정도로 많습니다.
그리고 휴식 과정에서 먹는 라면. 그냥 계란 푼 떡라면에 특별한 것은 없지만 한계령 휴게소라는 이유만으로 용서가 되는 것이 나름 재미있는 점입니다.
이렇게 먹고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데... 이 이야기는 사실 두 달 뒤에 오픈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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