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 기간에 이런 뉴스가 나온 바 있습니다.
요약하면 문막휴게소에 로봇 셰프 시스템을 도입했고, 문제가 없으면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로봇팔이 있어야 로봇이고 자동화라 생각하지만, 사실 식당의 조리장에 자동화가 이뤄진 것은 최근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 휴게소의 라면만 해도 이미 한 세대 이전부터 반자동 형식의 자동화를 구축한 휴게소가 있었을 정도니까요. 몇 년 전에는 일본에서 나름 유행한(?) 중국집 볶음밥 기계가 나름 유튜브를 타기도 했죠.
그런데 이러한 식당의 자동화, 좁게 말하면 로봇화가 과연 소비자, 즉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유리한가는 좀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실 저 뉴스는 은근히 소비자들이 좋아할거라는 식으로 유도하는 모습이지만, 이 부분은 좀 따로 생각을 해야만 합니다. 이 포스팅은 도대체 왜 식당에서 자동화나 로봇화를 하려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소비자에게 유리한 일인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문막휴게소 대신 이번에 새로 개통한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북부에 있는 수동휴게소의 사례를 듭니다. 문막휴게소를 가보면 좋겠지만 연휴에 멀리 가는건 자살행위입니다.T_T 이 수동휴게소에도 문막휴게소와 완전히 동일한 Chef Robottec 기반의 로봇 셰프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AI 셰프의 손맛이라고 하는데 과연 끝내주는 맛이 나올까요? 사실 여기는 문막휴게소보다는 좀 더 극단적인 환경이라서 오히려 더 근본적인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일단 수동휴게소의 식당에 들어가면 저런 간판이 맞이합니다. 주문을 키오스크로만 받게 한 것은 요즘 휴게소들의 특성이자, 키오스크에 농락당하는 장년층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밥 먹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오늘은 이 이야기는 좀 접어둡니다. 오히려 저 위에 조리 시스템 장점이라고 세 가지 적어 놓은 것을 잘 보셔야 하는데, 사실 저 세 가지가 이 시스템의 장점이자 반대로 단점을 단점이 아닌 양 교묘히 숨겨놓은 것의 핵심입니다.
일단 저 유튜브에서 문막휴게소에서 무엇을 내놓는가 잘 보셔야 합니다. 라면과 우동, 그리고 일부 국물요리였을 것입니다. 수동휴게소 역시 즉 라면과 우동, 몇 가지 찌개류가 전부입니다. 돈까스같은 튀김류는 아예 없습니다. 위에서 적은 바와 같이 라면은 이미 한 세대 이전부터 부분적인 자동화를 시도한 분야이며, 우동은 그 보다는 적용은 늦었지만 사실 우동이 라면보다는 조리 부담이 훨씬 적기 때문에 늦어진 것이지 시스템 구현은 라면 이상으로 간단한게 우동입니다. 찌개나 국물요리는... 그냥 레토르트 끓여주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식당에서 식자재는 레토르트 활용이 많으니 그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미 자동화의 역사가 나름 있는 라면/우동이 아닌 이상에는 결국 레토르트 반조리 식자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아직 로봇화를 하기가 어렵다는 의미가 됩니다. 기술적인 난이도도 높고 복잡한 튀김류가 없는게 이런 이유입니다.
수동휴게소에서 조리한 라면(육개장떡라면)은 이렇습니다. 사실 비주얼만 따지면 그냥 보통 라면이지만 실제로는 제가 면선을 따로 풀어준 것이며, 처음 나올 때는 사각면(라면은 진라면을 씁니다.)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즉 편의점에서 한강라면을 끓이면서 그냥 재료만 넣고 조리 시작 누른 뒤 아무 손도 대지 않은 상황과 완전히 동일한 상태로 그릇에 담겨 나옵니다. 저 유튜브에도 있듯이 중간에 삼지창 비슷한 것으로 회전하여 면선을 풀어주는 공정이 있긴 한데 이게 중심에서 몇 번 돌리고 마는 것이라 사람이 손으로 면을 들어 풀어주는 것 만큼 퀄리티가 안 나옵니다. 물론 끓이면서 면을 들어주면서 풀어주는게 맛이 조금 더 낫다 하지만 심각한 맛 차이의 원인은 아니라서 비주얼만 거시기하지 맛이 더 떨어질 것은 없습니다만, 일단 저 비주얼이 그리 맛있게 안 나온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 퀄리티로 사람이 끓여줬다 하면 다들 평점 1점 줬을 것입니다.
일단 뉴스의 영상으로 볼 때 문막휴게소는 조리까지만 로봇을 사용하고 토핑(예를 들어 우동이라면 유부, 김치, 어묵꼬치 등을 주문에 맞춰 넣기, 국물요리는 파 등 생재료 얹기) 추가, 반찬 및 밥 준비 및 쟁반에 담는 마지막 과정은 전부 사람 손으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수동휴게소는 더 극단적으로 나가는데, 바로 '반찬은 원하는 만큼만' 부분입니다.
이 글자만 보면 '반찬은 셀프'로 보이지만 실상은 저 차원을 은하계 넘어 우주 끝까지 넘어갑니다. 반찬 셀프는 기본이고 '식사의 마무리 재료 토핑도, 밥도 셀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김치우동을 시키는데 그냥 우동이 나오고 알아서 옆에서 김치 퍼서 올려 드세요... 하며, 갈비탕을 시키면 갈비탕에 파는 아예 올라가지 않으며 앞에 파를 썰어 놓았으니 알아서 올려 먹으라 하는 것이며 실제로 그렇게 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 설명에 따르면 자기 식성대로 토핑해서 먹으니 좋은거 아니냐 말하지만 실상은 이러한 옵션에 맞춰 토핑을 추가하는 공정을 넣으면 기계 가격이 올라가니 이걸 먹는 사람에게 셀프로 시키는 것입니다. 밥조차 온장고에서 알아서 시킨 수 만큼 꺼내서 먹으라 하는 형태로 운영합니다. 지금까지 아무리 퀄리티 나쁜 휴게소라도 반찬 셀프는 시켜도 요리나 밥은 따로 손댈 필요가 없게 나왔지만 수동휴게소의 자칭 AI 로봇 셰프는 이걸 전부 먹는 사람보러 알아서 하라고 떠넘깁니다.
그렇다고 조리 시간이 짧거나 회전이 빠르다... 이런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이면 단축할 수 있는 조리 공정을 더 늘려서 하다보니 바쁘지 않을 때도 음식이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사람이 할 때 보다 결코 짧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리가 끝난 뒤 컨베이어 벨트 형식으로 천천히 음식이 돌아 나오는 구조라 이 마감 단계에서 시간을 더 잡아 먹습니다. 문막휴게소처럼 이 단계를 사람이 컨트롤하면 단축이 가능하겠지만, 원래료 투입 및 기계 관리만 하는 최소한의 관리자만 있는 수동휴게소에서는 이 시간을 단축할 수 없습니다.
음식이 나왔다는 호출 역시 실제 사람이 꺼낼 수 있는 위치에 오기 전 1분 전에 나오기에 너무 일찍 가면 기다려야만 합니다. 반대로 사람처럼 호출 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려주는 것이 없는 자동 컨베이어 벨트 구조라서 호출한 뒤 2~3분 이내에 오지 않으면 음식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 돌아서 나올 때 까지 다시 몇 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한가해도, 너무 바빠도 나름 문제가 있는 구조인 셈입니다.
문막휴게소처럼 일부 분야에서 부분적인 자동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수동휴게소처럼 극단적으로 자동화 & 셀프를 추구하는 환경에서 로봇 셰프의 장점이라고 써 놓은 것의 실상은 이런 셈입니다.
- 위생적인 음식 조리: 이건 식당 조리장의 기본 사항이라 자동화의 장점도 아닐 뿐더러, 사람이 적다 뿐이지 기계 트러블 방지 및 원료 투입을 위한 관리자는 계속 움직이기에 조리장에 사람은 들어가야 합니다.
- 일정한 음식맛 제공: 모든 것을 계량화하여 지정된 양만 투입하는 로봇 조리의 특징이자 레토르트 반제품을 끓여 제공하는 특성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사항입니다. 사실 사람도 레시피대로만 하면 일정한 음식맛 제공이 당연히 가능하며 오히려 재료 사정에 따른 최적화라는 기계가 못 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맛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사람이 조리하는 것 보다 맛있다는 말은 저기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저 위의 라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충대충 일하는 사람의 퀄리티가 나옵니다.
- 반찬은 원하는 만큼만: 위에서 욕을 한 바가지 퍼부었듯이 이는 원가 절감용으로 일부 조리 공정(고명 추가) 및 상차림을 먹는 사람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을 좋게 말한 것 뿐입니다. 또한 토핑 자율은 식성에 따른 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는 반면 반대로 이걸 잘못 조정하면 그야말로 일정한 음식맛 보장이 안 되는 상황을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왜 로봇 셰프같은 자동화를 식당에서 하려 할까요? 당연히 비용의 문제입니다. 로봇 셰프의 적용으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그리고 유일한 장점은 당연히 조리 인원의 최소화입니다. 원재료의 준비 및 계속 기계를 감독하고 재료를 채워줄 사람은 필요하지만 순수 조리 인원은 꽤 줄어듭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얻는 단점은 훨씬 많은데, 정말 로봇 셰프에 의존하기만 하면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극히 제한될 뿐더러 퀄리티 유지는 몰라도 나오는 음식의 퀄리티가 높다고 하기는 또 어렵게 됩니다. 여기에 자율 토핑을 내걸어 로봇화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 토핑 공정 및 밥 제공, 상차림(쟁반차림)을 전부 셀프화시켜 식당 이용객을 반 노동자로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주유소는 셀프로 가면서 눈꼽만큼이라도 기름값을 내렸지만 식당은... '그런 거 없다'입니다.
로봇에 최적화된 조리를 제외한 분야는 조리사를 따로 두고, 문막휴게소처럼 마지막 공정(마무리 토핑, 반찬 및 밥 준비, 쟁반에 상차림 등)을 사람이 하게 된다면 이 단점은 크게 상쇄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인건비도 똑같이 들어가니 로봇 셰프를 도입할만한 경제적인 메리트가 사라집니다. 즉 문막휴게소 모델의 로봇 셰프 환경은 성공하기 어려우며, 결국 수동휴게소 모델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소비자에게 셀프를 강요하는 로봇 셰프 시스템이 경제적인가... 사실 이것도 경우에 따라서 다릅니다. 로봇은 익숙해진 사람에 비해 동작의 비효율성이 심하며, 사람처럼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말 사람이 꽉꽉 들어차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음식을 조리하고 제공하는 속도가 사람이 하는 것 보다 훨씬 느려서 불평불만만 쌓이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경부고속도로나 호남고속도로의 네임드 휴게소에는 현재의 로봇 셰프 시스템은 경제적인 이유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뒤집어 말하면 사람이 적당히 안 오는 휴게소에서 그 인건비도 못 건지겠다 싶을 때 적용하면 가치가 있는게 이런 시스템입니다. 수동휴게소의 입지가 딱 이런데, 경기도 북부 외곽에 있는 휴게소의 이용 차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문막휴게소도 앞뒤로 있는 휴게소(즉 여주 & 횡성)보다는 이용객이 좀 적죠. 사실 로봇 셰프의 알려지지 않은 장점은 이 인건비 문제때문에 코로나 사태 이후 안 하게 된 야간 식당 영업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서 정작 식당 영업은 심야와 새벽에는 안 하고 있습니다.T_T
AI같은 폼나는 단어가 붙으면 그냥 앞뒤 가리지 않고 '와~' 소리만 외치는 언론, 한 발 더 나아가 이걸 대한민국만의 기술인양 곡해하여 일본식 국뽕 칭찬을 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AI건 자동화건 결국 돈의 문제일 뿐이며 돈 문제를 떠나서는 성립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기계가 정확하다 말은 하지만 융통성 없는 기계는 작업에 따라서는 사람보다 훨씬 비경제적입니다. 지금이야 로봇 셰프가 뭔가 새롭고 폼난다고 좋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 식당 이용객 자신이 반찬담고 밥꺼내고 요리 마무리해서 먹어야 하는 미래의 시작일 뿐이며, 절대 밥값을 내려주지는 않습니다. 로봇 셰프는 철저히 공급자, 즉 휴게소(식당)측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것이지 절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Adolf는 告한다(비평|시사) > 세상을 까자!(사회|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리가 가벼운 사람에게 SNS는 인생의 낭비가 맞습니다 (1) | 2024.03.20 |
---|---|
허락보다 저지르는 것이 쉽지... 버그의 대모, 어메이징 그레이스 (1) | 2024.03.08 |
배현진 피습 사건, 하지만 만물여혐설은 아니지~ (1) | 2024.01.26 |
이낙연 선생님의 미래를 예상해 볼까요... (2) | 2024.01.12 |
이재명 피습 사건, 위아더월드로 범인을 규탄하는 속사정(?) (3) | 2024.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