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각이 복잡해지면 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집안에 약간의 우환이 있다보니 생각이 복잡해져 도피(?)를 자주 하고 있는데, 예 그렇습니다. 오늘도 캠핑 이야기입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늘 갔던 곳보다 안 가본 곳의 개척이 많은데 이번에도 안 가본 곳입니다. 올해 마지막 캠핑 역시 이 블로그에서 안 다룬 캠핑장이 될 것입니다. 아, 그런 사람이 올해 태백은 몇 번 갔냐구요? 아 죄송합니다. 다음 달에 또 태백 갑니다.T_T
By the way... 지금은 단풍 시즌! 당연히 산 캠핑도 단풍잎이 물들면 더 즐거운 법이죠. 그래서 지금이 캠핑의 최절정 시기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조금만 더 지나도 새벽은 춥거든요. 그리고 문 닫는 캠핑장들도 나오는 시기가 되어 서서히 동계 모드로 접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진짜 2024년 추계 캠핑의 핵심은 지금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추계 캠핑을 이쁘게 할 수 있는 캠핑장에 갔습니다. 자 산 속으로 떠날 준비 되었습니까?
■ 국립공원공단 치악산 금대야영장
- 사이트 수: 일반 46 사이트
- 샤워장: 있음(동계 폐쇄)
- 개수대/화장실 온수: 그런 거 없음
- 전기: 있음(별도 비용. 600W 제한)
- 매점: 없음(금대유원지 입구까지 나가야 함)
- 사이트 타입: 모래+흙
- 테이블: 있음(목재)
- 기타: 공중 무선 LAN 이용 가능, 전동 카트 대여
치악산에는 국립공원공단 캠핑장이 남북으로 하나씩 있습니다. 북쪽 구룡사 계곡에는 구룡 캠핑장이 있는데, 여기는 오토캠핑장이고 버스도 그런대로 들어오는 곳이지만 겨울에는 문을 닫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일단 법적으로 원주이긴 하며 원주 버스가 들어오지만 실상은 횡성(새말)에 가깝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저 구룡 캠핑장 가는 버스는 금대 캠핑장 가는 방향에 있는 관설동 종점에서 오는 차라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오늘 소개하는 금대 캠핑장은 원주의 경계쪽이라 하지만 시내에서 훨씬 가깝습니다. 원주시가 남쪽으로 계속 시가지를 확장한 결과 오히려 원주의 주력이 이 남쪽이 되었기 때문인데, 원주의 도시 부분의 시작인 관설동이 원주혁신도시로 가는 입구입니다. 여기에서 금대야영장까지 차로 15~20분 정도 걸립니다. 저 관설동에 홈플러스도 있어서 캠핑장 들어가기 전에 장을 싹 봐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뒤에서도 재차 강조하겠지만 캠핑장에 들어가면 음료 하나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서 최대한 빠짐 없이 장을 봐 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금대계곡을 따라서 도로 끝까지 계속 올라오면 이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차장이 조금 구조가 특이한데, 1층은 일반 등반객 전용, 2층이 캠퍼 전용입니다. 이 2층은 미리 차량 정보를 등록한 경우에 한하여 이용이 가능합니다. 1층은 유료 주차장이라 괜히 1층에 대고 돈 내고 나중에 화내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나마 이 정책은 낫다면 나은 점이 있는데,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오는 경우에도 주차비가 나오긴 하지만 차를 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수 많은 캠핑장이 두 대 주차를 불허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주차장 바로 건너편에 캠핑장 입구가 있고, 그 입구 오른쪽에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안내센터가 있습니다. 체크인을 하면서 쓰레기봉투도 살 수 있는데, 원주시 쓰레기봉투면 쓸 수 있어 시내에서 장을 보고 가져간 쓰레기봉투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안내센터에서는 '전동카트'도 대여해주는데, 아래 설명할 캠핑장 구조 때문에 크게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
위의 입구 사진에도 있지만 여기에 전자레인지와 식품 보관용 냉장고가 있습니다. 캠핑장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이거 하나로 다 커버를 합니다. 냉장고는... 그냥 식품 변질만 막는 용도입니다. 그리고 지금 시즌 지나면 그냥 자연 냉장고(?) 활용이 더 나은 시즌이 옵니다.
입구쪽부터 들어가다보니 표지판을 보는게 나중이 되었습니다. 안내도를 보시면 딱 느낌이 오시겠지만 캠핑장이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예비 영지까지 포함해도 46 사이트가 전부입니다. 이 캠핑장의 절반 수준인 팔공산 도학 캠핑장도 있고 여기는 끝내주는 입지와 데크 영지라는 점을 제외하면 작아도 너무 작은게 문제죠. 금대 캠핑장은 그 보다는 정말 양반입니다. 아, 도학 캠핑장이 얼마나 작냐구요? 아래 링크를 눌러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영지는 전반적으로 산비탈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경사가 심하게 급하지는 않긴 합니다만, 카트 없이 다니려면 살짝 도가니 걱정을 하긴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동 카트 대여가 정말로 반갑습니다. 저는 개인 카트를 들고 가서 이걸 안 써먹지만 대부분의 캠퍼들은 이 카트에게 두 번씩 감사해 합니다. 더군다나 이 정도 경사는 경사도 아니라는 동학사 캠핑장도 있는데, 동학사는 수동 카트 대여조차 없습니다. 계룡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분이 계시면, 전동카트 도입이 시급함을 꼭 느껴 보셔야 합니다.T_T
캠핑장이 전반적으로 작아서 화장실은 중앙에 몰려 있습니다. 구석 영지에서는 조금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심하게 멀지는 않습니다. 화장실 한 번 가려고 하면 최소한 5분은 걸어야 하는 닷돈재보다는 훨씬 낫죠. 닷돈재는 다른 것은 다 좋은데 화장실 부족은 정말 아쉽습니다. 두 번 세 번 아쉬워할 일입니다. 이 슬픈 닷돈재 이야기는... 아래에 있습니다. 아, 사진 가운데 아래의 것은 사실 캠핑장 화장실은 아니고 캠핑장 입구 바깥의 등반로 화장실입니다. 하지만 뭐 입구 앞이라 이걸 써도 문제는 없습니다.
화장실은 한 곳 뿐이지만 그래도 개수대는 곳곳에 있습니다. 이 역시 세면대를 겸하는 형태인데, 문제는 실내 개수대가 전무하여 날씨가 추워지면 정말 물 쓰는게 답이 없습니다. 사실 지금도 물이 차가워서 설겆이 한 번 할 때 손을 문질러야 할 정도입니다.
이 캠핑장의 별명은 일명 '에코힐링'입니다. 사실 이유는 대단한 것은 아니고 그냥 산책로와 휴식 시설을 좀 더 갖췄다는 것 뿐이죠. 캠핑장 위로 가면 이런 이름의 계단이 있는데, 캠핑장 외곽으로 돌아 금대 계곡을 한 바퀴 돌아옵니다. 대충 2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습니다.
에코힐링 트레일을 걸으면 이 계곡 옆으로 걸을 수 있는데, 캠핑장 바깥에서 걸어 올라오면 됩니다. 주차장에서는 이 계곡 물소리가 잘 들리지만, 캠핑장 안에서는 잘 들리지 않는게 아쉽기는 합니다.
화장실과 샤워장이 있는 언덕에는 이처럼 나무 벤치가 다수 배치되어 있습니다. 나무 아래 벤치라서 휴식을 취하는 느낌은 제대로 납니다. 지금 계절에는 날리는 낙엽을 보며 쉴 수 있죠. 정작 이 벤치 아래의 나뭇잎은 아직 질 생각을 안 하긴 합니다만.T_T
그리고 안내도에는 나오지만 예약은 불가능한 시설. 바로 캠핑스쿨입니다. 여기는 산막이 두 동 있지만 예약도 안 받습니다. 무엇보다 여기로 올라오는 길이 험해서 예약을 받는다 해도 짐을 옮기기가 힘들어 잘 안 올듯 합니다.
그리고 간단한 주의 사항 하나. 이 캠핑장은 원칙적으로 '장작 금지'입니다. 나무와 숲이 가깝기 때문인데, 숯 사용은 가능합니다. 물론 암암리에 장작을 때는 것 까지 막기는 어렵겠지만 모르고 때는 것과 알고 조심해서 때는 것은 차이가 있겠죠.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들고가 캠핑장에서 영화 타임을 즐기고자 하시는 분께 희소식. 여기도 공공 Wi-Fi 접속이 됩니다. 속도는 매우 빠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웹 서핑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기에는 충분한 속도는 나옵니다. 진짜 캠핑장에서 이런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중요한데, 정작 공공 Wi-Fi 예산 0원을 책정하신 쿙근혜 각하는 이 중요함을 모른단 말입니다.
시설은 다 살펴 보았고, 이제 영지를 살펴보죠. 나뭇잎 떨어지는 계절이라 단풍잎 포함 낙엽이 꽤 쌓여 있습니다. 영지는 그냥 마사토 영지인데, 틀을 만들어 조성한 영지라 평탄함은 꽤 좋습니다. 5m대 초반의 거실형 텐트까지는 충분히 들어갑니다. 또한 이 캠핑장은 다른 캠핑장과 달리 영지 경계에 관목을 심어 영지별 구분이 확실하고, 아주 약간의 프라이버시 보호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영지간 간격 자체는 별 차이가 없어 소음만은 어쩔 수 없습니다만.
대다수의 국립공원공단 캠핑장과 비슷하게 여기도 나무 테이블은 제공합니다. 테이블이 조금 작기는 하지만 4인이 앉기는 충분한 편이구요. 이번에는 이 테이블을 쓰지 않고 장비 설치 및 철수 시 물건 두는 용도로 활용합니다.
전기 콘센트는 하나만 제공하며, 영지 입구에 있어서 10m 이내의 릴 멀티탭 하나만 충분합니다. 여기도 600W 제한 협박(?)은 있는데, 이번에는 거의 전기를 쓰는 장비를 쓰지 않아서 이 한계에 대한 도전은 해보지 못했습니다.T_T
이번에는 솔로 캠핑이지만 준 동계급으로 장비를 챙겨 왔습니다. 카트 하나에 이것저것 몰아 싣고 언덕을 올라와...
전혀 이쁘지는 않습니다만 셸터는 비바람을 막아주면서 동계에는 전실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싸구려지만 설치가 편한 1인용 오토텐트는 휙 펴고 팩만 박으면 땡입니다. 셸터 설치도 익숙해지면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혼자서도 10~15분이면 대충 설치가 가능하니 나머지 설치와 세팅을 해도 30~40분이면 끝납니다. 쉬운 설치와 쉬운 철수... 이게 솔로 캠핑을 제대로 즐기는 길입니다.
지금은 단풍이 물드는 시즌. 아직 전체가 붉은 색은 아니지만 이처럼 중간중간 붉게 물든 단풍나무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어 가을의 캠핑 기분을 한층 높여줍니다. 잠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다 잊은 것 때문에 차를 몰고 원주 시내를 나가는 불상사(?)를 겪었지만 그래도 드라이빙까지 하나의 즐거움이죠.
사실 요리 잘 못하는 솔로 캠퍼의 밥상은 슬프게도 심플합니다. 더군다나 이번 캠핑은 점심을 조금 늦게 먹은 관계로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아 정말 심플하게 때웁니다.
그냥 시중 냉동 닭꼬치에 소금과 후추를 더한 것 뿐입니다만 그리들에 기름 살짝 두르고 센 불에 구우면 잘 구워집니다. 술 대신 사이다 한 캔 따서 영화를 보며 즐기는 닭꼬치... 심플하지만 나름 든든합니다. 원래는 저녁에 이 닭꼬치 + 존슨을 생각했으나 존슨이 빠져버렸죠.
밤에 추울걸 생각하여 전기장판까지 챙겨 갔지만... 결과는 정 반대입니다. 셸터에 모기장만 치고 텐트에도 모기장만 치는, 즉 바람을 그대로 텐트 안으로 들여옴에도 전기장판을 켜지 않았음에도 잘만한 날씨였습니다. 약하게 장판을 틀어 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살짝 더워 겨울용 이불을 걷어차는 지경이라 금방 꺼버렸습니다. 이런 날씨도 이번 캠핑이 마지막이겠죠. 다음 캠핑부터는 아침 기온은 0도 가까이 떨어질테니 장판은 필수일 것이니까요.
해가 산 위로 오르기 전... 정적이 흐르는 캠핑장에서 바로 밥해먹고 철수 준비를 하는... 만행은 이번에는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몸이 잠을 더 필요로 했습니다. 그래서 기상은 해가 완전히 떠오른 7시 반이 되었습니다.
아침밥은 닭갈비 우동볶음 + 볶음밥입니다. 요즘은 밀키트가 1인분으로 잘 나와 마트에서 산 밀키트를 뜯어 팬에 볶습니다. 신 맛이 좀 강한게 불만이지만 일단 속은 든든합니다. 남은 소스에 볶음밥 하나를 넣어 볶아 뱃속에 넣어 팬도 깨끗하게 정리. 가볍게 찬 물에 설겆이를 손 문질러가며 끝내고 바로 도망 준비를 합니다. 오는 길은 국도(42번)로 여유롭게~
추신: 늘 있는 보너스 이야기... 이 캠핑장을 대중교통으로 올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다뤄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며 '체력 끝내주는 옆나라 야마나시현 여고생'이 아닌 이상에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단 금대계곡 앞까지는 넉넉하지는 않아도 이것저것 닥치지 않고 다 세보면 원주 시내까지 하루에 20번 이상 버스는 옵니다. 하지만...
버스정류장부터 캠핑장까지 직선 거리만 따져도 2km가 넘고, 실제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4km 가까운 거리입니다. 더군다나 계곡 가는 길이 언덕이 아닌 경우가 있는지요? 오르막이라 더욱 체력을 써야 합니다. 실제로 금대계곡을 통해 치악산을 등반하는 분들은 대부분 캠핑장 아래에 주차하거나, 최소한 이 계곡에 있는 펜션에 숙박한 뒤 걸어서 올라오는 분들입니다. 적어도 이 캠핑장을 대중교통만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분께는 말리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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