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가벼운, 남의 나라를 까는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아, 카테고리가 정치나 시사가 아니라 음악인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음악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죠.
사우스파크... 미드나 미애를 보시는 분들은 모를 수가 없는 유명 시리즈입니다. 물론 이 블로그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대한민국 보수분들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뭐 그건 미국의 할렐루야 외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성역을 가리지 않고 사람과 사회, 단체를 까고 저질로 승부하는 애니메이션. 하지만 그 안에는 미국식 해학이 들어 있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그냥 싫어서 까는 것도 있지만 정말 까야만 하는 내용인데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 싫어하는 주제를 대놓고 까는 것도 많습니다. 왼쪽이건 오른쪽이건 말이죠.
이제 TV는 26시즌을 하고 있고, 극장판도 몇 개를 찍은 유명 시리즈지만, 이 가운데 음악면에서 하나를 뽑으라면 최초의 극장판인 'Bigger, Longer & Uncut'을 꼽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정국이 되기 전 유일한 극장판이기도 했지만 무려 아카데미 주제가상 노미네이트 이력도 있습니다. OST는 여러 명곡들을 오마쥬하여 만들었지만,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주제가상 노미네이트 곡인 'Blame Canada'입니다. 대놓고 제목부터 캐나다를 까는 이 노래... 일단 들어보시고 시작하죠.
가사 내용은 사우스 파크의 학부모들이 일치 단결하여 자녀들이 비뚤어진 원인을 다 캐나다에 돌리는 것입니다. 뭐 작품상 캐나다 출신 저질(?) 배우들이 악영향을 준건 맞습니다만... 사실 이 가사는 그냥 캐나다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바로 내부의 문제는 들여다 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다른 이를 공격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사실 사우스 파크 4인방의 부모들은 한결같이 다 막장 부모의 소질을 갖고 있습니다. 케니의 부모는 막장 of 막장, 에릭의 엄마는 아들에 너무 집착이 심하며, 카일의 엄마는 아예 메인 빌런인 극성 학부모입니다. 스탠의 집안은 좀 낫지만 그래도 부모들이 똘끼가 좀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아동학대(방임)를 합니다. 일차적으로 애들이 막나가는 것에는 가정의 책임이 있습니다. 여기에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덜한 지역 사회, 역시 공교육이 부실한 주 및 국가의 정책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러한 내부적인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그냥 대놓고 '캐나다 탓'이라며 외부로 문제를 돌리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정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비난을 피하기에 급급한데, 스탠 엄마는 대놓고 만화를 적으로 돌리고 자기 책임이 없다 항변하고 에릭 엄마는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 자기에게 돌아올 화살을 피합니다. 자식에게 관심도 없던 케니의 부모는 감성 팔이나 하고 있습니다. 일차적인 책임은 가정의 막장성에 있음에도 그것을 알면서도 욕만 안 먹으려 한 것입니다.
그렇게 캐나다라는 적을 만들어 여기에 책임을 다 떠넘기고, 기존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든 것(하키, 앤 머레이 등)을 다 갖다 붙어 싸잡아 욕합니다. 이러한 캐나다에 모든 책임을 다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은 이 극장판 전체적으로 계속 드러나고 결국 전쟁까지 벌어집니다.
하여간 노래 내용도 나름 막장성이 있어서, 그리고 작품 자체가 미국에서도 말이 많은 것이라 이게 아카데미까지 갈거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주제가상 노미네이트라는 쾌거(?)를 이룩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렇게 라이브도 했구요. 참고로 가수가 뜬금없이 로빈 윌리엄스인 이유는 그 전해에 원래 가수(성우)가 자살했기 때문인데, 정작 로빈 윌리엄스도 나중에 자살했다는 씁쓸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뜬금없게 이 해 주제가상을 받은 필 콜린스가 사우스 파크의 까임권을 억지로 산 악연이 생겼습니다만, 뭐 당사자가 이제 지병으로 은퇴했으니 딱히 더 신경도 안 쓰실 듯 합니다.
이처럼 이 곡은 미국 가정과 사회의 문제점인 내부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과 해결 대신 외부에 적을 만들어 책임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행태를 비판하는데,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미국 사회는 달라졌을까요? 사실 전혀 안 달라졌고 오히려 심해졌습니다. 여기에는 화투장이라는 막장 대통령이 중심에 있습니다.
이민자 문제와 마약은 다 멕시코 탓, 실업 문제는 다 캐나다 탓, 미국 산업 경쟁력 문제는 다 중국 탓을 하면서 남 탓만 하면서 남의 나라 엿먹이기로 모든 행정을 도배합니다. 여기에는 마약의 미국 내 유통 단계 차단에는 목숨을 걸지 않는 부실한 행정, 내수 전용으로 전락해버린 미국 내 산업의 현실은 철저히 무시됩니다. 심지어 트랜스 젠더를 혐오하는 TERF까지 스포츠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적을 만들어 내부 문제를 숨기는 것은 당장은 편하죠. 하지만 오래지 않아 결국 그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화투장 개인이요? 아닙니다. 그 넘은 퇴임하고 도망가면 끝이고 그 댓가는 결국 화투장을 뽑은 미국 국민 전체가 질 것입니다. 이렇게 빚 독촉이 올 때 과연 미국 국민들은 이제 누구 탓을 할까요?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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