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기독탄신일(이게 크리스마스의 법적 공식 명칭이랍니다.T_T)을 보내고 계신지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비록 아니지만, 그리고 시국이 시국이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전혀 안 나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휴일은 휴일입니다. 한남동에서 무위도식하는 윤가 멧돼지를 욕하면서 즐겁게 휴일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여간 오늘은 크리스마스. 그래서 오늘의 대한뉴스 이야기는 이 크리스마스 이야기입니다. 대한뉴스에서는 크리스마스 관련 내용이 꽤 많기는 한데 크리스마스 풍경은 나중에 뒤에 한 방에 몰아 보기로 하고... 오늘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불청객(?), 크리스마스 씰 이야기입니다. 아, 크리스마스 씰의 의의는 절대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 좋은 의미에 나라가 개입하는 순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전에 '크리스마스 씰이 뭐여?'라고 하실 분 손 번쩍 드세요! 이 포스팅을 읽는 분들이 10대라면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30대 이상에서 이러면 안 됩니다. 40대 이상에 손 드시는 분이 있다면 기억상실증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그 정도로 크리스마스 씰은 현재의 중년 이상에서는 애증의 물건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말이죠.
일단 크리스마스 씰이 뭐냐... 역사는 100년이 좀 넘은 물건인데, 시작은 덴마크였습니다. 덴마크의 우체국 직원인 아이나르 홀뵐이라는 사람이 어린이 결핵 환자 치료 기금 모금용으로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연말연시 연하장 우편에 작은 그림을 붙여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인데, 이 덕분에 홀뵐은 나중에 작위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면 또 결핵은 뭐냐... 아 이런 질문은 해서는 안 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결핵환자는 왕창 나오고 있습니다. 이거 2급 전염병이고 나병(한센병)이나 콜레라급으로 위험한 병 취급을 받습니다. 그 AIDS조차 3급 전염병이니 결핵의 전염성은 무섭죠. BCG라는 백신을 신생아 때, 늦어도 초등학교(국민학교)때 맞아도 걸리고, 한 번 걸리면 농담이 아니라 약을 1년 내내 안 빼먹고 제대로 먹어야 겨우 치료되고 이거 빼먹는 순간 치료 난이도가 하늘을 뚫고 안드로메다로 향해 가는 그런 무서운 병입니다. 잘 먹고 살면 발병만 안 하는 것이지 보균자는 대한민국에서도 넘쳐납니다. 괜히 건강검진하면 폐 엑스레이를 찍는 거 아닙니다. 이거 잡으려고 하는 겁니다.
하여간... 결핵은 중진국만 되어도 그런대로 먹고 사는 21세기에도, 그것도 선진국에서도 여전히 못 잡고 환자가 있는대로 나오는 그런 병입니다. 훨씬 못 먹고 살던 20세기 초반에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전전긍긍하던 그런 병입니다. 환자 나오면 그냥 격리 감금하는 게 전부였던 시절이죠. 그래서 결핵 환자 치료를 위한 기금을 모르겠다는 이 크리스마스 씰의 아이디어는 덴마크와 가까운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고, 미국에도 3년 뒤에 전파됩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씰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크리스마스 씰에 붙어 있는 복십자 마크는 결핵과 그 퇴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땅에서 크리스마스 씰은 일제가 지배하던 시절에 캐나다인 의사인 셔우드 홀에 의해 발행이 됩니다. 셔우드 홀은 일제 말기에 강제 추방을 당하고 잠시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으나 이 땅에 결핵 퇴치를 위한 공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건국 후 국민훈장을 추서했고 본인은 서울 양화진 묘소에 잠들어 있습니다. 이후 1953년에 대한결핵협회가 생기면서 크리스마스 씰이 부활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크리스마스 씰도 달라지긴 했습니다. 우표와 같은 디자인이라 우표 대신 크리스마스 씰을 붙여 우편이 반송되는 일은 전 세계에서 너무나 흔한 일이었고 우체국에서는 이 때문에 연말이 되면 바빠 죽겠는데 이걸로 일을 더 만든다고 마음 속으로 욕을 해댔습니다. 좋은 일이라 대놓고 욕은 못했겠지만 말이죠. 21세기에 들어서는 우편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이제는 스티커 형식으로 바뀌기도 하고 여러 굿즈를 내놓기도 하는 등 수단은 바뀌지만 결핵 퇴치라는 목적만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크리스마스 씰이 어떠한 형식인지는 대한결핵협회 홈페이지를 한 번 가보시면 아실 수 있을겁니다.
예. 이렇게 크리스마스 씰은 결핵 퇴치라는 매우 중요한 공익적인 일을 위한 기금 마련 목적이기에 적어도 그 명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비난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 수단이 대한민국에서는 국민들이 좋아할만한 방법이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건 1969년 연말 크리스마스 씰 구매 홍보 대한뉴스입니다. 국민 할머니, 사미자 여사님의 젊을적 모습이 나옵니다. 이 분 원래 성우여서 발성도 좋습니다. 다만 미모에 비해 너무 결혼을 일찍해서 배우 데뷔 때부터 이미 아줌마 역 전담이 된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말입니다.^^
어쨌거나... 정부에서도 이렇게 대한뉴스를 만들면서까지 크리스마스 씰 판매에 열을 올렸습니다. 원래는 나라가 해야 할 결핵 퇴치를 민간의 돈으로 해결한다는데 이 정도 수고만으로도 엄청난 횡재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선의에만 기대는 모금은 생각만큼 잘 돈이 걷히지 않습니다.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에 몇 번 돈을 넣어 보셨나요? 이것만 생각해 보셔도 답 나오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나라는...
결핵이 워낙 중대한 전염병이라 결핵예방법이라는 법률도 있는데, 이 법 25조 3항에 아예 크리스마스 씰 모급에 정부와 공공단체가 협조하라는 내용이 박혀 있습니다. 그나마 이 내용이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만 뜯는(?) 것이라면 그냥 내부적으로 툴툴대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권위주의에 찌든 20세기에 이 조항은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이걸 근거로 국민을 털어라'라는 내용으로 변질됩니다.
다 큰 어른들에게 크리스마스 씰을 강매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라 어른들의 크리스마스 씰 구매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그리고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개인 및 기관의 '선의라 쓰고 강매라 읽는' 방법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말죽거리 잔혹사도 오래되지 않은 때 이야기인 학교에서는 그냥 '닥치고 사'라는 식으로 아이들에게 강매를 했습니다. 아이들도 크리스마스 씰을 사는 것에 대한 의의는 나름 잘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 강매라는 수단에 대해서는 강하게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걸 살 돈을 줘야 할 부모들도 큰 돈은 아니지만 부담이 갔던 일이구요. 이걸 안 사면 그냥 빠따가 날아오는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크리스마스 씰 강매는 학교에 따라서는 2000년대 초중반, 늦은 경우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고 요즘은 이런 강매를 하면 학부모들이 난리 법석인데다 학부모라는 타이틀이 대한민국 최대의 여론 형성자가 된 지금은 무슨 욕을 먹을지 알 수 없기에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의 강매는 사라졌습니다. 물론 학교 자체에 크리스마스 씰 자체는 내려오고 살 사람은 사라는 말은 여전히 하겠지만 말입니다.
크리스마스 씰의 이상인 결핵 퇴치까지는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머나먼 길이며 아마 영원히 퇴치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핵 환자를 줄이겠다는 그 정신은 2024년 말인 지금에도 유효하며 크리스마스 씰에 담긴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올해 씰을 사지 않으셨다면 내년 이맘때에는 굿즈라도 한 번 질러보시면 어떻겠습니까? 강제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말이죠.
추신: 이제 대한뉴스에 나온 크리스마스 이야기 영상을 쫙 올려 마무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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