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상주영천고속도로 구미휴게소에 있는 자판기 되겠습니다. 사실 자판기 자체는 잘 가동하고 있는 그냥 자판기입니다. 이미테이션 아닙니다. 정말 돈 넣고 버튼 누르면 커피 나오고 사이다 나옵니다. 그러면 뭐가 문제냐구요? 사실 사진을 보시면 뭔가 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으실지요?
예. 자판기가 이상하리만큼 높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일단 휴게소 운영사 말은 고속도로 노선 번호인 301에 맞춰 3m 1cm 높이라 주장합니다. 나름 화제성을 생각해서 만든거라 좋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저는 이걸 그리 좋은 시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화제성은 있을지 몰라도 실용성이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자판기는 당연히 누가 돈을 넣고 이용할 수 있어야만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용하는 것이 미션 임파서블인 자판기는 화제성이고 뭐고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사진을 딱 봐도 이거 돈 넣는 것 부터 미션 임파서블인게 느껴질 것입니다. 솔직히 키가 작은 사람은 버튼은 커녕 돈 넣는 것도 힘듭니다. 그렇다고 주변에 스툴이라도 있냐... 그런 거 없습니다.
어떻게든 돈은 넣었다 칩니다. 휴게소에서 주장하는대로 점프해서 버튼을 누르라는 것인데, 이게 10대나 20대 초반이면 몰라도 30대 이상 성인이 저 높이까지 점프가 잘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40대부터는 무릎 관절때문이라도 힘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근력 자체가 부족한 여성은요? 더군다나 여성은 점프 자체를 해선 안 되는 스커트를 입고 있거나 힐을 신고 있을 가능성도 있는데 여성은 사람도 아닌지요? 그나마 이 휴게소에 다른 자판기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 자판기가 끝입니다. 전 중국농구협회 주석이라도 모셔와야 하는 것인가요?
편의점이 있는데 자판기 없어도 사는 데 지장 없냐고 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물건을 사는 것'만 따지면 그렇지만 사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자판기는 '터무니없이 비싼 편의점의 음료 가격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휴게소 운영자들은 자판기를 없애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실제로 많은 휴게소에서 자판기가 사라졌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저 자판기는 화제성이라고 포장하지만 본질은 '자판기 이용하지 말라'는 소비자 모욕도 함께 하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19는 고속도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야간 식당 운영이 대부분 사라진 것도 그렇지만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자판기를 없애는 것도 야간 운전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나름 불편함을 안겨줍니다. 저 자판기는 특이할지는 몰라도 나름 씁쓸한 입맛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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