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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는 대한뉴스(38) - 크리스마스에는 강매를... 크리스마스 씰

dolf 2024. 12. 25. 00:01

즐거운 기독탄신일(이게 크리스마스의 법적 공식 명칭이랍니다.T_T)을 보내고 계신지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비록 아니지만, 그리고 시국이 시국이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전혀 안 나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휴일은 휴일입니다. 한남동에서 무위도식하는 윤가 멧돼지를 욕하면서 즐겁게 휴일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여간 오늘은 크리스마스. 그래서 오늘의 대한뉴스 이야기는 이 크리스마스 이야기입니다. 대한뉴스에서는 크리스마스 관련 내용이 꽤 많기는 한데 크리스마스 풍경은 나중에 뒤에 한 방에 몰아 보기로 하고... 오늘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불청객(?), 크리스마스 씰 이야기입니다. 아, 크리스마스 씰의 의의는 절대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 좋은 의미에 나라가 개입하는 순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전에 '크리스마스 씰이 뭐여?'라고 하실 분 손 번쩍 드세요! 이 포스팅을 읽는 분들이 10대라면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30대 이상에서 이러면 안 됩니다. 40대 이상에 손 드시는 분이 있다면 기억상실증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그 정도로 크리스마스 씰은 현재의 중년 이상에서는 애증의 물건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말이죠.

 

이게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이라 합니다.

 

일단 크리스마스 씰이 뭐냐... 역사는 100년이 좀 넘은 물건인데, 시작은 덴마크였습니다. 덴마크의 우체국 직원인 아이나르 홀뵐이라는 사람이 어린이 결핵 환자 치료 기금 모금용으로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연말연시 연하장 우편에 작은 그림을 붙여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인데, 이 덕분에 홀뵐은 나중에 작위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면 또 결핵은 뭐냐... 아 이런 질문은 해서는 안 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결핵환자는 왕창 나오고 있습니다. 이거 2급 전염병이고 나병(한센병)이나 콜레라급으로 위험한 병 취급을 받습니다. 그 AIDS조차 3급 전염병이니 결핵의 전염성은 무섭죠. BCG라는 백신을 신생아 때, 늦어도 초등학교(국민학교)때 맞아도 걸리고, 한 번 걸리면 농담이 아니라 약을 1년 내내 안 빼먹고 제대로 먹어야 겨우 치료되고 이거 빼먹는 순간 치료 난이도가 하늘을 뚫고 안드로메다로 향해 가는 그런 무서운 병입니다. 잘 먹고 살면 발병만 안 하는 것이지 보균자는 대한민국에서도 넘쳐납니다. 괜히 건강검진하면 폐 엑스레이를 찍는 거 아닙니다. 이거 잡으려고 하는 겁니다.

 

하여간... 결핵은 중진국만 되어도 그런대로 먹고 사는 21세기에도, 그것도 선진국에서도 여전히 못 잡고 환자가 있는대로 나오는 그런 병입니다. 훨씬 못 먹고 살던 20세기 초반에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전전긍긍하던 그런 병입니다. 환자 나오면 그냥 격리 감금하는 게 전부였던 시절이죠. 그래서 결핵 환자 치료를 위한 기금을 모르겠다는 이 크리스마스 씰의 아이디어는 덴마크와 가까운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고, 미국에도 3년 뒤에 전파됩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씰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크리스마스 씰에 붙어 있는 복십자 마크는 결핵과 그 퇴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땅에서 크리스마스 씰은 일제가 지배하던 시절에 캐나다인 의사인 셔우드 홀에 의해 발행이 됩니다. 셔우드 홀은 일제 말기에 강제 추방을 당하고 잠시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으나 이 땅에 결핵 퇴치를 위한 공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건국 후 국민훈장을 추서했고 본인은 서울 양화진 묘소에 잠들어 있습니다. 이후 1953년에 대한결핵협회가 생기면서 크리스마스 씰이 부활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 씰입니다. 브레드이발소.^^

 

물론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크리스마스 씰도 달라지긴 했습니다. 우표와 같은 디자인이라 우표 대신 크리스마스 씰을 붙여 우편이 반송되는 일은 전 세계에서 너무나 흔한 일이었고 우체국에서는 이 때문에 연말이 되면 바빠 죽겠는데 이걸로 일을 더 만든다고 마음 속으로 욕을 해댔습니다. 좋은 일이라 대놓고 욕은 못했겠지만 말이죠. 21세기에 들어서는 우편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이제는 스티커 형식으로 바뀌기도 하고 여러 굿즈를 내놓기도 하는 등 수단은 바뀌지만 결핵 퇴치라는 목적만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크리스마스 씰이 어떠한 형식인지는 대한결핵협회 홈페이지를 한 번 가보시면 아실 수 있을겁니다.

 

대한결핵협회

결핵협회 소개, 결핵진료, 치료, 금연 등 건강 진단사업 안내 및 크리스마스씰 수록.

knta.or.kr

 

예. 이렇게 크리스마스 씰은 결핵 퇴치라는 매우 중요한 공익적인 일을 위한 기금 마련 목적이기에 적어도 그 명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비난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 수단이 대한민국에서는 국민들이 좋아할만한 방법이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건 1969년 연말 크리스마스 씰 구매 홍보 대한뉴스입니다. 국민 할머니, 사미자 여사님의 젊을적 모습이 나옵니다. 이 분 원래 성우여서 발성도 좋습니다. 다만 미모에 비해 너무 결혼을 일찍해서 배우 데뷔 때부터 이미 아줌마 역 전담이 된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말입니다.^^

 

어쨌거나... 정부에서도 이렇게 대한뉴스를 만들면서까지 크리스마스 씰 판매에 열을 올렸습니다. 원래는 나라가 해야 할 결핵 퇴치를 민간의 돈으로 해결한다는데 이 정도 수고만으로도 엄청난 횡재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선의에만 기대는 모금은 생각만큼 잘 돈이 걷히지 않습니다.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에 몇 번 돈을 넣어 보셨나요? 이것만 생각해 보셔도 답 나오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나라는...

 

결핵예방법의 관련 조항

 


결핵이 워낙 중대한 전염병이라 결핵예방법이라는 법률도 있는데, 이 법 25조 3항에 아예 크리스마스 씰 모급에 정부와 공공단체가 협조하라는 내용이 박혀 있습니다. 그나마 이 내용이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만 뜯는(?) 것이라면 그냥 내부적으로 툴툴대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권위주의에 찌든 20세기에 이 조항은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이걸 근거로 국민을 털어라'라는 내용으로 변질됩니다.

다 큰 어른들에게 크리스마스 씰을 강매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라 어른들의 크리스마스 씰 구매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그리고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개인 및 기관의 '선의라 쓰고 강매라 읽는' 방법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말죽거리 잔혹사도 오래되지 않은 때 이야기인 학교에서는 그냥 '닥치고 사'라는 식으로 아이들에게 강매를 했습니다. 아이들도 크리스마스 씰을 사는 것에 대한 의의는 나름 잘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 강매라는 수단에 대해서는 강하게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걸 살 돈을 줘야 할 부모들도 큰 돈은 아니지만 부담이 갔던 일이구요. 이걸 안 사면 그냥 빠따가 날아오는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크리스마스 씰 강매는 학교에 따라서는 2000년대 초중반, 늦은 경우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고 요즘은 이런 강매를 하면 학부모들이 난리 법석인데다 학부모라는 타이틀이 대한민국 최대의 여론 형성자가 된 지금은 무슨 욕을 먹을지 알 수 없기에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의 강매는 사라졌습니다. 물론 학교 자체에 크리스마스 씰 자체는 내려오고 살 사람은 사라는 말은 여전히 하겠지만 말입니다.

 

크리스마스 씰의 이상인 결핵 퇴치까지는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머나먼 길이며 아마 영원히 퇴치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핵 환자를 줄이겠다는 그 정신은 2024년 말인 지금에도 유효하며 크리스마스 씰에 담긴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올해 씰을 사지 않으셨다면 내년 이맘때에는 굿즈라도 한 번 질러보시면 어떻겠습니까? 강제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말이죠.

 

추신: 이제 대한뉴스에 나온 크리스마스 이야기 영상을 쫙 올려 마무리를 합니다.

1985년 크리스마스

 

1967년 크리스마스

 

1977년 크리스마스

 

1982년 크리스마스

 

1956년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