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lf의 엉망진창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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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Power, More Torque(자동차)

[옛글] 이보시오 선생양반, 제동등좀 고치랑께~(2015/8/11)

dolf 2023. 5. 26. 12:06

반포대교 아래에서 벌어진 교통사고로 인한 짧은 정체만 아니면(휴가 기간이 아니었다면 뒷쪽으로 지옥도를 연출했겠지만 휴가 시즌이라 다행입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강변북로 일산방향 출근길의 에피소드 하나.

앞에 NF(다들 아시겠지만 소도타입니다.) 한 대가 똥개 앞에서 슬슬 굴러갑니다. 다른 차선의 차 보다 천천히 굴러가는게 살짝 거슬리긴 했지만, 조금 더 앞에 가면 슬슬 지정체가 벌어지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졸졸 따라갑니다.(이 역시 다들 아시겠지만, 똥개같은 클래스의 차는 토크를 높여주는 터보차저를 달지 않는 한 속도가 죽은 상태에서 갑자기 다른 차선으로 타고 가 앞지르기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포츠 ECU를 달건 흡배기 튠을 하건 저배기량 NA의 숙명입니다.)

그런데 앞에 막히는게 뻔히 보이는데도 NF의 제동등이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속도가 확 줄어듭니다. 그렇습니다. 제동등 자체가 나간겁니다. 두 쪽이 다 나간 것으로 볼 때 정말 차 관리를 엉망으로 하여 두 개 모두 나갈 때 까지 신경도 안 쓰고 있거나 퓨즈쪽이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 당장은 그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GR같은 넘의 뒤를 어떻게 잘 따라갈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차선을 바꾸는 방법도 있는데 이미 정체 상태에서 그것도 에너지를 꽤 쓰는 일이라 그냥 차 간격을 평소보다 더 길게 유지하고 신경을 쓰면서 가는 수 밖에요. 아침부터 쓸데 없는 일에 에너지를 조금 낭비하고 왔습니다.

차 상태를 보건대 최소한 세차는 제 때 해주거나, 지하 주차장에 그런대로 잘 모셔두는 것으로 보이는데(8일정도 세차를 안한 똥개보다 깨끗했으니), 외형은 그렇게 신경을 써 관리를 하면서 정말 다른 차 안전에 영향을 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운전자의 무관심이 처절히(?)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넣어 두면 벽에 비친 것으로 미등, 제동등, 후진등 상태는 바로 체크를 할 수 있습니다. 똥개도 집에서는 노상 주차를 합니다만, 그래도 지하에 차를 넣거나, 어디 벽에 붙은 곳에 차를 넣을 때는 늘 이 부분을 체크합니다.

차라는 것은 이동수단이자 소모품이라는 이론에 저도 동의하는 편이기는 합니다만, 대신 이 물건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물건이 될 수 있기에 이런 부분의 점검은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고는 자기가 운전을 잘 하고 법규를 잘 지키면 안 나는 것이 아니며, 남이 자신때문에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상하리만큼 다른 사람이 자신을 박게 하는 사고 유발자들에 대해 관대하지만(원인 제공 여부는 웬만하면 무시하거나 미미하게 생각하며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때가 많은 안전거리 미확보를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대는 것이 현실입니다.), 운전자 스스로 자신이 사고를 부르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법에서 있으나 마나하지만 과태료 처분이 있는 것도 안전에 위협을 주기 때문인데(실제로는 전혀 단속은 안합니다. 했다간 돈은 있는대로 들어오겠지만 경찰이 돈독 올랐다고 할게 뻔하니까요.), 운전자들의 인식은 매우 NG입니다. 제동등 불량 차를 신고하겠다는 글에 달리는 반응의 절반 이상은 '신고하는 넘 개객기'나 '그럴 수도 있는거지 뭘 그것갖고 시비3'입니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의심스럽지만, 절반 정도의 사람은 저걸 별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고의 결과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질 뿐 원인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별의 별 김여사/김선생스러운 운전을 다 보여주게 만듭니다. 야간의 블라인드 어택 운전(이건 현기차의 수퍼비전 클러스터같은 물건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너무 편해도 사람이 중요한걸 잊어버립니다.), 고속화도로나 고속도로에서 비상등 등 알리는 표식 없이 기어가는 운전 행위, 고속도로 추월 차선에서 제한속도에 딱 맞추거나 그 이하로 쭈~욱~ 가는 행위에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건 알 바 없으며 나만 사고 안'내고' 잘 가면 된다'는 심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말 남이 나를 박고 사고가 나 때문에 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면 자주 등화 점검을 하고 이상이 있다면 잠깐 짬을 내어 손을 봤을 것이며, 운전도 남에게 맞출 수 있게 했을 것입니다. 내가 사고를 안 내는 것만 중요하고, 자신이 사고를 불러와도 나는 피해자니 남을 벗겨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운전자, 보험사, 정부 등 나라 전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동등 이상을 오랫동안 모르고 알아도 손을 안 보는 사람, 그리고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그 행위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이런 인식을 드러내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제가 자주 강조합니다만, 사고는 자신이 안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이 사고를 안 일으키게 하는 것도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차를 세차하고 꾸미는 시간의 일부만이라도 차의 안전 장치들을 점검하는 데 투자한다면 자신의 목숨도 구하고 남의 목숨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추신: 제동등 고장을 방치하는 사람 이상으로 나쁜 행위가 엔진 브레이크를 건답시고 브레이크 페달 조작 없이 기어 조작만으로 감속하는 것을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는 사람입니다. 뒷 차가 없거나 차간 거리가 충분히 여유가 있을 때야 문제가 될 일이 전혀 아닙니다만, 차간 거리가 매우 짧은 지정체 상황, 그리고 야간과 악천후에 이걸 하는 것은 정말 뒷 차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자기가 운전을 잘 한다고 자랑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남의 목숨따윈 알 바 없다는 이기주의의 극치일 뿐입니다. 연비를 높이는 운전도, 운전 실력 자랑도 때와 장소를 보고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