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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는 대한뉴스(16) - 지금은 사라진 대한뉴스 속 시설들

dolf 2023. 11. 29. 11:58

오늘은 대한뉴스 이야기지만, 조금 가벼운(?) 주제를 다룹니다. 대한뉴스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사실 초기에 나온 것들은 전쟁통에 분실되어 아직 못 찾고 있긴 합니다만) 사회상을 당시 기술로는 가장 최신으로 기록하여 보관하고 있는 영상 자료이며, TV 방송국이 없던 시절은 물론이며 방송국에서 자료 보관의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자료를 마구잡이로 폐기한 결과 1970년대 이전 자료는 대부분 대한뉴스 자료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기에 대한뉴스에는 지금을 볼 수 없는 당시 사회상이나 건축물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데이터 뱅크 역할을 합니다.

 

오늘은 대한뉴스 속에 담긴, 지금은 볼 수 없는 추억의(?) 서울시 안의 랜드마크 시설물 몇 가지와 간단한 그 배경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지금의 시각에서는 낡고 추레한 시설이지만 당시에는 그것도 최신 시설이었고 중요도를 가진 시설이었습니다. 다만 대한민국의 변화가 너무 빨랐기에 그것을 따라가지 못했을 뿐입니다.


■ 용산 우편집중국(서울우편집중국)

 

우편집중국이라는 시설 이름이 좀 낯선 분들도 있지만, 택배를 기준으로 하면 우체국판 허브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각 지역 우체국이 서브 터미널 역할을 하고 이들 우편집중국이 허브가 되어 우편을 효율적으로 처리해줍니다. 대한민국 택배계의 1인자, CJ대한통운처럼 메가허브 개념은 없지만 대신 중간 사이즈 허브를 각 지역에 두고 운영하는 셈입니다.

 

이 개념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이 1990년, 그리고 그 시작이 저기 나오는 서울우편집중국입니다. 용산역 구석, 서부이촌동에 건물을 짓고 하루에 250만통의 우편물 처리를 자동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서울우편집중국이 효과가 좋은 것이 증명되자 이후에 각 지역에 우편집중국을 짓고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서울 구의동에 지은 동서울우편집중국은 저 서울우편집중국의 3배 규모로 지어서 지금도 잘 써먹고 있습니다.

 

나름 중요한 이 서울우편집중국은 꽤 허무하게 폐쇄되었는데, 장사(?)가 안 되어 문을 닫은 것이 아닌 좀 정치적인 이유로 사라졌습니다. 예. 맨날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을 운운하며 아직도 삽을 못 뜨고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 말려 들면서입니다. 서울우편집중국 부지가 딱 이 부지에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잘 돌아가는 우편집중국을 없애는건 아깝긴 하지만 동서울우편집중국도 있겠다, 서울 서부와 북부는 이미 다른 소규모 우편집중국에서 처리하고 있겠다 하여 그냥 같이 건물을 없애 버렸습니다. 정작 이 사업은 아직도 삽은 못 뜨고 삽질만 하고 있습니다.

 

■ 양화교 인공폭포

 

긴급조치가 난무하는 살벌한 유신정권 말기 1979년. 이렇게 답답하고 꽉 막힌 서울 시민들은 볼 거리, 놀 거리도 충분치 않았습니다. 지방의 풍광 좋은 곳은 갈 수 있는 교통편도 없고 승용차도 높으신 분들 아니면 잘 없었던 시절이니까요. 이 때 양화교 옆에 지은 인공폭포는 폭포라는 나름 신기한 풍경을 인공적으로나마 볼 수 있게 해준 서울의 나름 인기 관광 스팟이었습니다. 인공이면 뭐 어떻습니까? 분수 하나만 있어도 신기했던 그 시절인데 말입니다.

 

대충 이 자리...(출처: 연합뉴스)

 

시대가 흐르면서 그 가치는 점점 떨어지긴 했지만 21세기에도 나름 꿋꿋하게 자기 위치를 지키던 인공폭포. 이 역시 좀 허무하게 사라졌는데, 옆에 월드컵대교를 만들면서 겸사겸사 그냥 없애버렸습니다. 시설도 낡았겠다... 그냥 그렇게 치워버린 것인데, 사실 이건 월드컵대교를 만든 뒤 다시 만들 예정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서울시장께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현재 인공폭포의 재건축 계획은 흐지부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서울 시립 강남병원

 

좀 마음에 안 드는 프린세스가 나오긴 하지만 뭐 넘어가 주시고... 서울시립 강남병원은 어느 정도 정리된 강남 개발에 맞춰 서울시 거주 서민들에게 좀 저렴하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자고 만든 병원입니다. 당시는 전국민 의료보험 그딴 거 없던 시절이라 의료비 부담이 지금보다는 컸는데, 그걸 줄여주는 것이 이런 국공립 병원입니다. 저도 1990년대까지는 강남에 살긴 했지만, 저는 이 병원 신세를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습니다.(건강해서가 아니라 너무 멀어서...)

 

이 병원은 나름 그 설립 목적을 꾸준히 달성하며 유지했지만, 그 사이 강남은 번쩍번쩍하게 발전했습니다. 나름 삼성동 금싸라기 땅에 서민용 시설을 두는 것이 아까웠던 서울시는 시설 확장을 이유로 이 병원을 2011년에 북쪽 외곽인 신내동으로 보냈습니다. 실제로 1977년에 지은 건물이라 당시 기준에서는 좀 낡기도 했죠. 하지만 강남에 있던 병원을 정 반대인 신내동으로 보내면 기존 통원자들이 불편하니 당분간 이 자리를 강남분원이라는 형태로 유지했지만 이 역시 폐쇄하고 건물을 철거했습니다. 서울시는 나름 금싸라기 땅인 이 땅을 팔고 싶어하지만, 워낙 앞 도로가 좁고 일방통행에 불과하다보니 민간이 생각하는 가격과 차이가 커 아직 팔리지는 않고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