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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alot訴(지름|쇼핑)

캠핑용 물통(워터 저그), 이렇게 고민하여 질렀습니다

dolf 2023. 6. 28. 11:26

한여름은 봄가을보다는 덜 캠핑 시즌이기는 합니다만, 이 시즌에 특히 인기를 끄는 캠핑 기어라 하면 역시 물통(폼 나게 적으면 워터 저그)입니다. 사람은 물을 안 마시고는 오래 버티지 못하는데다, 여름은 그 물의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시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 대형마트의 캠핑 장비 코너를 보면 꼭 물통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캠핑을 갈 때 '왜 물통이 필요한가?'라고 물으면 그 필요성을 쉽게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요즘은 생수가 워낙 잘 되어 있어 그냥 마트에서 2L짜리 몇 개 챙겨가면 그만이니까요. 쓰레기가 나오는 것이 문제지만 제대로 된 캠핑장이면 분리수거 쓰레기를 버리는 데 문제가 없으니 이게 더 깔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통을 따로 살만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통을 산 김에'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 물통의 분류


사실 물통은 그 형태나 재질에 따라서 한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해볼 수 있습니다. 뭐 더 세분화할 수도 있지만 그냥 대충 제 마음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카즈미 플렉시블 워터색입니다.(카즈미 사이트에서...)

- 접이식 물통: 보통 자바라 물통이라 하기도 하는데, 자바라 식으로 접히는 형태가 과거에는 일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5L 정도의 자바라 물통은 낚시 전문점이나 다이소에서도 5,000원이면 살 수 있죠. 요즘은 아예 저 사진처럼 잘 접었다 펴면 20L 정도까지도 들어가는 대형도 나옵니다.

이 타입의 장점은 '싸다''공간을 적게 잡아 먹는다'로 요약됩니다. 5L 자바라 물통은 5,000원 정도에 불과하고 저기 위에 올린 카즈미 20L 물통도 1만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사실 PE 재질로 그냥 대충 쓱싹 만들고 뚜껑 달아 놓은게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는지요? 그리고 안 쓸 때는 그냥 잘 말려서 쓱쓱 접어서 구석에 쳐 넣으면 그만이라 장비 쌓아둘 곳이 없어 고민인 분에게 이만한 메리트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싸고 좋기만 한 것은 없는 법. 단점 역시 꽤 있습니다. 먼저 내구성이 형편없습니다. 얇은 PE 재질의 비닐백의 내구성이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돌바닥에 내려 놓거나 하면 잘못하면 구멍이 납니다. 어차피 그냥 구멍나면 버린다는 생각으로 쓰는 물건입니다. 그리고 가격이 저렴한 만큼 마감도 형편없어서 뚜껑에서 물이 새거나 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래서 물을 싣고 갈 때 이 부분에서 물이 새는 경우가 있기에 취급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냥 물통을 싸게 한 번 써보고 싶다, 소모품이어도 좋으니 최대한 자리 안 차지하는 것을 쓰고 싶다는 분께 적합한게 이 스타일입니다. 마실 물이 아니더라도 요리용 식수를 많이 가져가야 하는 상황에서 예비용으로 갖고 있어도 좋습니다.

Naturehike 12L 스퀘어 워터 컨테이너(Naturehike Canada에서.)


- 말통(제리캔): 흔히 말하는 '물통'이나 '기름통'의 개념에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제리캔이라는 이름은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인을 비하하는 말인 제리(Jerry)에서 온 것인데, 독일에서 만든 통이라 그렇습니다. 원래는 기름통이었는데, 크기도 적당하면서 내구성도 좋아서(보통 옆에 X자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측면 내구성 향상을 위한 것입니다.) 연합군에서도 다들 베껴 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수터 말통으로 유명한 형태죠.

여기에 아랫부분에 구멍을 뚫고 레버 하나 달면 그냥 워터저그가 되는데, 이 구조 역시 접이식만큼은 아니지만 가격은 저렴한 편입니다. 용량에 따라서 다르지만 20L 정도의 대형도 2만원대 초중반 정도면 살 수 있습니다. 재질이야 그냥 접이식 물통 재질을 더 단단하고 두껍게 만든 것이라 원가가 훨씬 더 들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두껍고 튼튼해졌기에 정말 소모품 수준인 접이식 물통보다는 확실한 내구성이 보장됩니다. 추락사만 시키지 않으면 파손 위험은 매우 낮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석유통이 아닌 처음부터 식수통으로 나왔으니 안전 역시 걱정할 것이 없죠. 가격이 올라간 만큼 완성도도 높아져 물이 샐 위험도 좀 적습니다.

단점이라면 접을 수는 없으니 공간을 그대로 차지한다는 것, 그리고 아래에서 말할 보냉형과 달리 물통 자체에 보냉성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여기에 얼음을 넣어도 금방 녹습니다. 그래서 물을 시원하게 보관하여 마시겠다면 그리 적합한 형태는 아닙니다. 대신 많은 양의 물을 저렴하게, 그러면서도 용기 내구성이나 편의성도 확보하면서 쓸 수 있기에 시원하게 마실 물을 바로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요리용 식수를 계속 가져가야 하는 상황에 적합합니다. 또는 봄/가을/겨울처럼 보냉성이 덜 중요한 계절의 마실물 보관용으로 충분합니다.

Stanley Water Jug 2L(Stanley 사이트에서.)


- 보냉형: 이쪽은 역시 곧 죽어도 Stanley겠죠. 마트 가도 다 이걸로 도배되어 있고, 감성 아이템으로도 사실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일단 폼이 나죠.^^

이 타입의 장점은 당연히 보냉성입니다. 그냥 찬 물이면 한나절, 얼음으로 꽉 채우면 이틀까지도 버팁니다.(Stanley 기준) 집에 정수기가 있다면 물 넣고 얼음 왕창 투입해서 가져가면 굳이 현지에서 생수를 안 사도 됩니다. 생수를 사도 어차피 금방 덥혀지고, 얼음생수를 사면 좀 더 버티기는 하겠지만 그래봐야 하루 정도에 이건 원할 때 찬 물을 마시기가 좀 불편한 만큼 야외에서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찬 물을 마시고자 한다면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보냉성에 올인한 결과 나머지는 전부 단점이기도 합니다. 일단 비쌉니다. Stanley 딱지가 붙어 있어서 비싼 것도 있지만, 다른 브랜드의 보냉형 워터 저그 역시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아서 6~8만원대는 기본으로 찍힙니다. 이 가격에 비해 용량 역시 작은데, Stanley의 경우 보통 커봐야 7.5L급 정도가 일반적입니다. 스노우라인에서 20L급이 나오기는 하는데 가격이 13~15만원대라 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딱 마실 물 정도만 담아 가는 용도이며 요리용 식수까지 저장할 정도의 여유는 없습니다. 또한 대부분 원형 디자인이라 차량 적재 효율이 좀 떨어지는 작은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타입의 물통은 감성 + 물과 얼음을 집에서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는 환경 + 딱 마실 물만 시원하게 마시고자 할 경우 좋은 선택이 됩니다.


하여간... 지금 시중에서 팔리는 워터 저그는 대충 이런 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저는 가장 가운데의 말통 타입을 골랐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 요리용 식수까지 쓸 것을 전제로 함: 대체로는 물을 쓰는 데 큰 지장이 없는 곳으로만 캠핑을 가지만, 개수대가 멀어서 설겆이가 아니라면 거기까지 가기 매우 귀찮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요리용 또는 간단히 손에 물을 묻힐 정도의 물을 보관해둘 목적까지 고려하여 어느 정도 넉넉한 용량이 필요했습니다.

- 보냉성은 불필요: 그 이유는 아래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제빙기가 있는데 굳이 음용수의 보냉성을 따질 필요가 없죠. 그냥 얼음 넣고 좀 있으면 시원해집니다. 식수 말고도 음료나 맥주 냉각에도 쓸 수 있으니 사실 제빙기가 있다면 보냉형 워터 저그는 용도가 겹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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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정도의 내구성: 과거에는 접이식 워터 저그를 써 보았지만 워낙 저열한 마감때문에 구멍도 나고 뚜껑에서 물도 새서 차 바닥이 중랑천(?)이 되기도 하는 등 여러 문제를 겪어서 이번에는 어느 정도의 내구성과 완성도를 지닌 물건을 찾았습니다.

- 식수 가격에 대한 부담이 없음: 그냥 집 근처 산만 올라가도 약수터가 있어서 물 가격 부담이 없습니다. 물론 차를 댈 자리가 없다보니 새벽 6시 정도 전에 후딱 가서 물을 떠와야 하는 점이 문제입니다만.

Blacksmith 12L 워터저그

그래서 고른게... 이 물건입니다. 사실 '마데그룹'물건이라서 이와 동일한 디자인의 다른 브랜드 물통도 많이 파니 대충 이런 형태의 것의 특징이 이렇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걸 2만원을 주고 샀는데, 이게 12L도 있고 20L도 있으며 가격 차이가 몇 천원 나지 않습니다만 12L를 고른 이유는 수납성 때문입니다. 경차에 트렁크와 뒷자리까지 다 꽉 채워야 2인 세트(텐트, 테이블, 의자, 식기 및 공구류, 침구, 식품. 여기에 여름에는 에어컨 및 선풍기 추가.)가 나오기에 공간에 여유가 없어서 그냥 딱 1박으로 쓸 물건(1인당 식수 2L, 나머지는 조리용 및 제빙용)을 고른 것입니다. 생긴건 그냥 전형적인 제리캔 형태입니다.

그냥 물통으로도 쓸 수 있게 밸브가 아닌 그냥 마개도 있는데, 말은 석유통으로도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석유통은 더 싼 것도 많으니 굳이 이걸 쓸 필요는 없겠죠. 캠핑을 안 갈 때 이 모드로 쓸 경우는 장기 보관용 아니면 본가에서 간장 담글 때 쓸 물을 떠오라 할 때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저 위의 캡이 무엇인지는 다 아시겠지만, 물이 잘 나오지 않거나 불안정하게 나올 때의 공기구멍입니다. 먼지가 최대한 안 들어가게 하기 위한 배려입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싼 물통은 이런 거 없습니다.

이걸 워터저그로 쓸 때는 이런 식이 되는데, 밸브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레버식으로 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밸브식을 고른 이유는 레버식은 레버가 눌려 물이 줄줄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 중 이 꼴을 당해 보았기에 이럴 걱정이 없는, 쓰기는 좀 불편해도 신뢰성이 있는 방식을 고른 것입니다. 호스는 이런 식으로 수납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