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스 캐리어님 덕분에 인류는 푹푹 찌는 여름의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나라의 문화와 경제 구조를 바꾸는 대발명이라 괜히 싱가포르의 독재자(?) 리콴유 전 총리께서 에어컨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칭송한 것이 오버는 아닙니다. 전기 요금의 공포가 따르는 물건이지만, 어느 정도 지갑을 열면 삶의 질이 확 달라지는 것이 이 에어컨입니다.
그렇지만 있어도 못 쓰는 상황이라면 그만큼 슬픈 일도 없습니다. 에어컨은 TV같은 다른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리모컨으로 켜고 꺼야 하는데, 그 리모컨의 범위라는 것이 적외선(IR) 범위 이내라 집에 사람이 있어야 켜고 끌 수 있습니다. 상시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있다면 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혼자 사는 사람은 답이 없습니다. 집에 가면 32~34도의 후끈한 열기가 기다리는 그 맛(?)은 피곤한 저녁 일상을 더 늘어지게 만듭니다. 그런 줘도 못 먹는(?) 에어컨을 집 밖에서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하면 솔로의 여름 저녁의 삶이 한결 나아지겠죠? 오늘은 그 물건을 소개합니다.
사실 대단한(?) 물건이 아닌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 리모컨이라는 것입니다. 개념은 꽤 간단한데, 원격 제어하는 청소기 등과 기본은 같습니다. 즉 범용 리모컨에 인터넷(무선)과 연결하는 기능을 더하고, 전용 서버와 연결하여 사용자가 이 서버(앱)에 특정 신호를 보내라고 명령을 내리면 인터넷을 통해 그 명령을 수신하여 해당 리모컨 신호를 뿌리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물건을 쓰려면 두 가지 조건이 반드시 갖춰져야 합니다.
* 2.4GHz Wi-Fi 규격으로 연결되는 무선 인터넷 환경: 5GHz 전용 무선 인터넷 환경은 쓸 수 없으며, 상위 단계에서 인터넷이 늘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 전용 앱: 안드로이드 또는 iOS용 전용 앱 설치 및 서비스 가입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이번에 구매한 것은 앱온이라는 브랜드의 제품인데, 사실 개념 자체는 대동소이하기에 꼭 이 제품이 아니더라도 다들 비슷합니다. 저렴한 것은 2만원 전후에도 살 수 있습니다. 제품 자체의 리뷰나 후기라기보다는 이런 물건이 어디에 쓸만한지를 다루는 내용입니다.
사실 모든 설정은 인터넷 및 전용 앱을 통해 이뤄지기에 구성품은 별 것이 없습니다. 보통 본체와 전원 케이블, 설명서 정도만 주며, 설명서가 좀 쓸데없이 복잡합니다. 다만 저 설명서에도 모든 내용이 다 담겨 있는게 아니라서 실제 구체적인 사용법을 마스터 하려면 삽질(?)은 피할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저 설명서는 '최초 장치 동기화' 방법만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생긴건 그냥 동그랗거나 네모난, 도대체 어떻게 작동할지 감이 안 오는 물건입니다. 사실 그렇게 복잡한 물건은 아닌데, 무선으로 리모컨 작동 명령을 받으면 저 테두리 부분에 밀집된 적외선 센서로 360도 전체에 리모컨 신호를 뿌립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천장 중앙부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리모컨 신호를 수신하는 장치와의 사이에 큰 장애물만 없다면 어디에 놓아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연결 자체도 무선으로 해버리기에 저 안 쪽에 전원 케이블만 연결해주면 됩니다. 안 쪽의 버튼은 설정 자체를 초기화하는 리셋 기능이며, 전원을 연결한 상태에서 오랫동안 누르면 모든 연결이 초기화되기에 다른 곳에서 쓰려고 하는 경우 등은 이걸 눌러 초기화를 해주면 됩니다.
설치 자체는 정말 간단한데,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제가 쓰는 앱온 제품은 Smart Life라는 범용 앱을 사용하는데, 저 리모컨 말고도 국내에 이 앱을 쓰는 리모컨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를 하고 회원 가입을 하면 일차 관문은 통과합니다.
스마트 리모컨으로 지원하는 것은 의외로 많습니다. 여기서야 에어컨 제어용으로 쓰지만, 무선 지원을 하는 전등이나 스마트 플러그, 카메라, 스피커 등도 제어가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이들 스마트 가전을 직접 연결하는 것이 아닌 범용 리모컨을 통해 제어하는 것이라 일단은 멀티 리모컨으로 설정을 잡아야 합니다.
또한 위에서도 적었지만, 이런 기기는 기존의 2.4GHz 무선 LAN 규격으로만 연결이 됩니다. 속도가 빠른 5GHz 대역을 사용할 수는 없기에 공유기에서 2.4GHz AP 모드가 설정되어 있는지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또한 최초 설정 시에는 이 설정을 하는 휴대전화나 태블릿 역시 같은 2.4GHz 무선 네트워크에 접속해야 합니다. 설정이 끝난 뒤에는 5GHz 무선 LAN에 휴대전화를 붙여도 문제는 안 됩니다.
이렇게 리모컨을 네트워크에 붙이면 그 다음 할 것이 실제 리모컨의 추가입니다. IR 리모컨을 쓰는 사실상의 모든 것들을 갖다 붙일 수 있습니다. 즉 TV나 셋톱박스, 오디오 등도 이걸로 제어가 됩니다. 사실 에어컨만 제어하기에는 아깝기는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리모컨으로 원격으로 제어할만한 것이 에어컨 아니면 TV(셋톱박스) 뿐이기에 일단 이 목적에 집중하는 것이 낫습니다.
웬만한 제조사들은 프리셋이 있어 이걸로 설정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삼성과 LG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위니아, 캐리어 등)는 프리셋 설정으로 완전 작동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리모컨 제조사의 주장입니다. 이 경우 수동으로 리모컨의 신호를 학습시키는 삽질(?)이 필요합니다.
사실 LG나 삼성 제품이라고 해도 에어컨에 따라서 기능이 다르다보니 일부 기능은 작동을 안 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공기청정 기능이 없거나 풍속 조정이 두 단계로 되어 있는데 리모컨에는 이 기능이 있다고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없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이 경우 이 명령은 무시되는 만큼 보통은 큰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딱 맞춤으로 쓰고자 한다면 실제로는 커스텀 설정을 해줘야 합니다. 이게 좀 머리가 아픕니다. 저도 30분 정도의 삽질(?)을 거쳐, 그랬음에도 일부 설정은 그냥 최적화를 포기하고 써야만 했습니다. 사실 기본 기능만 잘 작동하면 되니까요.
■ 응용을 해보자
하지만 여기에서 조금 더 머리를 쓰면 응용(?)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설정만으로도 에어컨을 외부에서 원격으로 켜고 끄고, 온도 및 작동 모드를 지정할 수는 있지만 매번 이걸 수동으로 하기는 귀찮죠. 그걸 매크로로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메인 메뉴에서 '시나리오'라는 메뉴를 열면 이러한 매크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특정한 일자나 시간, 조건에서 정해진 신호를 보내도록 할 수 있는데, 이걸 쓰면 수동으로 에어컨을 켤 필요 없이 퇴근 시간이 어느 정도 일정한 경우 그냥 미리 정해진 시간에 에어컨을 켜둘 수도 있고, 반대로 출근하면서 깜빡 잊고 에어컨을 켜놓고 갔을 때 특정 시간에 끄기 신호를 보내 빈 집에 에어컨이 팡팡 돌아가는 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솔로가 사는 집에서 이 두 가지 설정은 몸을 편하게 하고 전기요금을 잡을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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