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제목은 저런데 쓸 내용은 엄청나게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민주당이야 당대표가 정치 테러를 당한 꼴이기에 당연히 범인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국민의힘을 비롯한 수권 능력을 지닌 정 반대 세력에서도 민주당 못지 않게 이 사건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강하게 규탄하는 대동단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속마음이야 뭐 다를 수 있겠으니 당 차원 대응과는 별도로 늘 나오는 자작극 등 음모론 연기를 피우거나 피습 사건을 고소하다고 여기며 모욕하는 데 동참하는 사람이 나올법 하지만 이걸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하여 당 중진급이라는 사람들까지 전부 '미친 것들' 취급하며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범인이 원래 현 여당 계통 정당 당원이었고 테러를 위해 민주당에 위장 가입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지만,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측의 대응은 이 사실이 나오기 전부터 매우 빠르게 나왔습니다. 정말 좌우를 가리지 않는 위아더월드급 대응인데, 왜 이런 대동단결이 이뤄지는지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 주제입니다. 아, 이번 총선에서 유불리 여부 등은 한 마디도 안 꺼낼 예정입니다.
■ 남의 불행을 희화화하지 말라
정치는 이미지에 큰 영향을 받고, 인간성에 의심을 받는 언행은 그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힙니다. 물론 일베/디씨/워마드 등 반대 세력을 비웃고 모욕하는 것을 즐기는 존재들(이러한 행동 때문에 저는 래디컬 페미니즘을 절대 좌익으로 보지 않고 극우로 평가합니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저런 음모론을 꺼내거나, 피습 행위에 박수를 치는 자칭 정치인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런 극히 예외적인 틈새시장(?)을 노리는 정치인이 아닌 정권을 합법적으로 쟁취하길 원하는 수권 정당의 정치인이라면 남의 불행에 정확한 확인도 없이 입을 싸게 놀리는 것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일임을 잘 압니다.
그러기에 마음 속으로는 남의 불행이 고소할 수는 있겠지만 절대 그것을 외부로 표현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상적인 정치인입니다. 물론 '입을 닫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 처럼 정말 속마음은 고소하고 터무니 없는 음모론의 불씨를 퍼트리고 싶어서 몸이 달아 오른 상태라면 그 마음을 꾹 억누르고 그냥 입을 닫아버리는 방법도 있겠으나, 그 조차 '정치 테러를 옹호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꼭 좋은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속마음은 몰라도 '정치 테러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정치인으로서는 매우 모범적인 대처 방법입니다. 이재명 대표와 캐삭빵 레벨로 싸워대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사건 발생 직후 바로 강한 비판 성명을 내고, 행사에서 음모론을 꺼내 들려는 사람들을 제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남의 불행, 그것도 잘못이 있어 당한 불행도 아닌 것을 비웃고 모욕하는 정치인은 절대 큰 인물이 될 수 없습니다. 큰 자리를 노리는 정당, 큰 자리를 노리는 정치인은 남의 불행에 최소한 겉으로는 슬픔을 표하고 범인에 대한 분노를 말해야 합니다. 정치적인 계산은 그 다음 문제이며 수면 아래에서 할 계산입니다.
■ 이재명의 불행은 미래의 나의 불행이다
대한민국 건국 직전과 직후에는 정치 테러는 그냥 일상이었고, 군사정권에서는 정권에서 반대파를 암살하거나 고문하여 죽이는 것도 적지 않았듯이 정치적인 이유로 사람을 죽이려 하는 것은 이 땅에서도 드문 일은 아닙니다. 다만 21세기에 들어 정치인, 특히 정당의 고위층이나 행정부 장관급 이상의 목숨을 노린 것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21세기를 기준으로 하면 박근혜 피습 사건, 마크 리퍼트 피습 사건, 송영길 피습 사건에 이은 네 번째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이 네 가지 사례를 정말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게 됩니다.
- 박근혜 피습 사건: 사회부적응자의 사회에 대한 분노 표출(묻지마 범죄)
- 마크 리퍼트 피습 사건: 좌익 성향 인물의 정치 테러(적색 테러)
- 송영길 피습 사건: 좌익 성향 인물의 정치 테러(적색 테러)
- 이재명 피습 사건: 우익 성향 인물의 정치 테러(백색 테러)로 추정중
즉 박근혜 피습 사건처럼 정신병을 안고 있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시 목적 또는 분노를 해소할 목적으로 저지르는 테러도 있지만 나머지처럼 적색테러나 백색테러 같은 정치적인 목적의 테러가 여전히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중견급 이상 정치인 입장에서는 이재명의 불행은 미래의 나의 불행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더 자신이 위험해짐을 의미하며, 특히 지지자와 함께 그만큼 또는 그 이상의 반대 세력을 안고 가는 정치인들은 더욱 목숨을 위협받기 쉬워집니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정치 테러 행위에 찬성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역사를 조금만 공부해보면 정치 테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엉뚱한 세력에 권력의 추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일제 시대의 일본 정치계입니다. 야욕에 불타는 군부와 이들을 추종하는 일부 민간인들이 벌인 연속된 정치 테러에 여야 할 것 없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정권이 사실상 군부의 손에 떨어졌고 나라가 그냥 미국과의 전면전의 길로 무한 폭주하고 말았습니다. 이후에도 일본은 원한 쌓기 쉬운 여러 요소들 때문에 심심하면 정치 테러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일본에 환장하는 친일파가 많다 해도 이것까지 수입하고 싶은 정치인은 없죠. 자기가 죽어 자기가 속한 정치 세력도 아닌 제 3의 존재가 이득을 보는 상황을 좋아할 정치인은 없습니다.
정치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테러를 옹호하거나 눈감은 것을 반복하면 그 칼날과 총탄, 망치는 자기 머리와 가슴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부와 명예도 살아야만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이처럼 정치 테러로 인한 공포는 여야,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공통된 주제이며 정치적인 이익 계산 이전에 자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반응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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