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lf의 엉망진창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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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 좌석, 이래도 계속 돈 받고 팔 것인가?

dolf 2025. 4. 16. 18:33

어제 뉴스를 보셨다면 또 황당한 뉴스 하나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륙하려고 택싱중인 항공기에서 또 비상구가 열리고 슬라이드가 내려가며 통째로 결항이 된 것입니다. 아, 삶이 바빠서 보지 못하셨다구요? 요즘 세상 살기도 바쁘니 다 이해합니다. 

 

 

요약하면 어떤 분(성별은 안 적습니다.)이 '답답하다'는 이유만으로 비상구를 열어버린 것입니다. 아니, 비행기를 탈 때 신발 벗어야 한다는 말이 통하던 쌍팔년도 이전도 아니고 항공기 요금이 KTX나 우등고속 대비 그렇게까지 황당하게 비싸지도 않은 지금 시대에 '문은 함부로 여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은 상식 이전의 문제입니다. 아니, 기차나 버스도 답답하다고 문을 열어버리는 짓은 못 합니다.

 

김포-제주는 전 세계 1위의 승객수를 자랑하는 노선일 정도로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항공 교통은 너무나 일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항공기를 타게 되니 이런 저런 일도 다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만, 최소한 이 사건은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한 부분이고 무엇보다 과거에는 이 문제가 더 적었습니다. 예. 비상구 좌석에 앉는 사람을 아무나 뽑지 않았으니까요.

 

비상구 좌석은 예나 지금이나 사고 발생 시 승무원의 지시를 따라서 승객 탈출을 도울 '의무'가 주어지는 자리입니다. 즉 그 의무를 이해하고 이행할 의지가 있는 사람만 앉을 수 있는 자리여야 합니다. 과거에는 이를 이유로 건장하고 젊은 남성 위주로 배치했지만 성차별 요소가 있다보니 꼭 여성을 배척할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성이라도 이 자리에 주어지는 의무는 분명히 이해해야 하고 그것에 동의해야만 앉을 수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자리가 넓다보니 돈에 환장한 항공사들이 이 자리도 팔아 먹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비상구 좌석에 앉는 책임을 아예 무시하고 '돈 냈으니 당연한 권리'로만 인식해버린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정상적인 경우 비상구 좌석에 앉는 사람은 문을 함부로 열지 말아야 하며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최소한의 주의 사항을 전달받고 이를 동의해야만 앉을 권리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단순히 답답하다고 문을 열었다... 비상구 좌석의 의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앉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시아나의 자칭 '엑스트라 레그룸' 관련 안내

 

재차 강조하지만 이 문제는 항공사들이 더 많은 돈을 위해 비상구 좌석을 '엑스트라 레그룸 좌석'이라는 이름 하에 팔아먹으면서 벌어진 것입니다. 사실 벌크석(각 구획 가장 앞부분)은 돈을 받고 팔아도 됩니다. 이건 안전과는 무관한 정말 서비스 공간이니까요. 하지만 비상구 좌석은 비상구의 존재 이유와 사고 시 그 행동 요령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의무를 이행하기로 약속한 사람에게만 주어져야 합니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구분할 것 없이 말이죠.

 

그나마 대형 항공사는 3년 전 벌어진 사건 이후에 국내선 비상구 좌석 판매는 안 하고 있으나 저가 항공사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리고 대형 항공사들도 해외 노선은 여전히 팔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굳이 한두명이 지적한게 아니지만 아마 개선되지 않으리라 봅니다. 이 자리를 팔아 얻는 공짜 수입이 더 달콤할테니까요. 이 문을 누가 열어서 단체로 죽는 쇼가 벌어지기 전에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