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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월급은 올라야 하고 남 월급은 올리면 안되나?! - 파업에 대한 이중잣대

dolf 2024. 6. 26. 16:22

아, 캠핑 이야기를 기대하셨다면 당분간은 접어 두셔야 할 듯 합니다. 6월 캠핑은 지난번 태백의 비가 오건 말건 날로먹는 캠핑으로 끝났고, 7월이 되어야 다시 캠핑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문제는 장마 한가운데의 캠핑이 될 듯 하여 또 레인맨 신화를 써야 할 듯 합니다만, 어찌되었거나...

 

오늘은 '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니다. 뭐 지금 시기에 파업 이슈 나오면 당연히 이 이야기겠죠.

 

 

'귀족노조' 이야기가 나올거라 생각하셨다면 사실 그건 잘못 짚은 것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노조의 파업에 대해 '지지'도 '비난'도 하지 않으며 그저 '그들의 권리이기에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은 파업할 권리가 없다?! 하늘에서 그런 권리를 박탈해도 된다는 계시라도 내렸는지요? 연봉을 얼마나 받건 노동자는 노동자입니다. 노동자가 아닌 사람, 즉 경영자거나 최소한 임원이 아니라면 최저임금을 받건 억대임금을 받건 현재의 처우에 불만이 있다면 합법적인 절차를 동원하여 파업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하면 경영자나 임원이 아닌 사람들조차 '귀족노조'를 운운합니다. 사실 이것은 정말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어리석다는 표현을 안 꺼낼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겠다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적들이 팀킬하는 고소한 상황에 불과합니다.

 

먼저 노동조합은 '정의'를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 '이익단체'입니다. 즉 노동조합에 속한 노동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불이익을 막아주는 조직입니다. 그럼에도 이 본질은 외면하고 귀족노조 운운하는 사람들은 노동조합에 사회정의를 반강제로 요구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 등등 말이죠. 물론 사회정의가 붙으면 더 좋기는 합니다. 지지를 더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사회정의를 이익단체에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상품의 원가는 올라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책임이 노조에 있을까요? 아닙니다. 회사, 즉 경영진에 있습니다. 임금을 올렸으니 그게 1차나 2차 협력업체에 전가될거니 노조가 개객기다, 차값이 올라갈거니 노조가 개객기다... 이런 생각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는 곳은 저 회사측이지 노조가 아닙니다.

 

그래도 납득이 안 간다구요? 그러면 자신의 월급이 안 올라도 된다고 선언하실 용기는 있으신지요? 내 월급을 올리면 당연히 회사의 이윤은 줄어듭니다. 회사는 이 이윤을 보충하기 위해 물건값/서비스 비용을 높이거나 매입처/협력사를 쥐어짭니다. 당연히 매입처나 고객은 뭐라뭐라 하겠죠. 이게 무서우니 평생 똑같은 월급 받고 일하실 생각이신지요?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세상이라고 말은 하지만 당연히 이런 세상에서는 내 월급도 올라야 생활이 됩니다. 내 월급은 올려야 하는데 남의 월급은 올리면 안 된다... 이게 무슨 심보일지요? 내 월급을 올려야 할 당위성이 있다면 남의 월급을 올려야 할 당위성도 있는 것입니다. 그게 죽어라 야근과 주7일 일하면서 억대에 가깝게 돈을 받는 사람들이라 해도 말이죠.

 

 

맨날 노동운동하면 나오는 '연대'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이 연대라는게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파업한다고 할 때 그냥 아무 소리만 않고 있어도, 즉 파업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기만 해도 그게 연대입니다. 나는 회사에 대해 최대한의 이득을 얻고 싶지만 다른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된다 하시는 분께는 이 말(시로 알려져 있습니다만)를 권해드립니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사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민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남의 권리를 부정하는 순간, 내 권리를 찾기 위해 움직일 때 모든 사람이 나의 적이 됩니다. 그런 세상을 원하신다면 더 드릴 말씀은 없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