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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는 대한뉴스(4) -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전투기를 보았나?

dolf 2023. 8. 22. 02:00

음... 오늘은 좀 특이한 동영상 하나를 보며 시작합니다. 아, 오늘은 썬글라스 박 각하나 전대머리, 런승만 각하를 까는 내용은 안 나오니 이 분들(전대머리는 '분'이라는 단어를 쓰기 매우 싫습니다만)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PS2로 출시된 슈팅 게임, ACE COMBAT 5의 마지막 미션인데, 중요한건 1분대에 나오는 이륙 장면입니다. 전투기가 고속도로에 주기되어 있다 고속도로를 달려 이륙하는 장면인데,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긴급 출격 장면을 연출한 것이지만, '활주로가 아닌 고속도로에서 전투기가 이륙할 수 있음?' 이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텐데, 정답은 '되는데요'입니다. 실제로 고속도로는 그 목적으로 만들기도 하거든요. 오늘 대한뉴스는 바로 이 '활주로가 되는 고속도로' 이야기입니다.


이 영상은 1975년 7월, 그러니까 경부고속도로 완전 개통 후 약 5년 정도가 경과한 시점입니다. 사실 이 당시는 상대적으로 이용 차량이 좀 적기도 했지만, 당시 시대가 썬글라스 박 통치 시대, 그것도 그냥 보통 시절이 아닌 그냥 별의 별 이유로 감방에 가두고 고문해도 OK였던 긴급조치 시대였기에 고속도로를 통으로 막고 이런 훈련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영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말 전투기가 뜨고 내렸습니다.

 

사실 전쟁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은 늘 '비행장 폭격당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달고 삽니다. 실제로 육군과 달리 공군은 비행장이 박살나면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전락하니까요. 그래서 군 비행장 이외에 민간 비행장을 언제든지 쓸 수 있게 협의하고 연습하며 이것들도 작살날 경우를 대비한 플랜 C를 준비해 두는데, 그 플랜 C 이하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속도로의 이용입니다. 나머지는 비포장 평지 가운데 좀 평평하고 넓은 땅을 예비로 두는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제주 알뜨르 비행장입니다. 지금이야 그냥 일제시대 유적이지만, 이 땅은 지금도 국방부가 소유하고 관리하는데 다 이런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대한민국만 유별난 것이 아니라 소련의 위협이 은근히 발생하는 스웨덴같은 국가에서도 이런 컨셉으로 전투기를 만듭니다. 현행 모델인 JAS 39의 경우 이륙거리는 다른 소형/중형 전투기와 비슷하지만 착륙거리가 F-16같은 기체의 2/3 수준인 600m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나라는 대놓고 산 속에 파놓은 지하 격납고에서 발진, 고속도로에서 착륙 후 재이륙을 전제로 하여 좀 극단적인 항공기 설계를 합니다. 대한민국은 이 점에서는 꽤 양반인 나라죠.

 

당시 북한 공군이 대한민국 공군보다 질적으로 크게 떨어지지는 않은데다, 민간 공항도 적어서 비행장이 폭격을 맞거나 CBRN 공격을 받아 일시적으로나마 무력화되는 상황은 늘 군 윗선의 고민거리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고속도로도 만들었겠다, 이런 데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지요? 실제로 경부고속도로는 설계에서 이 목적을 어느 정도 갖고 지였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성환활주로의 흔적입니다. 사진 가운데 네모난 빈 땅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주기장 부지입니다.


물론 전 구간을 이렇게 할 수는 없으니 평평한 일부 구간만 이렇게 지정했는데, 이런 비상활주로 목적의 고속도로 구간에는 저기 대한뉴스처럼 고속도로임에도 중앙분리대(화단)를 아예 안 두고, 옆에는 좀 넓은 공터를 두었습니다. 이 공터는 전쟁 시 전투기나 수송기의 주기장 역할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여기에 주유도 하고 무기도 바꾸고 긴급 정비도 하는 것이죠.


과거에는 경부고속도로에도 이런 구간이 꽤 있었습니다. 대표적인게 지금의 신갈JC 주변에 있던 신갈활주로, 북천안IC 주변에 있던 성환활주로, 서울산IC 근처에 있던 언양활주로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군공항이나 민간공항이 더 늘고, 북한보다 우리나라의 군사 능력이 더 강해지면서 굳이 언제 쓸지도 모를 비상활주로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경부고속도로는 지속적인 확장 요구가 있어 더욱 그랬는데, 대다수의 비상활주로 부지는 이렇게 도로 확장이나 IC 건설 등에 쓰여 사라졌습니다. 다만 경부고속도로를 가다 이상한 부분에 좀 넓은 땅이 도로에 딱 붙어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런 비상활주로 부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도 법적으로 비상활주로는 남아 있는데, 대신 통행량이 많은 고속도로들은 다 지정 해제가 되고, 상대적으로 통행량이 적은 국도 가운데 몇 곳에 이런 곳이 있습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중앙분리대가 없거나 플라스틱 이동형으로 되어 있고 중간에 딱 붙은 넓은 빈 터가 있습니다. 일단 대외비 이상 사항이니 그냥 알아도 모른척~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 대한뉴스에서 보는 오늘의 교훈

 

- 대한민국은 아직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 도로를 가다 좀 수상한 느낌이 드는 구간이 나와도 따지지 말고 그러려니 넘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