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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와우 가격을 올려도 탈팡 없는 이유: 경쟁자가 못나서

dolf 2024. 11. 8. 23:17

이 세상 모든 것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이 남보다 앞서려면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능력이 남보다 뛰어나야만 합니다. 이건 굳이 글로 적을만한 내용도 아니죠. 하지만 이 세상에는 '운'이라는 요소도 있고, 반대로 자신의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닌데 남이 무능해서 앞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어떤 식으로든 남보다 뛰어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여기에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위기를 맞았는데, 운도 따랐고 남들이 무능해서 그 위기가 알아서 타파되어 사리진 웃픈 사례 하나를 소개합니다. 예. '쿠팡'이라는 회사입니다.

 

 

이미 지난 4월에 구독 서비스인 쿠팡 와우 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고, 이 적용이 최종적으로 8월 7일에 모든 회원에게 완료되었습니다. 그렇게 세 달이 흘렀는데... 오히려 쿠팡은 매출이 늘어버린 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저 정책을 발표하자마자 언론들은 '쿠팡 위기 닥쳤음 + 경쟁사 기회 잡았음'이라 했고,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쿠팡 엑소더스 날 거임' 했습니다. 하지만 다 설레발이었다 이거죠. 집토끼인 구독 가격을 왕창 올리면 적어도 단기간에는 그 데미지가 나타나는 법이지만 그 데미지 자체가 없었던 셈입니다. 사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내 덕에 쿠팡이 위기를 벗어났으니 감방에 쿠팡이츠로 사식 넣어 줘~(사진 출처: MBC)

 

먼저 '운'입니다. 예. 알아서 중소 경쟁사들이 망해준 것입니다. 대표적인게 큐텐 계열이죠. 큐텐에 속해 있던 오픈마켓들이 돈 끌어 모으기, 즉 상품권 장난을 치다 망해버리면서 '큰 곳이 낫다'는 이미지를 굳혔습니다. 그래서 업계 1위인 쿠팡이 그 보수성에 분명한 혜택을 본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안정성'만 따지면 다른 대안도 있기에 이 운만 갖고는 쿠팡이 와우 회비를 크게 올린 것에 대해 노 데미지라는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다른 대안들이 무능했기에 쿠팡이 데미지를 안 입은 차원을 넘어 더 승기를 잡았다 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 와우 가격 인상을 발표했을 때 그 수혜자로 손꼽힌 것은 이마트(이제 신세계와 계열분리를 할거라), 그리고 네이버였습니다. 쿠팡보다는 뒤쳐졌다고 하지만 나름 탄탄한 재벌이 운영하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쿠팡의 발목조차 못 잡았습니다. 이유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와우보다 네이버나 이마트의 유료 구독 정책이 훨씬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세 동네의 구독 서비스의 핵심적인 부분만 대충 정리해 보았습니다.

 

  쿠팡(와우) 네이버(네이버+) 이마트(유니버스 클럽)
월회비 7,890원 4,900원 2,500원(연 30,000원)
무료배송 상품 로켓(당일/익일배송) 도착보장(익일배송) 스마일배송(익일배송)
무료배송 최소금액 0원 10,000원 15,000원
포인트 적립률 5%(쿠페이 한정) 2.2~5%(금액별 차등) X(금액별 할인 쿠폰만 제공)
무료 반품 정책 로켓 한정 가능(30일) X X
컨텐츠 제휴 쿠팡플레이 무제한 네이버/티빙 관련 1개만 무제한 X
기타 서비스 쿠팡이츠/로켓프레시 제휴사 할인 스타벅스/면세점/백화점 할인
구독 추가 할인 상품 O O O

 

일단 다들 뭔가는 있어 보이는데... 실상을 따져보면 무언가 쿠팡에 확실히 뒤쳐집니다.

 

네이버+ 구독 혜택

 

일단 네이버부터. 일단 위에 혜택을 보시면 무언가 꽤 있어 보입니다. 5%까지 적립도 해주고 무료배송도 해주고 멤버십데이라고 특가 행사도 합니다. 네이버의 웹툰이나 소설, 티빙도 무료라 하구요. 정확히는 이건 그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무제한(티빙) 또는 그냥 일부 컨텐츠 할인(나머지)을 해주는 것이지만요. 협력사들에서 추가 할인과 적립도 해준다 하구요.

 

유니버스 클럽 혜택

 

그러면 이마트의 유니버스 클럽은 어떨까요? 사실 여기는 이미 죽어라 욕을 한 바 있으니 이것도 한 번 읽어 보셔야 합니다. 일단 요약을 하면 옥션/G마켓, SSG.com, 이마트, 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및 면세점에서의 쿠폰 할인이 핵심입니다. 지금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분리를 진행중이라 백화점/면세점 할인은 빠질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당장은 아닙니다.

 

 

큐텐 이야기 나온 김에... 신세계 유니버스를 공격한다!

아니! 이 무슨 Dog Sound냐구요? 사실 큐텐 관련 이야기는 이미 다들 지겹게 꺼내고 있으니 이걸 또 말해봐야 입만 아프죠. 괜히 더 말해봐야 읽는 분들 스트레스만 쌓이니 일부러 이 이야기는 더

adolfkim.tistory.com

 

사실 욕만 썼는데, 일단 겉으로 보면 사실상 오프라인 서비스라는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쿠팡, 역시 자체적인 오프라인 서비스가 없어 협력사에 의존해야 하는 네이버와 달리 신세계라는 오프라인의 화강암이 있는 유니버스 클럽은 뭔가 좀 있어 보입니다. 신세계에 컨텐츠 관련 서비스가 없어 이 부분이 취약하지만 정말 물건만 사려고 가입하는 분이라면 안 쓰는 컨텐츠 서비스에 돈을 쓸 필요는 없겠죠. 연 단위 가입이지만 월 단위로 쪼개면 저렴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말입니다... 정작 '물건을 산다'는 가장 원론적인 부분에 있어 이 두 곳은 쿠팡에 분명히 밀립니다. 이유가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왜 쿠팡에서 물건을 사는지 네이버와 이마트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는 알고 있어도 그 모델을 따를 수 없다는 것에 가깝습니다만.

 

쿠팡은 자기 상품권이나 마찬가지인 쿠페이 결제가 아니고서는 포인트 적립도 안 해줍니다. 즉 '쌓이는' 재미가 전무합니다. 그리고 물건 값이 무조건 저렴하냐... 꼭 그렇지도 않죠. 무엇보다 쿠팡은 로켓 관련 제품을 제외하면 오히려 오픈마켓으로는 관리가 다른 곳 보다 더 안 됩니다. 이미 중국 업체들에게 점령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무법천지죠. 하지만...

 

로켓 하나에 모든 것을 올인했고, 그 로켓 때문에 사람들이 쿠팡에서 물건을 사는 것입니다. 로켓배송 상품이면 단 몇 천원짜리 물건 하나만 사도 무료배송을 해주고, 그것도 무조건 익일배송이 아닌 타이밍에 따라서는 당일배송이나 늦어도 익일 새벽 배송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빠른 속도는 이마트의 장점이 되어야 할 온오프라인 결합을 무용지물로 만듭니다. 굳이 안 나가도 아주 조금만 더 기다리면 물건이 집 앞에 와 있으니까요.

 

그에 비해 네이버나 이마트는 익일배송을 해주는 상품(도착보장/스마일배송)도 훨씬 부실한데다 이것도 금액 제한이 있습니다. 즉 그냥 몇 천원짜리 간단한 물건 하나를 못 시키고 그냥 모아서, 모아서 사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싼 것을 모아서 사는지요? 생각나면 바로 지르는 것 아닌지요. 이 기회를 네이버와 이마트는 전혀 살리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쿠팡은 로켓배송 상품에 대해 이유불문하고 반품을 받아주지만, 다른 두 곳은 그런 정책이 전무합니다. 물론 이런 무조건적인 반품 정책은 이를 악용하는 사람을 다수 낳는 모럴 해저드의 원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쿠팡은 그 부분까지 고려하여 (협력사의 고혈을 쥐어 짜)마진 정책을 세워 운영하고, 그 대신 그 재고 부담을 스스로 떠안는 방향으로 운영합니다. 자체적인 물품 매입이 거의 없다시피한 네이버, 자체적인 물품 매입과 물류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음에도 그냥 늘 하던 범주의 물건만 취급하려는 낡은 재벌 타성에 젖은 이마트가 못 하고, 앞으로도 못 할 거라 보는 시스템입니다.

 

자, 정리해 봅니다. 쿠팡은 오프라인 서비스도 없고, 쿠팡플레이 말고는 컨텐츠 제공도 없으며 쿠페이 결제가 아닌 이상에는 포인트 적립조차 그냥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오픈마켓으로서의 상품 라인업도 부실하고 관리도 제대로 안 됩니다. 그런데... 스스로 보유한 물품을 직접 파는 그 하나에 모든 것에 구독 서비스를 올인했고, 그 하나만큼은 네이버도, 이마트도 감히 범접조차 못 하는 레벨에 이르렀습니다.

 

소비자는 쿠팡이 진짜 다른 곳 보다 압도적으로 싸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생각난 물건을, 그냥 가볍게 시키면 그냥 원하는 때 바로 온다는 것 때문입니다. 얼마 이상 시켜야 한다는 부담도 없어서 그냥 생각난 것을 언제든지 시키면 됩니다. 그리고 잘못 시키면 그냥 맘 편이 반품해버리면 됩니다. 뜯어서 못 한다... 그런 것도 없구요.

 

앉은 자리에서 볼펜 하나 시켜도 배송비 부담 없이 다음 날 오는 것, 이게 지금 소비자가 바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쿠폰을 줘본들, 포인트를 쌓아준들 내가 원하는 물건을 내가 원할 때 시키고 받지 못하는 곳에는 손이 가지 않습니다. 어차피 메인이 오픈마켓인 네이버는 이 부분에 대해 아무리 노력해도 답은 없기에 네이버는 사실 다른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나마 쿠팡의 전략을 비슷하게 따라갈 수 있는 곳은 자체적인 물류망을 지닌 이마트입니다만, 마이너스의 손, 일베용진께서는 그냥 쿠폰만 주면 알아서 올 거라는 20년 전 생각에서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쿠폰조차 실제로는 생색내기에 왕창 물건을 사야만 써먹을 수 있는 것이라 쿠팡의 전략인 '생각나면 바로 질러라'와 정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이마트는 지금이라도 생각을 완전히 다시 먹고 쿠팡 짝퉁 소리를 듣더라도 쿠팡을 완전히 따라가는 전략을 흉내라도 내야만 합니다. 그게 그나마 살 수 있는 길입니다. 지금 세상은 왕창 사는게 아니라 필요한 것만 한 두개 빠르게 사는 세상입니다.

 

추신: 미국 대선 이야기는... 그냥 생각해봐야 속만 아파서 그냥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