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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유경제는 해로운 경제다 - 플랫폼이 이런건줄 몰랐나?

dolf 2024. 9. 27. 19:35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의외로 잘 안 쓰이는 말입니다. 요즘은 여기에서 나온 플랫폼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입니다만 하여간... 뭔가를 구매(고용)하지 않고 여럿이 나누어 쓰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 동사무소나 면사무소 차원에서 하는 대형 공구 대여 서비스같은 것도 굳이 말하면 공유경제에 해당하죠.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르만민족'도 배달 기사를 식당에서 공유하니 공유경제에 해당하겠구요.

 

사실 공유경제는 처음 개념이 나올 때만 해도 '레볼루셔너리한 이코노미 에코시스템'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아 일부러 비꼬기 위해 보그체를 썼습니다. 자주 안 쓰는걸 공유해서 돈도 아끼고 지구를 보호하자... 뭐 이런 논리였죠. '프로그레시브한 밸류를 리스펙트하는 인텔렉트'들의 입맛에는 딱 맞는 아이디어죠. 사실 개념이 절대 나쁜건 아닙니다. 사실 경제 입장에서는 그냥 모두 마구잡이로 사주면 시장은 커지지만 불필요한 쓰레기가 늘고 그게 결국 환경오염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뭔가 좋은 개념이 나오면 그걸 왜곡해서 악용하려는 세력은 꼭 나타납니다. 사실 공산주의도 이론만 들어보면 좋은 사상입니다. 그런데 그걸 운영하는 공산당이라는 조직이 필히 부패할 수 밖에 없는 형태라 망조가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에 밀려 망한건 공산주의가 멋지고 고결한 사상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인간 세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필연적인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그냥 탁상 위의 좋은 생각에 불과했기 때문이며 그걸 자기 이득을 위해 왜곡한 공산당이라는 조직 때문입니다. 공유경제도 딱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처음에야 돈을 받고 빌려주는, 기존의 렌트와 별 다를 바 없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머리를 굴려보니 자기가 직접 빌려줄 것을 다 갖고 있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즉 공유경제 서비스의 오픈마켓화, 플랫폼의 시작입니다. 자기는 그냥 사이트와 앱만 만든 뒤 광고만 빵빵 때려서 점유율을 높이고, 실제 물건 대여와 서비스 제공은 남보러 알아서 제공(외주)하라고 해버린 것입니다. 실제로 보면...

 

출처: http://news.bizwatch.co.kr/article/consumer/2020/01/10/0001

 

■ 우버, 타다 등: 택시 차량의 외주화!

■ 에어비앤비: 숙박업소 건물의 외주화!

■ 게르만민족 등: 음식 배달원의 외주화!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그나마 자기가 물건 갖고 장사하는 곳(쏘카 등)도 있지만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일부 서비스의 외주화를 하는 것과 같은데, 주유나 세차를 대여자에게 외주화를 시키고 이제는 아예 탁송까지 외주화를 시키고 있어 다른 동네들보다 덜 악독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공유경제 산업이 생겼으니 우리 모두 행복할까요? 전혀 아닙니다. '외주화'라는 것이 언제부터 제대로 그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을 챙겨주는 것이었는지요? 예. 저 플랫폼 자체를 제외한 실제 공유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은 사실상 전부 갑을도 아니고 병정무기 레벨 이하의 비정규직이 차지합니다. 타다 기사들, 그리고 음식 배달 기사들의 처우를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즉 이들의 노동을 헐값으로 후려쳐서 플랫폼만 배를 불리는 구조입니다. 조금 다른 분야지만 쿠팡 로켓배송도 쿠팡은 '로켓맨' 노래를 부르며 처우가 좋다고 하지만 실상 쿠팡 로켓배송의 대다수는 병정무기 레벨의 하청사의 비정규직이 담당합니다. 그 비율은 매년 늘고 있구요.

 

당연히 이 정도로 착취를 해대면 욕을 먹고 산업이 박살나도 할 말이 없는데 그나마 지금까지 이렇게 산업이 커질 수 있던 이유는 폼나고 혁신적인 신산업을 탄압하지 말라는 막대한 언론플레이에 더해 그렇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을 착취한 돈의 일부를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쿠폰으로 풀어 아군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즉 쿠폰 주니까 좋다고 헤헤헤...하던 여러분, 우리도 나쁘게 말하면 공범입니다. 그렇게 할인 받은 돈은 플랫폼이 인심 좋게 주는 혜택이 아니라 음식점 사장님과 배달 기사의 피와 땀을 플랫폼이 착취해서 만들어진 돈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공유경제의 탈을 쓰고 앱 하나 만들어서 날로 돈을 긁어 모으는 플랫폼은 막을 길이 없어졌고, 결국 이런 길까지 왔습니다. 이제 배달료 내는 차원을 넘어서 배달 음식값도 더 내는 세상이 왔습니다.

 

 

이게 꿀빵이나 게르만민족만의 탓일까요? 꼴데리나아 버거왕(?)의 탓인가요? 결국 이 지경까지 온 것은 플랫폼이 깡 횡포를 저지르는 사이에 그냥 그걸 불구경한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제대로 하자면 게르만민족을 작살낼 각오로 착취해서 버는 돈을 뱉어내게, 아니 그렇게 돈을 착취할 수 없게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합니다. 이런 체계는 정치와 행정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정치인과 공무원을 움직이는 것은 국민입니다. 우리가 그냥 불구경하며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고 방치한 결과가 우리 지갑을 해치게 된 것일 뿐입니다.

 

정치는 민심이 격하게 움직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법을 만들고 규제를 풀었다 조였다 합니다. 그 부작용에 대한 검토도 없이 말이죠.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애가 불쌍해~'하는 여론에 밀려서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이 후딱 만들어낸 결과죠. 그 부작용은 지금 차를 운전하는 모든 사람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죠. 어제는 딥페이크 처벌 법안도 역시 비슷하게 콩구이를 했는데, 딥페이크의 악용은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과연 그 문제점은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입니다. 하여간...

 

이렇게 여론이 들끓으면 리얼타임 콩구이도 할 수 있는게 행정이나 입법이며, 코로나 엔데믹으로 배달과 플랫폼에 대해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 이후 수 년간 탐욕스러운 플랫폼에 제동을 입법과 행정에서 걸지 않은 것은 국민이 '알빠노'한 결과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죠. 앞으로 이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국민이 플랫폼에 칼을 꺼내들어야 합니다. 쿠폰 준다고 헤헤헤~ 소리내며 배달 앱의 주문을 탭하는게 아니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