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직전 포스팅에서 머나먼(?) 팔공산 산자락에 있는 아담한 캠핑장 이야기를 짧게 적었습니다. 하지만 캠핑장 이야기는 있는데 정작 캠핑장 가서 뭘 먹었는지, 어떻게 놀았는지 이야기가 쏙 빠져 있습니다. 사실 그 이야기를 따로 적기 위해 쏙 빼고 올렸는데, 이 공백의 몇 시간(?) 이야기, 그리고 요즘 캠핑장 이야기를 할 때 함께 적는 대중교통으로 캠핑 가기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 리얼 ゆるキャン△, 대중교통으로 캠핑 가기
사실 이전 포스팅에서 도학 캠핑장은 교통 접근성이 상당히 좋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현재 운영중인 팔공산의 3개의 캠핑장 가운데 이 캠핑장만 대구에 있습니다. 칠곡에 있는 가산산성 캠핑장은 길도 조금 험하지만 여기를 버스로 오려면 고생을 합니다. 칠곡에서 농어촌버스가 하루 네 번 가기 때문입니다. 경산의 경계에 있는 갓바위 캠핑장은 일단 갓바위가 나름 버스 종점 역할을 하여 버스가 자주 오지만, 그래도 30분에 한 대인데다 대구의 위성도시인 경산까지만 오다보니 다른 지역에서 버스로 오려면 살짝 귀찮기는 합니다. 물론 여기는 희망이 있는데, 올해 말에 대구 지하철 1호선이 경산 하양역까지 연장되면 여기에서 갓바위로 가는 버스 환승이 가능해집니다.
그에 비해 도학 캠핑장은 산 속 캠핑장임에도 불구하고 복받은 대중교통 접근성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대구 시내버스의 핵심, 급행버스 1번이 주인공입니다. 대구의 급행버스는 이름 그대로 정류장을 몇 개씩 뛰어 넘는 급행버스이자 좌석버스인데, 조금 더 비싸기는 하나 그만큼 속도면에서 유리합니다. 이 버스는 대구 도심을 동에서 서로 잇는데, 그 종점이 팔공산 위 동화사입니다. 15분에 한 대 꼴로 버스가 오고 가는 만큼 극단적으로 캠핑장에 짐 다 내려 놓고 버스 타고 대구 시내 나가서 놀다 저녁에 들어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막차가 동화사에서 저녁 10시 30분에 나가고, 시내에서 들어오는 것은 거의 12시 가까이에도 있습니다.
캠핑장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500m. 매우 가깝지는 않지만 내려갈 때는 7~8분, 올라갈 때는 10분 정도면 갈 수 있어서 정말 버스 캠핑을 하고자 할 경우 왜건같은 것이 있다면 어떻게든 끌고 오르내릴만한 수준은 됩니다. 참고로 버스정류장 이름에 적힌 대구학생수련관이라는 것은 저 길을 따라서 1.5km 올라가야 합니다.
정말 밤까지 시내에서 놀다가 들어오실 경우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저녁 시간에 이 산으로 올라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만큼 자칫 잘못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인받을 수 있다는 점은 그렇다 쳐도, 버스에서 내린 뒤가 문제입니다. 캠핑장까지 오는 길에는 어떠한 조명도 없어서 정말 앞이 하나도 안 보입니다. 그래서 휴대전화 전등이라도 켜고 올라와야 합니다. 여름에는 나름 벌레들의 테러도 주의해야 하구요.
어쨌거나... 이 버스는 대구를 동서로 관통해 가는 노선인 만큼 대구 시민 입장에서도 중요하지만, 대구 교통의 핵심인 동대구역과 그 옆에 있는 동대구터미널(동대구복합환승센터)을 가는 만큼 외부에서 이 캠핑장을 버스타고 기차타고 오고자 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해줍니다. 동대구역까지는 버스로 대충 30~40분 정도 걸린다 보시면 됩니다.
■ 대구에 와서 눈물나게 저렴한 빵을 눈물나게 먹다
대구는 대전만큼 노잼도시 소리를 듣지는 않는 곳입니다. 팔공산을 비롯하여 관광지도 그런대로 많은 편이구요. 먹거리 역시 전주만큼 풍부한 곳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레전드인 먹거리가 몇 개는 있습니다. 육개장은 원래 대구에서 원형이 나오는 음식이기도 하고, 볶음짬뽕의 시작도 대구였죠. 광주에 광주에서만 먹는다는 상추튀김이 있다면 대구에서는 대구 밖을 벗어나면 보기 힘들다는 납작만두가 있습니다. 떡볶이 역시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퍼진 체인점이 꽤 있죠. 물론 대구가 없으면 이야기가 안 되는 '양념치킨'은 레전드죠. 괜히 대구에서 치킨축제 벌이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은 '빵' 이야기입니다. 아, 물론 웬만한 동네에 제과점 패자는 하나씩 있듯이 여기에도 그 패자는 존재하죠. 대전 성심당이야 노잼도시를 먹여 살리는 곳이니 그렇다 치고, 군산 이성당과 안동 맘모스제과는 3대 빵집으로 유명하죠. 대구의 빵집 패자는 체인점으로도 어느 정도 유명한 삼송빵집이고 여기에 전주 풍년제과를 더하면 빵집 전대(?)가 됩니다. 그러면 이 삼송빵집 이야기냐구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편에 있는 성격의 '동네 빵집'입니다.
왠지 여기가 대구가 아닌 김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빵집 이름. 그리고 진짜 동네 빵집 수준을 넘지 않는 아담한 크기. 실제 동네 빵집 맞습니다. 그런데 뭣하러 서울에서 대구까지 와서 동네 빵집을 찾냐구요? 사실 여기가 동네 빵집이기는 한데 나름 유명한 동네 빵집입니다. 바로 '대한민국 최저가 빵집'입니다.
빵집 햄버거는 보통 3,500~4,000원은 기본으로 받는 세상이지만 여기는 동일한 퀄리티에 1,500원입니다. 단팥빵이나 슈크림빵, 크림빵 같은 메뉴도 1개에 500원. 여기에 사진에 있는 소보루크림빵은 버터크림빵도 아니고 무려 생크림빵입니다!!! 성심당이나 이성당과 비교를 당하면 사실 그 레벨에 오르지는 않지만, 이 가격에 나올 수 있는 한계의 퀄리티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물론 동네 빵집이라서 빵을 무제한 만드는 것은 아니며, 퀄리티도 좋다보니 그냥 마구잡이로 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 암묵적인 수량 제한이 존재합니다. 즉 사고 싶다고 마구 살 수 있는 빵집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정말 먹고 싶은 만큼만 딱 사고자 할 때 정말 한 입 베어 물고 눈물을 흘릴 그런 가격과 퀄리티를 자랑한다는 점만 말씀을 드립니다.
봉하빵은 달서구 와룡시장 구석에 있습니다. 무려 위에 소개한 급행 1번 버스로도 갈 수 있는데, 바로 앞은 아니지만 신당동행정복지센터에서 내려서 몇 분 걸어가면 됩니다. 다만 이 와룡시장이 대구에서도 가장 서쪽 끝에 있는 곳이라서 가는 데 좀 고생은 하셔야 합니다.
■ 공백의 수 시간
캠핑장에 도착하기 전에 봉하빵에 들려 빵을 사들고, 캠핑장에 30분 전에 도착해 기다리면서 햄버거와 크림빵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다 칼같이 체크인하고 잠자리 설치까지 끝내니 2시 30분. 그러면 잠을 자는 10시까지 공백의 몇 시간동안 뭘 하고 있었을까요? 사실 저 버스(급행 1번)을 타러 가고 있었습니다. 어디로요?
다만 이 날 코레일 전산실 화재로 역 발매 전산이 전부 맛이 가는 사태가 벌어져 역이 혼잡했는데, 저는 코레일톡을 쓰는 관계로 이 난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역에서는 역무원들이 이 혼란에 정신이 좀 없었습니다. 전산이 안 되니 현금으로만, 그것도 입석 발매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 난리는 저녁이 되어서야 복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잠시 지하철도 타 보았습니다. 대구 지하철 1호선은 서울 지하철 8호선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일단 중형 전동차라 좀 작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비슷해서 이질감은 안 듭니다. 무엇보다 자판기 가격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서울 지하철보다 300원은 저 저렴합니다. 정말 기쁜 마음에 한 캔 뽑아서 기차가 오는 30초동안 원샷을 때렸습니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갔는가 하니...
대구는 분지라서 푹푹 찌는데, 부산은 습하기는 정말 습해도 체감 온도가 거의 5도 가까이 낮아서 그나마 살만한 수준은 됩니다. 여기까지 저녁을 먹으러 왔습니다. 무엇을요?
찐~한 돼지국밥 국물 기반의 순대국(고기순대)에 맛있게 밥 두 그릇을 말아 잡수신 뒤 잠시 주변 구경을 하고 너무 늦지 않게 다시 대구로 복귀합니다. 사실 여기에서 고민이 있었는데... 물금역은 양산에서도 상당히 외진 곳이라 가는 차편이 좀 적고 기차도 좀 적게 옵니다. 그렇다고 구포역까지 가기는 좀 멀죠. 사실 양산은 돌아서 가면 노포동이 금방이라 노포동에서 버스로 시원하게 동대구로 가는 방법도 있었는데 다 시간이 뭔가 좀 안 맞았습니다. 결국 다시 물금역에 열심히 뛰어가 기차를 잡아 타고 돌아왔습니다. 위에 급행 1번을 밤에 탔을 때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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