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lf의 엉망진창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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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Power, More Torque(자동차)

[옛글] 나는 어떻게 똥개들을 떠나보냈는가?(2015/9/29)

dolf 2023. 5. 26. 09:59

안녕...

첫 차를 사고로 떠나보낸 글이 있어 저도 지금까지 떠나보낸 친구들에 대한 정감을 매우 간단하게 적습니다.

* 1대 똥개
- 차종: 대우 마티즈 3단 AT(M100)
- 연식: 1999년
- 색상: 잡종 똥개색카사블랑카 화이트(10U)
- 이별 사유: 치료비(수리비) 감당이 안되어.

면허를 따고 형의 초대 아방이에게 계속 신세를 졌습니다만 문득 '이걸로 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하여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들여온 물건입니다.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공개하여 가족용 차로 전락(?)했습니다만. 200도 들이지 않았으니 총 지출은 적은 편이지만, 나중에 차를 조금 더 알게 된 이후에는 이것도 비싸게 샀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0년대에 1999년식이니 10년 이상 굴러먹었으니 사실 상태는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이 시기 차량의 특징(특히 마티즈에서는 안 생기면 이상하다고 하는) 하부 부식은 심각했고, 오일도 먹는 물건이었습니다. 연비를 측정할 방법도 없으나 3단 AT의 연비라는건 사실 말을 안해도 뻔한 것입니다. 그래도 부식의 티를 내지 않겠다고 액세서리도 달아주고, 오디오 헤드유닛도 소니의 것으로 바꿔주고, 5,000km마다 광유나마 재빨리 갈아주고, 비싼 돈을 들여 타코미터도 달아주던, 나름대로 애착(?)은 갖고 있던 친구입니다.

1년만에 45,000km를 뛰었으니 그 때는 정말 주말만 되면 장거리(서울-부산도 당일에 뛰던 때입니다.)를 뻔질나게 뛰곤 했는데, 참 나름대로 별 일도 다 겪었습니다. 왼쪽 휀더쪽도 제대로 받혀보고(차량 잔존 가액보다 수리비가 더 나올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음주운전 차량에 뒤도 받혀보고(덤으로 뺑소니. 잡긴 잡았습니다만.), 고속도로 위에서 미션도 말아먹고, 고속도로 위에서 스로틀 케이블도 빠져보고, 졸음운전을 하다 고속도로 위에서 중앙분리대에 부딪혀 사이드 미러도 박살내먹는 등 가장 차를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이 난폭(?)하게 굴려먹던 시절이라 이래저래 사고도 많고 고친것도 많았습니다.

사실 연식이 연식인 차라 차를 산 가격보다 수리비가 더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지경인데, 거의 엔진 자체를 빼고 나머지를 거의 다 바꿨다고 할 지경이었습니다. 스로틀바디와 IAC를 통째로 바꾸고, 배전기도 바꾸고, 알터네이터도 말아먹어서 바꾸고 그 때 배터리도 말아먹어서 배터리도 갈았으며 3번 머플러도 터져서 바꿨으며, 미션도 말아먹어 재생으로 바꿨으며, 비가 쏟아질 때 구덩이를 지나다 잘못되었는지 에어컨도 고장나 수리해야 했으니 꽤 많은 핵심부를 수리하면서 탄 셈입니다. 하지만 전기적인 문제로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문제가 계속되더니 수리를 아무리 해도 해결이 잘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 때 '전기 문제는 차의 암이다.'라는 점을 철저히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20만원 가까이 돈을 들여 수리를 했어도 사흘 뒤에 똑같은 문제를 일으켰는데, 정비소에서는 '우리는 원인 다 잡았음. 책임 없음'이라고 배를 쨌고, 그 시점에 모든 정나미가 떨어져 그 문제가 터진 아침에 어떻게든 차의 시동을 걸고 나와 오전에 대체할 차를 알아보고 그 날 점심에 그냥 바로 대차를 해버렸습니다. 물론 대차라고 하지만 더 이상 답이 안 나오는 레벨이니 폐차장행입니다. 이렇게 제 첫 번째 똥개는 '자동차의 암으로 인해 안락사' 처리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너무 시달린게 많아서 그런지 차를 넘길 때 감흥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 2대 똥개(날라리 똥개)
- 차종: 대우 올뉴마티즈 4단 AT(M200)
- 연식: 2005년
- 색상: 날라리컬러틸 블루(22M)
- 이별 사유: 건담 강탈아버지에게 강제 양도

2대 똥개는 상대적으로 연식이 그나마 괜찮은 편이어서 손을 덜 보면서 탄 편입니다. M100에 비해 최고 속도도 조금은 더 나오며 무엇보다 밟으면 바로 튀어 나가는 가속력이 끝내줬는데, 사실 가끔 이 차를 타면 지금 타는 똥개에 비해서 확실히 움직임이 가볍습니다. 52ps라는 제한이 있다고는 해도 엔진과 미션 모두 달라지니 확실히 달리는게 즐거워졌습니다. 초대 똥개를 몰 때는 운전 기술도 엉망인 상태에서 그냥 달리는게 즐거웠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운전의 기본이 잡히니(물론 지금도 기술이 뛰어나다고는 안 합니다.) 밟는게 어느 정도 즐거워졌습니다.

과거 M100에 달려 있던 타코미터와 오디오가 새 똥개로 이전을 했으며, OBD-II가 달려 있어 여기에 연비 측정을 위한 에코 게이지를 더했습니다. 또한 이 시기부터는 일반 동네 정비소를 무시(?)하고 그냥 GM 정비소로 차를 입고했는데, GM의 수리 공임이 카센터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력 관리도 제대로 되니 차라리 이게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덤으로 GM은 현기차와 달리 토요일에도 직영 센터를 여는 경우가 꽤 됩니다.) 이 시기에는 그냥 소모품 관리만 하고 큰 수리는 딱히 하지 않고 탔는데, 50,000km 가까이를 타는 동안 소모품류 교체를 빼면 크게 손을 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하나 크게 손을 본 것이 있는데, 바로 타이밍벨트입니다. 이건 이전에 교체 경력이 없고 들여올 때 마침 타이밍벨트 교체 주기여서 바꾼 것인데, 그 이외에는 점화 플러그의 교환이나 IAC의 청소 등 작은 유지보수만 하고 타고 다녔습니다. 또한 이 친구를 탈 때 중간에 광유에서 합성유로 바꿨는데, 광유로 5,000km씩 두 번 바꾸느니 합성유로 한 번 바꾸는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별 일 없었다면 이대로 쭈욱~ 탔겠지만, 1994년식 아방이를 가지고 장성으로 귀향(?)하신 아버지께서 차 관리를 제대로 할 리 없기에 이래저래 고장이 생기도 차체도 썩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차 사야겠음'이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요구 사항이 '이제 큰거 몰기 힘드니 작은거 탈래. 마티즈 II를 꽤 타봤더니 경차도 좋겠더라'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똥개를 다시 재정비하여 상납하고 말았습니다. 참고로 역시 시골에서 농업용으로 굴리다보니 현재 똥개의 상황은 여러모로 눈물겨운데, 그래도 큰 정비는 서울에 올라올 때 마다 주기적으로 해주고 있어 차체가 슬슬 썩어가기 시작한다는 점을 빼면 그래도 밟으면 잘 튀어 나가는 물건인건 사실입니다.

* 1대 아지매
- 차종: 기아 모닝 4단 AT(SA)
- 연식: 2004년
- 색상: 오렌지(O3)
- 이별 사유: 주인의 바보짓으로 R.I.P

위의 사유로 잘 타던 똥개를 상납해야 할 지경에 빠져 허겁지겁 대타를 알아보다 예산 범위에 맞는 것을 급히 업어온 것입니다. 조건은 '일단 1,000cc'였는데, M200을 타다 다시 M200으로 가긴 좀 거시기했던 면도 있습니다. M300도 고려 대상이었습니다만, 딱히 조건에 맞는 것이 없어 이걸로 고르게 되었습니다.

외형은 아무래도 연식이 있어 조금 덜 깔끔했지만 그래도 1,000cc로 차가 커지면서 실내는 조금 더 넓어지고 허리도 조금은 더 편해졌습니다. 옵션이 조금 더 좋아져 전부 수동이던 후방 윈도우와 사이드 미러 조작도 전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친구 역시 큰 정비 없이 소모품만 바꿔가며 탔는데, KIA는 GM보다는 공임을 거의 1.5배 수준으로 받아 비용 부담이 슬슬 느껴지기 시작한게 다른 정도입니다.

61ps의 극초기형이며, 차체가 꽤 무거워져 가속력은 M200을 탈 때 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탄력을 받으면 속도는 그런대로 나왔습니다. 이 역시 별 일이 없었다면 그냥 쭈욱~ 탔겠지만,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서 좌회전 중 직진 차량과 부딪히는 바람에 차량이 완전히 대파되고 말았습니다. 바닥까지 어찌된 일인지 뚫리고 네 판이 날아가는 대파를 당했는데, 다행이 몸은 매우 멀쩡했습니다.(참고로 에어백 안터진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때도 에어백은 안 터졌습니다. 하지만 안전벨트만 잘 매고 있다면 에어백보다는 이게 더 안전합니다.) 비보호 좌회전이라는게 참으로 위험하고 무모한 구간이라는걸 다시 한 번 깨달았지만 이미 사고가 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사고 이틀 뒤 폐차를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 3대 똥개(고구마 똥개)
- 차종: GMDAT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4단 AT(M300)
- 연식: 2010년
- 색상: 후쿠시마삿포로화이트(GAZ)
- 이별 사유: 그런 거 없음

바보짓으로 차 한 대를 말아먹은 뒤 이틀 뒤, 역시 급히 알아보다 이 넘을 우연히 보게 되었으며 나름대로 운명(?)같은 것을 느껴 점심에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일산까지 가서 업어오게 되었습니다. 그게 지금의 3대 똥개입니다. 2년 전 추석 직전에 이 친구를 영입했으니 이제 2년이 조금 넘었고, 그 사이에 50,000km 정도를 뛰었으니 이제는 과거보다는 뛰는 거리가 많이 줄어든 셈입니다.

M200에서 느껴지던 가벼움은 어디가고 있는대로 무거워진 친구지만(덕분에 이 친구의 문을 닫던 습관으로 다른 차의 문을 닫으면 차 부순다고 욕을 먹습니다.), 2010년대 차답게 기능면에서는 꽤 만족스럽기는 합니다. 70ps에 불과한 출력과 앞에 타고 다니던 두 친구와 같은 4단 AT(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트코 JF405E)라서 까먹는 동력 성능도 많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GM의 현역 차량이었던 만큼 기술적으로는 크게 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물론 성능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라서 이래저래 손도 보고 약(?)도 먹이고 타는 중입니다.

앞의 두 친구들과 달리 이 똥개는 조금 손을 댄 부분이 많습니다. 연료 펌프 문제가 생겨 시동이 안걸린 사태도 있었고, GM의 대처에는 매우 의심이 가지만 ECU도 한 번 말아먹어 바꾼 전력이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를 올리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GM에 입고했더니 반나절을 살펴보더니 '쓰바~ 써모스탯 나가서 미션 냉각이 안돼~ 이런거 오랜만에 봄~'이라고 하여 관련 냉각 계통을 전부 손보기도 했습니다. 덤으로 이 친구를 나름대로 밟을 수 있는 친구로 개조(?)를 해놓았는데, 약간의 스포츠 튜닝(?)과 미션오일 쿨러를 따로 설치했습니다.

이 친구의 수명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원칙을 세운게 있는데 '쓸만한 경차 터보차저 모델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수준이 될 때'입니다. 그 때 까지는 큰 사고만 없다면 있는대로 뽕을 뽑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