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lf의 엉망진창 블로그

중립성 따윈 없는 여행/18禁/자동차/IT 제멋대로 1인 언론(?)

Zealot訴(지름|쇼핑)

3만원도 안 하는 싸구려 1인용 오토 텐트를 지르다

dolf 2024. 4. 5. 07:11

캠핑은 생각보다 돈이 꽤 들어가는 취미입니다. 일단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장비가 있는데다, 여행이라는 속성이 있기 때문인데, 이제 3기 방영을 시작하는 모 애니메이션처럼 고등학생이 솔로로 즐기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수입이 있는 사람이 벌벌 떨면서 포기해야 하는 그런 취미까지는 아닙니다. 장비의 질을 좀 타협하면 저렴한 것도 꽤 나오는데다, 많은 부분은 이미 가정에서 쓰던 것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캠핑의 필수 요소인 텐트조차 정말 저렴한건 1만원대에도 나올 정도입니다. 오늘 질러서 소개(?)하는 것도 이런 초 저가형 텐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제목도 이렇고 내용도 이렇긴 한데... 분명히 말씀드릴 점은 '제대로 된 캠핑'을 원하신다면 텐트에는 어느 정도 돈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모든 사람들이 MSR이나 Snowpeak으로 도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만, 정말 싼 것만 찾다가는 품질면에서 불만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바로 원단과 가공 차이 때문인데, 원단이 얇고 촘촘하지 않을 경우 비가 조금만 강하게 내려도 텐트가 빗물을 막지 못하고 빗물이 새 들어 오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심 실링이 엉망이라 이 틈으로 비가 들어 오는 경우도 있구요. 최소한 비와 눈바람은 막아줘야 하니 이 정도의 퀄리티는 갖춰줘야만 합니다. 제 경우 몇 가지 제한을 걸고 쓸 목적이라서 이게 가능한 것이랍니다.

 

하여간...


오늘의 주인공 초싸구려 오토 텐트 되겠습니다.

 

제 경우 솔로 캠핑용 텐트가 2종, 솔로가 아닐 경우의 텐트가 2종 있습니다. 둘 이상이 갈 때는 제대로 된 거실형 텐트도 있고 치고 철수하기 편한 5인용 오토 돔텐트는 비 걱정이 없는 봄가을철에 씁니다. 솔로 캠핑용은 거의 10년 가까이 애용하는 튼튼한 팝업텐트를 지금은 날씨가 나름 좋을 때(문제는 작년에는 이걸 가져갈 때 마다 기습 폭우가 왔습니다.T_T) 사용하지만, 작년부터 간단 동계 캠핑을 하면서 셸터 + 1인용 텐트 조합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셸터가 거실형 텐트의 전실과 플라이 역할을 해주기에 이너텐트 역할만 하면 충분하여 방수성을 크게 따지지 않아도 되는 1인용 텐트는 최대한 저렴하고 작은 것으로 썼습니다.

 

기존 텐트도 내부가 정말 좁은게 좀 불만이지만 3m 공간 셸터에 들어가고도 활동할 공간을 충분히 남겨주어 나쁘지 않았지만 정말 깡 수동 설치라서 나름 설치에 시간이 걸리다보니 정말 푹푹 찔 때나 추울 때 설치하는 것이 영 불편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깡수동 텐트 대신 오토텐트(팝업은 폭 문제로 제외)를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잡아먹는 폭이 넓어 선택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써보니 조금 더 공간을 차지해도 크게 문제는 없겠다는 결론과 함께 수동 설치의 시간 손실 문제가 예상 이상이라 오토텐트로 선회를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받은 텐트... 뭐 아시다시피 마데 그룹 물건입니다. 알아 먹지도 못할 마데어(?) 설명서와 대충 끈으로 묶은 텐트 본체, 그리고 팩/로프 세트 구성입니다. 캠핑 장비 부분에서 마데는 이제 가성비 장비를 만드는 국가로 평가가 나름 좋지만, 물론 여기서도 초저가로 가면 퀄리티는 여전히 창렬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 이거 할인 받아서 3만원 이하로 산거라 퀄리티는 애당초 기대조차 안 했답니다.

 

여기서 '제대로 된' 텐트를 구매하고자 하시는 분께 드리는 말씀... 보통은 몇 명 들어가느냐, 어떻게 생기고 설치하느냐, 크기가 어떻게 되느냐 정도만 보는 경우가 많지만 제대로 된 텐트는 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비바람을 어떻게 잘 막아주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정말 제대로 된 텐트라면 이것 말고도 '재질', '직조 방식', '원사의 두께 또는 직조밀도', '내수압'같은 정보를 정확히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즉 제대로 된 텐트라면 '폴리에스테르 210T 옥스포드 2,000mm PU 코팅'같은 말이 제원표나 설명에 꼭 있어야 합니다. 참고로 저 말은 '원사 재질은 폴리에스테르, 1인치 폭에 210올의 원사를 사용하여 옥스포드 직조 방식으로 천을 짰고, 폴리우레탄 코팅을 하여 이 천을 1cm 두께로 쌓았을 때 위에 2,000mm 높이의 물기둥을 올려도 물이 새지 않는 방수성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 정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명이면... 그건 비바람을 맞힐 텐트로는 물음표가 붙는다는 의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제로 이 텐트가 그 물음표가 붙는 텐트입니다. 재질이야 나와 있는데 직조 방식도 불명, 원사가 몇 데니어(스타킹의 그 데니어 맞습니다.)인지, 직조밀도가 어떻게 되는지도 불명, 내수압 정보는 왔다갔다 하여 못 믿을 물건입니다. 어디는 1,000mm, 어디는 1,500mm라고 되어 있는데 이러면 그냥 못 믿을 말이죠. 비바람을 다이렉트로 맞지 않을 이너텐트 용도라서 괜찮은 것이지 직접 비바람을 맞아야 한다면 좀 용도가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쨌거나... 펴 봅니다.

 

오토텐트라는 것은 조금 쉽게 말하면 우산의 개념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제로 가동 범위 등은 좀 다르지만 2단이나 3단 우산 접는 것과 방식은 원칙적으로 같습니다. 이것도 2단으로 접히느냐 3단으로 접히느냐에 따라서 좀 다른데, 이 텐트는 3단으로 접는 구조입니다. 즉 저기 보이는 것이 2단이고, 여기에 안에 한 단이 더 있습니다. 펴는 것은 간단한데, 그냥 다리 하나 잡고 쭉쭉 꺾어 펴주면 됩니다. 접는 것은 그 반대로.^^

 

방 청소가 안 되어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 부득이하게 모자이크 처리를 합니다.T_T

 

대충 텐트를 쭉쭉 꺾어 펴면 이런 형태가 됩니다. 대충 펴서 일직선은 아닌데, 억지로 자면 두 명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 약 폭 150cm 수준입니다. 비오는 날에 문을 열었을 때 비가 바로 들치지 말라고 앞에 가리개가 있기는 한데 사실 이너텐트용으로는 의미는 없죠. 일단 텐트를 꺼내서 저기까지 펴는 데 대략 1분 30초 정도가 걸렸습니다. 더 빨리 하면 1분에도 끊을 수 있겠습니다만. 접는 것은 정리도 해야 하니 여기에서 몇 배 시간은 걸릴 것입니다. 저 끈으로 텐트 정리하라고 하면 답이 없으니 따로 묶을 벨크로 테이프를 준비했습니다.

 

사실 텐트를 보시는 바와 같이 재질은 그리 기대를 할 것은 못 됩니다. 천 자체가 얇은데다 방수 코팅도 잘 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물을 잘 막아야 할 바닥 부분도 중급 정도의 텐트 벽체 부분보다 낫다고는 못 할 정도입니다. 추정 사항으로는 텐트 벽면 부분은 기껏해야 1,000mm 내외, 바닥도 1,500mm가 채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충 내수압 1,000mm면 일반적으로 '강한 소나기'나 '집중호우'에는 못 버티고 이슬 막고 가랑비 정도(대충 시간당 5mm 정도) 막아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보시면 됩니다. 물론 이런 얇은 두께는 이너텐트용으로는 단점이 되지 않습니다.

 

 

텐트를 고정하라고 팩과 로프를 주긴 주는데... 사실 이건 그냥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원가 문제가 있으니 단조팩이 아닌 알루미늄팩을 주는 것은 그렇다 쳐도 팩 자체가 너무 가늡니다. 이건 한 번 쓰면 휘어버릴 정도라서 그냥 없다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이소의 캠핑 코너만 가도 버팔로 브랜드로 나오는 알루미늄 팩이 있는데 이 보다는 훨씬 굵습니다. 단조팩이 좋기는 하지만 굵은 것은 저기에 꽂아 고정하기는 어렵기에 좀 굵은 알루미늄 팩을 쓰면 그나마 괜찮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여분도 있기도 하구요.

 

그리고 저는 이 텐트와 새로 준비한 팩 등 자재를 전부...

 

여기로 옮겨 넣었습니다.

 

벅703 폴대 가방인데, 여기에 다 몰아 넣었습니다. 사실 첫 번째 사진의 가방도 정말 부실하기 때문인데, 이 가방은 이전에 쓰던 텐트 가방이 역시 부실하여 전부 산산조각이 나는 바람에 별도로 사서 쓴 것입니다. 원래는 폴대용 가방이지만 길이도 길고 어느 정도 폭도 있어 텐트 수납용으로도 쓸만합니다. 폴리에스터 600T 재질이라 웬만한 텐트 가방보다 더 튼튼합니다. 여기에 텐트와 팩, 그리고 그라운드시트를 넣은 가방까지 넣어도 살짝 여유가 있을 정도라 이거 하나로 이너텐트 풀 세트가 완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