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근혜 각하께서는 지금도 대한민국을 깽판으로 만들고 계시며 이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일단 오늘은 좀 다른, 가벼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은 대한뉴스를 핑계로 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봅니다. 신 쌍팔년도, 즉 1988년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이 본격적으로 민주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그런대로 먹고 살게 되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선포하는 자리나 마찬가지였던 서울 올림픽 시절 이야기입니다.
학살자 전대머리에 대해서는 욕할 거리가 넘쳐나지만, 그나마 대한민국 사람들, 특히 서울 사람들에게 욕을 안 먹는 정말 손꼽을만한 것을 꼽는다면 바로 '한강종합개발사업'을 들 수 있습니다. 지금 한강변의 모습과 이미지가 바로 이 때 큰 틀이 잡힌 셈입니다. 이 사업이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가카'의 4대강 사업과 비교하면 그 문제점은 귀여운 수준이죠.
이 프로젝트는 1982년에 시작되어 1986년에 완료되었는데, 일단 그 계기는 서울 올림픽입니다.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도시에서 젖줄인 강이 그야말로 형편없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지금도 서울시계의 한강물은 좋게 말해도 깨끗하다는 말은 하기가 어려운데, 1980년대는 말도 못 할 지경이었습니다. 하수 처리 시설은 부족하여 지금과 비교할 수 없게 한강물은 더러웠고, 특히 중랑천쪽은 세제 거품이 둥둥 떠다닐 지경이었죠.(사실 이건 1990년대에 가서야 해결되는데 하수처리장 증설과 합성세제 기술의 변화, 세탁 방식의 변화가 큰 원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장마때면, 태풍이 몰아치면 한강 주변은 그냥 물에 잠겼습니다. 지금도 서울에서 수해는 나지만 주로 배수 능력 부족이 문제라면 그 당시에는 그냥 한강이 넘친겁니다.
더럽고 활용도도 낮고 비만 오면 데미지만 주는 한강 상황은 전대머리가 봐도 이건 아니라 볼 수 밖에 없죠. 그리고 남 눈치를 보는 전대머리가 올림픽을 유치해 놓고 이런 한강을 외국인에게 보여주긴 더욱 싫었구요. 그래서 이 한강을 싹 갈아 엎는 계획을 세우는데, 대충 그 내용은...
- 하수처리장 신설: 다른건 몰라도 일단 물이 더러우면 외국인들이 싫어할테니 물 자체를 최소한 덜 냄새나게 만드는 목적으로 하수처리장을 더 늘렸습니다. 현재의 서울 4대 하수처리장인 난지, 서남, 중랑, 탄천이 이 때 생겼습니다. 사실 하수처리장은 기계 시설이 많아서 돈을 많이 잡아 먹었는데, 관련 예산의 절반 이상을 여기에 박아 넣었습니다.
- 한강공원 개발: 사실 이전에도 한강변 모래톱이 유원지 비슷한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이 부분이 워낙 높이가 낮아서 비만 좀 오면 그냥 홍수 피해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둑을 쌓아서 높이를 왕창 높여 버리는 김에 거기에 흙을 퍼부어서 공원을 만든 것이 당시 고수부지, 지금의 한강공원입니다. 이 부분은 21세기에 들어서 좀 욕을 먹는데, 당시 자연 환경 등을 그냥 싸그리 무시하고 그냥 시멘트로 덮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친환경 그딴 거 생각할 겨를이 없긴 했죠. 저기 위의 대한뉴스에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한강공원입니다. 지금도 나름 훌륭한 공원 역할을 하고 있구요.
- 한강 준설: 어느 정도는 한강공원 개발과 연계되는데, 사실 한강이 넘치는건 유량이 어느 정도 기본으로 유지되면서 높은 하상계수 덕분에 홍수 때 이를 감당하기가 영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강변에 둑을 쌓아서 어느 정도 홍수 대비를 하면서, 물을 더 많이 가둘 수 있도록 수심을 2.5m 정도로 고루 나오게 준설했습니다. 폭도 어느 정도는 고르게 파냈구요. 그 모래와 흙은 다 한강공원을 만드는 데 들어갔습니다.
- 유람선 띄우기: 가카의 대운하의 프로토타입이긴 한데... 가카처럼 전국을 배로 뚫겠다는 짓은 안 했고 당시는 '유람선 정도나 띄워보자'는 소소한 계획이었습니다. 한강을 준설한 것도 이 목적인데, 그렇다고 해도 한강의 하상계수가 너무 극단적이라 유량이 안정적이지 않았기에 잠실대교 아래에 잠실수중보, 지금의 수도권제1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대교 근처에 신곡수중보를 만들어 서울측 한강을 일종의 '어항' 비슷하게 만들었습니다. 서울의 한강 수위가 홍수 때 며칠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 비슷하게 유지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서 모래톱이 자연적으로 생성될 기회가 사라지고, 물고기의 이동이 제약을 받는다는 문제가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되고는 있습니다만.
- 올림픽대로 건설: 사실 강남과 영등포 개발을 하면서 한강 남쪽에도 한강변 도로망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조각조각 끊겨 있는데다 차로도 좁았죠. 김포공항에서 올림픽 경기장들이 밀집한 잠실까지 이런 길로 외국인 손님들을 못 맞이한다는 생각을 전대머리가 못 했을 리 없죠. 그래서 남쪽 한강변에 도로망을 싹 갈아 엎는데 그렇게 해서 만든게 올림픽대로입니다. 괜히 이름이 올림픽대로이며, 도로 번호가 88번 서울특별시도인게 아닙니다. 지금은 대표적인 서울의 지옥 도로지만 이 때 이 도로를 안 만들었다면 지금 서울의 도로, 특히 강남이나 여의도는 더욱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겠죠.
하여간 지금의 한강의 이미지인 넓은 폭과 한강 정모를 할 수 있는(?) 적당한 깊이, 한강공원과 주변 도로를 비롯한 시설을 만든 것이 바로 이 때의 결과물입니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은 7년이나 왕좌에 있으면서도 생각보다 큰 걸 한 것이 없는 전대머리가 확실히 공으로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결과물이자 올림픽 이후에도 후대에 내세울 수 있는 치적이기도 합니다. 학살자 전대머리는 확실히 까야 하지만, 사실 저도 이 부분은 큰 틀에서는 까지 않습니다. 정말 후대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것이 맞으니까요. 물은 깨끗하다고는 못 하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 대도시 강 수준은 되었고, 한강변은 정말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공원이 되었죠. 올림픽대로가 없었으면 지금 강변북로는... 아 끔찍해서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유람선은 한 번 타본 기억으로는 별 재미는 없었지만 하여간... 이걸 한강르네상스인지 뭔지라 하며 다섯 살 훈이 어린이께서 다 포맷하시겠다 하지만 그 평가는 뭐 그 때의 이야기가 되겠죠.
정작 그렇게 올림픽을 위해 올인한 전대머리는 1987년에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불어오는 바람을 몸으로 막으려 하다 6월의 바람에 쓸려 나가고, 결국 다음 정권을 차지한 친구 '물'에게 버림받아 올림픽에는 초대받지도 못하게 됩니다. 사필귀정이라 해야 할지 인생무상이라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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