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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는 대한뉴스(1) - 화폐개혁, 박정희 각하(?)는 무엇을 노렸나?

dolf 2023. 8. 9. 13:00

대한민국 건국 이래 현재까지 가장 잘 갖춰진 영상 매체를 꼽으라면 바로 '대한뉴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극장에서 상영할 목적으로 매주 만든 이 작품(?)은 세상이 돌아가는 일이나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할 내용을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보존 역시 잘 되어 있어 지금까지도 참고 자료로서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프로파간다 목적으로 만든 것이기에 지금 시점에서는 정부의 시커먼 꿍꿍이속이 훤히 보이는 것도 있으며, 시대를 잘못 읽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을 소개하는 등 지금에 와서는 코미디로 전락한 것도 있습니다. 이 기획(?)은 대한뉴스 속에 숨은 정부의 꿍꿍이 속을 들여다 보고,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예. 사실 맨날 캠핑 이야기와 정부 까기만 할 수 없으니 포스팅 채우기 목적도 있는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언젠가 꼭 해야지... 이랬던 기획이기도 한건 사실입니다.^^


 


지금의 60대 이상이 아니고서는 우리나라에서 '화폐개혁'을 살아 있을 때 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화폐개혁이라는 단어는 학교에서 배우기는 하지만 도대체 이게 뭐하는 것인지 체감이 안 오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냥 '화폐 단위나 단위수를 바꾸는 것 아님?'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화폐개혁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집니다.



첫 번째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인플레이션 억제'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돈은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한국은행권'입니다. 정부가 돈을 찍는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이 국채를 중앙은행이 매입하여 그 대가로 돈을 찍어서 뿌리는 구조입니다. 정부가 자기가 쓸 돈을 마련한다고 세입을 생각치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뿌려 나라를 망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인데, 문제는 돈의 단위가 커지게 되면 통화팽창이라고 하여 인플레이션이 더욱 가속화된다는 점입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수치적으로 늘어나기에 돈의 가치는 더 떨어지고 반대로 물건의 가치가 올라 인플레이션이 더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 문제는 훨~~~씬 복잡하지만, 그냥 대충 적으면 이런 개념입니다.

사실 돈이라는 것은 '가치의 보증'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에 이 보증 상황에 따라서 실제 돈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사용된 금속의 가치 = 돈의 가치였던 과거에는 그 금속의 시장 가치 이상을 나라에서 강제하려 한 것은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조선 말기의 당백전이 그야말로 폭망했던 것도 금속 가치에 비해 터무니 없는 가치를 정부에서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금태환제도 없으니 정부의 신용이 돈의 가치가 되는데,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으면 이 정부의 신용도 흔들립니다. 이 때 물가를 잡는 방법으로 돈을 시중에서 중앙은행으로 회수하는 전략을 쓰는데, 화폐개혁은 일단 기존의 모든 돈을 중앙은행으로 회수하는 형태가 되기에 효과는 꽤 좋습니다.물론 나라에서 돈을 생각없이 팡팡 쓰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만.

두 번째는 첫 번째의 연장선이지만 '지하경제의 축소'입니다. 보통 화폐개혁은 구권(옛날 돈)과 신권(화폐개혁 후 새 돈)의 교환 기간에 제한을 두고, 거액의 교환에는 돈의 출처 등을 따지게 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구권의 유통을 금지시켜 돈을 고의로 휴지조각으로 만듭니다. 그 돈의 출처를 분명히 밝힐 수 있다면 당연히 문제가 없지만 범죄를 통하여 얻은 것과 같은 지하경제의 자금은 쉽게 전환이 어렵습니다. 돈세탁이 괜히 어려운게 아닙니다. 완전한 범죄를 통해 얻은 자금은 이런 식으로 없애버릴 수 있고, 불법 사금융 등은 이 기회에 합법적인 금융업으로 전환을 시켜 양성화를 시킵니다. 지하경제에 파묻힌 돈을 지워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줄이고, 그나마 인정해줄 수 있는 것은 법의 테두리 안으로 가져와 제어하게 만드는 것이 두 번째 화폐개혁의 목적입니다. 덤으로 단위가 작아서 시중에서 돌지 않고 묵혀두고 있는 돈(동전 등)도 이번 기회에 쓸어버릴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목적 이외에 정부가 꿍꿍이를 가지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는 오히려 이 꿍꿍이가 더 클 수도 있죠. 위의 두 가지 목적에 의거하여 합법적인 경제 범위에서 유통되는 모든 돈 또는 지하경제의 자금이라도 양성화를 하겠다고 자처한 돈은 화폐개혁과 함께 정해진 교환 비율로 무제한 교환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무제한 교환을 안 해주거나 제한을 두는 경우들이 간혹 있습니다. 이 때 정부의 꿍꿍이는 '민간의 합법적인 돈도 강제로 빼앗아 태워버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 또는 '정부에서 마음대로 쓸 돈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전부 정부가 스스로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국민들의 돈을 빼앗는 셈이 되며,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화폐개혁의 원래 존재 이유는 하나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다고 하지만 시장의 보이는 손도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2009년에 북한이 했다 제대로 말아먹은 화폐개혁이 딱 이랬습니다. 1인당 현금 교환액을 제한해두고 그 이상의 돈은 은행에 강제 예치시켰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은행에 예금을 한다는 의미는 '조선로동당, 그리고 김씨 패밀리에게 그냥 돈을 헌납한다'는 뜻으로 예금한 돈을 사실상 찾을 수 없습니다. 즉 시중에 풀린 돈의 대부분을 정부(로동당)가 먹겠다는 극악의 놀부심보를 보인 것입니다. 당연히 목적이 이랬으니 인플레이션을 잡기는 커녕 오히려 휘발유와 신나, 심지어 LPG와 수소까지 퍼부은 셈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북한 민간 경제는 박살이 났고, 그 북한에서 경제 정책 실패를 인정하게 만들었습니다.

1962년에 썬글라스 박 각하(당시는 의장이군요.)께서 수행한 화폐개혁은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유감스럽게도 똑같이 시커먼 꿍꿍이 속을 보였습니다. 그나마 대한민국은 은행에 예치한 돈을 나라에서 그냥 무작정 꿀꺽하는 나라는 아니었기에(정말 나라에서 이 짓을 한 독일과 일본은 지금도 국민이 은행에 갖는 신용이 낮아서 개인 금고가 잘 팔리고, 민간 경제에서도 현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냥 예금에서 일부 인출을 제한하는 선에서 그치긴 했습니다.

 

전체 화폐개혁으로 교환한 돈의 5% 정도의 예금을 봉쇄계좌로 하여 정부에서 세우는 기관(산업개발공사)의 주식으로 바꿔준다고 했는데, 억지로 정체 불명의 공기업 주식을 사게 된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는지요? 여론이 악화되는 꼴을 보자 방침을 바꿔서 봉쇄계좌의 돈을 2~3년짜리 인출 불가 정기예금으로 바꿔서 이자까지 쳐 준다고 했는데 그 조차 시장에서 '이럴려고 쿠데타했냐, 개객기들아~'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기 대한뉴스를 보면 '퇴장자금'을 계속 운운하는데, 지하경제나 돌지 않고 묵혀두는 자금을 의미하는 퇴장자금을 잡겠다고 화폐개혁을 했는데, 실제 화폐교환을 끝내고보니 퇴장자금이 거의 없더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시중에 돈이 넘쳐나서 인플레이션이 생기는게 아니라 시중 경제는 당장 쓸 돈만 겨우 굴러다니는 수준이고, 인플레이션은 그냥 시중에 물건이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었던 셈입니다.

실제적으로 저기 대한뉴스 뒤에서도 나오는 '산업자금' 운운이 실제로 썬글라스 박 각하가 화폐개혁으로 얻으려 했던 실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정부가 세입이나 국채가 아닌 수단으로 국민의 돈을 마음대로 끌어다 자기 멋대로 쓸 목적으로 한 것이 당시 화폐개혁이었던 것입니다. 그 멋대로 쓸 목적이 일단 명분상으로는 산업 육성이긴 했습니다만(물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떼어 먹을지는 뭐 상상에 맡깁니다.), 국민들도 당장 쓸 돈이 없어서 죽겠는데 그 돈을 정부에서 마음대로 묶어둔다고 하면 가만히 있을 수 있을지요? 실제로 시중에 돈이 말라서 있는 기업들도 망하기 직전 상태에 몰렸고, 결국 시장의 압박에 썬글라스 박 각하도 이 봉쇄계좌를 포기하고 맙니다. 그렇지만 나라에서 순수한 목적이 아닌 국민의 돈을 제멋대로 묶어두려는 시도를 하며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적지 않게 손상되었고, 인플레이션 기조 역시 이어져 본래의 통화개혁 목적이어야 할 인플레이션 감소 및 지하경제 흡수는 대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무엇보다 화폐개혁 직전에 금융계를 덮친 증권 파동 자체가 정부에서 일으킨 사건(박정희 개인 축재 + 공화당 창당 자금 확보)이기에 썬글라스 박 각하 개인 및 그 추종자들이 망치는 데 기여한 경제를 이유로 국민에게 돈을 더 뜯어내려 한 꼴이 되었습니다. 커다란 움직임에는 늘 보이지 않는 검은 높으신 분들의 꿍꿍이가 숨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건강한 민주시민이라면 이러한 부분에도 늘 신경을 쓰고 살아야 합니다.

■ 대한뉴스에서 보는 오늘의 교훈

- 민간의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은 생각보다 무섭다.

- 나라에서 하는 큰 사업의 뒷면에는 늘 높으신 분들의 검은 흉계가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