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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는 대한뉴스(13) - 설탕, 그 대체품을 위한 노력들

dolf 2023. 10. 25. 08:45

 

인류의 역사에서 '단맛'이 일반화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보통 우리가 먹고 있는 설탕의 원재료인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설탕을 뽑아낸 역사가 그리 길지 않고(사탕수수 대량 재배의 역사는 대항해시대와 맥을 같이 하고, 사탕무까지 가면 19세기의 이야기입니다.), 그 전에는 꿀 아니면 뭔가 단맛 비슷하게 나는 식물의 즙을 억지로 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야 '엿'이라는 방법이 있기는 했는데 이건 정말 중요 자원인 곡물을 아낌없이 투입해야 하는 것이라 많이 만들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설탕, 아니 포도당이나 과당을 포함한 당분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제로 칼로리가 유행하여 별의 별 인공 감미료가 다 들어가지만, 한 때는 이 설탕이 없어서 이 설탕을 어떻게 더 많이 만들까 또는 어떻게 설탕을 대체하여 싸게 먹일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 시절의 이야기를 대한뉴스를 통해 한 번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 손에 제로 칼로리 음료를 들고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단걸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단걸 만들기 위한 노력도 나름 처절했답니다.


설탕의 주원료인 사탕수수는 그 대량재배의 역사가 대항해시대 이야기이며, 그렇게까지 대량재배가 아니었던 시절에도 있었기에 실제 설탕의 역사는 인류 역사 전체를 보면야 얼마 안 되지만 지금 기준에서는 짧은 역사는 아닙니다. 일단 고려시대부터 극소량이 들어왔던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고, 조선시대에도 문종이 모친인 소헌왕후가 병이 들어 설탕을 찾았으나 구하지 못해 나중에 설탕을 구해 혼전에 바쳤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 정도로 조선시대까지 설탕은 정말 귀중품 of 귀중품인 셈이었습니다. 당시 사탕수수는 류큐(지금의 오키나와)나 대만, 중국 본토에서는 강남 지역 정도에서나 재배하던 것이라 귀할 수 밖에 없었죠. 중국에서는 명나라때쯤 되면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어림도 없었죠.

 

사실 설탕이 그나마 대중화된 시기는 일제시대입니다. 일본도 설탕이 나오긴 나왔으나 정말 대중화된 때는 거의 19세기 말 이야기였습니다. 그래도 사탕수수 재배 성공조차 못한 한반도보다는 나았는데, 경제적으로 탈탈 털리는 입장인 일제시대였지만(식민지 근대화론 운운하는 분이 계시면 설탕 이전의 당분인 엿이나 드시라 하시면 되겠습니다. 한반도의 경제 사정은 1920년대에 눈꼽만큼 상황이 나아졌을 뿐 1930년대부터 탈탈 일제가 털어가면서 1940년대가 되면 1910년 이전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그나마 공급이 좀 되던 설탕의 단맛에 조선인들은 눈이 돌아갔죠. 추가로 냉면과 동치미의 맛을 레벨업시킨 아지노모토 맛에도 말입니다. 이 두 가지는 해방 이후 어떻게든 국산화를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아이템이 됩니다.

 

이러던 것이... 일제가 망해버리고 국내의 얼마 되지 않은 공장 시설은 다 가동 중단에 일본 본토도 엉망이 되면서 교역도 끊겨 설탕 공급이 그냥 멈춰버립니다. 이미 설탕 맛을 본 사람들의 수요는 넘치는데 말입니다. 그러다 현재의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이 1953년에 설탕공장을 세우는데, 그게 지금의 CJ제일제당입니다. 저 위의 대한뉴스가 제일제당이 동아시아 설탕 공급의 주된 경로였던 오키나와에 설탕을 수출했다는 뽕끼 섞인 내용입니다. 나름 자랑스러운 내용이긴 하죠.

 

다만 설탕의 국내 생산을 하게 되었다고는 해도 원재료는 결국 수입이라서 공급 불안정 문제는 계속 남았고, 설탕을 사치품으로 생각한 정부가 세금을 올리는 태클까지 걸면서 한참 가격이 춤을 추었습니다. 이 불안정성에 제일제당은 사업 다각화로 제분사업도 시작했고, 이후에는 조미료(즉 MSG) 사업에도 뛰어듭니다. 조미료 사업은 뭐 다시다 대성공 전까지는 만년 2등이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1960년대까지는 설탕이 명절 선물세트로 인기를 모았습니다. 지금의 스팸이나 건강식품 등의 원조라 할 수 있죠. 1970년대까지는 이렇게 가끔 설탕 가격이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설탕 공장은 우리나라에 있어도 그 원재료의 자급이 불가능한 이상 늘 불안정 문제는 남기에 어떻게든 그 대체재를 찾으려는 노력은 했습니다. 사탕무로도 설탕은 뽑을 수 있지만 효율이 영 좋지는 않고 품질도 떨어지는데다 땅은 무식하게 필요로 하기에 대한민국에서는 그냥 비트처럼 그냥 먹든가 갈아 먹든가 하는 용도로만 소량 키우는 정도죠.

 

그래서 그 대체재, 즉 인공감미료에 대한 노력도 나름 이뤄졌습니다. 사실 처음 나온 것은 당연히 '사카린'입니다만, 사실 이건 대한뉴스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사카린은 대한민국에서는 일종의 볼드모트적인 존재인데, 오랫동안 발암물질이라는 오해를 달고 살았던 것도 있지만 '사카린 밀수사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 때문이기도 하죠. 삼성이라는 재벌이 밀수를 저지른 사건 때문에 이미지가 더 안 좋아지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건 썬글라스 박 각하의 비자금 조성과도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일단 내부 증언은 있습니다.) 썬글라스 박 각하 추종자 분들이 절대적으로 부인할듯 하니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이 보다는 삼성 경영권 승계이건희에게 넘어간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중요한데, 차남인 이창희가 이 사건으로 감방에 가면서 그 원한으로 썬글라스 박에게 이 사건의 주동자가 자기 아버지라며 처벌을 요구했다 오히려 그 사실이 청와대를 통해 이병철의 귀에 들어가 이창희가 그룹에서 내쳐지게 됩니다. 또한 이 사건의 배후 조종자로 장남인 이맹희가 지목당하면서 함께 그룹에서 내쳐져 권력 서열이 낮았던 이건희가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됩니다. 나중에 제일제당은 삼성에서 계열분리를 하는데 이 때 이맹희가 아닌 그 아들인 이재현에게 넘어간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한참동안 삼성과 CJ의 사이가 안 좋았던 이유이기도 하구요.

 

사카린 이야기가 나오니까 좀 내용이 새는군요... 하여간 사카린 다음으로 주목받은 것이 스테비아입니다. 정확히는 여기에서 추출하는 스테비오사이드라는 성분인데 이걸 스테비아라고 줄여 씁니다. 지금도 스테비아는 잘 팔리고 있습니다만, 실제 보급이 된 것도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1970년대부터 이걸 국내에서 재배해서 싸게 단맛 좀 보자고 했지만 쓴 맛이 남는 문제가 있고, 이걸 추출하는 기술 개발도 어느 정도 설탕 가격이 안정화된 1980년대 이야기가 되어 사실상 물건너간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스테비아는 이후 식품 첨가물 정도로만 쓰이다(효소처리 스테비아라 써있는게 이겁니다.), 뒤에 설명할 아스파탐이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그 대체품으로 나름 자리를 차지합니다. 지금 제로 음료 가운데서도 이 스테비아 + 에리스리톨 조합을 메인으로 한 것들이 꽤 있습니다. 쓴맛이나 인공적인 맛이 좀 남아는 있지만 나름 차가운 단맛이 특징입니다.

다시 시간은 흘러... 스테비아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사카린이 그 맛의 한계 + 밀수사건으로 망친 이미지 + 발암물질 논란으로 잠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 틈을 노린 것이 아스파탐입니다. 만들어진 것은 1965년이지만 실제로 선진국에서 좀 제대로 쓰이기 시작한건 1980년대 이후입니다. 그리고 아스파탐의 대량 생산법을 개발한건 또 아지노모토입니다만.

 

그리고 이 때부터는 설탕을 아예 대체하겠다는 허황된(?) 야심이 아닌 설탕을 못 먹거나 안 먹길 원하는 사람을 위한 대안으로 나왔습니다. 설탕 공급은 충분하니 이제 이걸 대신할 필요는 없고, 슬슬 건강을 따지기 시작하면서 당뇨병 환자 등 설탕을 먹고 싶어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을 위한 대체재 및 다이어트 목적으로 어필한 것입니다. 일단 대한뉴스에 나온건 녹십자의 '그린스위트'지만 제약사가 먹는거 사업을 하는게 좀 부담스럽고 녹십자가 무슨 광동제약이나 동아제약 수준으로 식품업에 열심인 동네도 아니라 이 사업은 지금은 대상(미원)에 넘어간 상태입니다. 그리고 제일제당도 화인스위트라고 만들었는데... 사실 이 때는 둘 다 재미를 못 봤습니다. 인공감미료 소매 시장은 이제 갓 생기기 시작했던 때라서 시장 규모가 한참동안 작았으니까요.

 

아지노모토의 대량 생산법이 확립되면서 아스파탐은 인공감미료의 대세가 됩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로 음료의 대부분은 이 아스파탐 또는 아스파탐 + 수크랄로스 조합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특유의 인공적인 뒷맛이 싫어서입니다. 페닐케톤뇨증이라는 특이 유전병 환자는 섭취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 이런 분들만 아니면 문제는 없고, 굽고 끓이는 것에는 맛이 떨어져서 못 쓰지만 음료에 쓰기에는 충분하여 한참 왕좌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요즘 발암 논란 등이 있어서 지금은 위에 적은 바 있는 스테비아가 대안으로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대한뉴스가 망한 뒤 나온 물질이지만 알룰로스라는게 요즘 나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것과 다르게 주로 액상 형태로 나오는데, 단맛이 다른 인공감미료와 다르게 약한 편이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가정에서 쓰기에는 편하며 스테비아와 비슷하게 천연물질에서 발견한 것이라(그래도 만드는건 화학 공정입니다.) 비싸지만 나름 수요가 있습니다. 이걸 제대로 대량생산하는 기술이 2010년대에 나와서 정말 최신 감미료라 할 수 있는데, 아스파탐이 다시 논란이 생긴 이후부터는 제로 음료에도 수크랄로스와 섞어 쓰는 경우가 나오고 있습니다.

 

즉 대한민국에서는 사카린 < 아스파탐 < 스테비아 < 알룰로스의 순서로 인공감미료가 대중화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한 때는 설탕을 없어서 못 먹어서, 그래서 설탕을 대신하기 위해 찾았던 감미료를 이제는 살을 빼기 위해서 먹고 있는 세상입니다. 이렇게 풍족한 세상이 진짜 올거라고는 썬글라스 박 각하도 예상을 못 했겠죠. 하지만 정말 칼로리만 아니면 알룰로스고 스테비아고 저는 그냥 설탕을 먹으렵니다. 그게 가장 자연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