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정국을 거치면서 집을 통째로 옮기는 거대 캠핑의 시대가 가고 극단적인 미니멀 캠핑이 유행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비박, 비박을 외치는데... 사실 비박(Bivouac)이라는 단어는 '텐트를 안 침'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지만 어찌된 노릇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캠핑장 아닌 곳에서 하면 비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뭐 이건 원래 의미가 왜곡된거라 어쨌거나...
하여간 그 대한민국식 비박에 환상을 갖고 캠핑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과 예의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캠핑에 입문하면서 여러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주차장을 캠핑장으로 만들어 버리고 쓰레기는 그냥 막 버리고 가며 전기와 수도를 훔쳐쓰는 것도 예사죠. 이건 이미 언론 등에서 심심하면 말하는 문제라 더 적을 필요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이건 주변에 민폐를 있는대로 끼치지만 자기 목숨은 건질 수 있죠. 하지만 자기 목숨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다윈상급 비박도 나옵니다. 이렇게 말이죠.
백패킹용으로 최소한의 장비만 갖고 등산을 하며 산 속에서 캠핑하는 알파인 캠핑은 캠핑 가운데서도 상당한 고난이도입니다. 당연히 몸도 등산을 할 수 있는 튼튼한 몸과 등산에 대한 지식은 기본으로 갖춰야 하지만 장비 역시 충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알파인 캠핑용 장비는 '비쌉니다'. 원래 알파인쪽 전문 제조사인 MSR의 캠핑 기어 가격을 보시면 '허걱~'소리가 나오는게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좀 극단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텐트와 침낭이라는 정말 동계 캠핑에 기본 of 기본인 최소한의 장비만 해도 100만원대 중반은 듭니다. 정말 아무런 추가적인 난방기구나 조리기구를 안 갖추고 이것만 해도 직접 돈을 벌지 않는 청소년이나 대학생 정도의 젊은이가 쉽게 장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싼 거 사면 되는 거 아니냐구요? 사실 텐트는 그래도 됩니다. 알파인 텐트가 비싼건 브랜드도 있지만 그 무게와 부피가 작고 가볍기 때문입니다. 백패킹에서 무게와 부피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즉 저 뉴스처럼 그냥 무게 생각을 안 하면 좀 저렴한걸로 대체는 됩니다. 하지만 침낭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침낭, 특히 동계용 침낭은 저 위의 침낭 사진처럼 '컴포트'와 '리미트' 온도라는 것을 기재해 놓습니다. 이건 EN 13537이라고 하여 유럽연합의 침낭에 대한 규격인데, 흔히 쓰는 Comport는 '성인 여성이 어떻게든 옷 껴 입고 좀 떨면서 잘 수 있다', Limit는 '성인 남성이 있는대로 껴 입고 있는대로 웅크리고 버틸 수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동상 등에 대한 보장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조차 구라로 테스트하여 써 놓는 업체들도 꽤 있어서 신뢰성에 의문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저 침낭은 Limit값이 -18도인데 이 정도면 겨울에도 버틸만 하지 않겠냐 하겠지만... '전혀 아니다'가 정답입니다. 산은 높아질수록 급격히 온도가 떨어지는데, 무슨 동네 뒷산(북한산급)이면 몰라도 1,000m 넘는 산에서는 -20도는 기본으로 찍어줍니다. 설악산이나 오대산 레벨로 가면 -30도까지 갑니다. 즉 저런 비싼 침낭 갖고도 얼어 죽는 사태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저 뉴스에 나온 급의 산이면 1월이면 -25도는 기본으로 찍어준다 보시면 됩니다. 싸구려 침낭 갖고 저런 산에서 비박을 한다... '목숨은 내다 버리는 것'이라 하는 것이죠.
비박, 비박 노래를 부르는 것 까지는 좋습니다. 법의 허점을 노려서 하는 것이라 개인적으로는 극혐에 가깝지만 일단 아직 처벌을 못 하는 회색 지대인 경우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목숨이 아깝거든 동계에 아무데서나 비박 노래를 부르지는 말길 바랍니다. 동계 캠핑은 충분히 장비 갖추고 캠핑장에서 난로 때면서 즐기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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