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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이야기 외전] 온천인듯 온천아닌 온천같은 곳, 파주가야랜드

dolf 2025. 3. 12. 07:55

엥? 온천이야기 시즌 2가 아니라 외전이냐구요? 사실 이게 이유가 있는 곳입니다. 이 곳 이야기를 감히 온천이야기 시즌 2라고 부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목에 핵심적인 것은 다 적혀 있습니다. 그 전에 노래 한 곡 듣고 출발하죠.

 

명곡인듯 명곡아닌 명곡같은 곡... 이 아니라 일단 명곡 맞는 '썸'

 

온천이야기는 시즌 1부터 현재의 시즌 2까지 '온천'이라는 분명한 기준하에 방문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무언가 애매모호한 것은 늘 존재하며 온천에도 이 애매모호함은 존재합니다. 맥아가 11% 들어가면 맥주요, 10%가 들어가면 기타 주류가 되는 것 처럼 말입니다. 이번에 가 보는 곳은 온천인듯 생각은 되나 온천은 아닌, 하지만 온천같은 곳입니다.

 

파주가야랜드 되겠습니다.

 


 

 

이 짝퉁 온천(?)은 수도권에서도 꽤 북쪽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먼 것은 아닌데, 오히려 올해부터는 가기 쉽습니다. 파주 문산에서 동쪽 법원쪽으로 차를 달려 10분 남짓 가면 법원읍내에 들어가기 직전에 가야리라는 곳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뚫린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법원IC에서도 10분 좀 못되는 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즉 차량으로 가는 접근성은 웬만한 수도권 온천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위에서도 계속 강조하지만 가야랜드는 '법적'으로는 '온천'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수돗물 쓰는 목욕탕'이라고 지레짐작하시면 이 역시 틀린 것입니다. A가 아니라고 B라는 것은 아니죠. C일 수도 있으니까요. 예. 온천이 아니라고 그게 수돗물을 쓴다는 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일단 이 이야기를 하려면 '온천이란 무엇인가?'라는 것 부터 꺼내야 합니다.

 

이게 문제의 온천법

 

온천은 의외로 별도의 법률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이 법 제 2조에 온천의 정의가 적혀 있는데, '지하'로부터 솟아 나오며 '섭씨 25도 이상'이며 성분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대통령령(온천법 시행령 2조)에 나오는 것은 별게 아닌데, '질산성 질소', '트리클로로에틸렌(TCE)',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기준 이하일 것이라는 딱 이 내용 뿐입니다. 질산성 질소는 물이 썩었는지 여부 지표이며, TCE(디카페인 커피 만들 때 쓰는 화학 용매)와 PCE(드라이클리닝 세제)는 용매로서 몸에 흡수되면 위험한 성분이라 규제하는 것입니다.

 

예. 법적으로 온천이라는 것은 무슨 대단한 성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땅 파면 나오는 물 가운데 수온이 25도 넘고 정해진 기준 이상으로 오염되어 있지만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온천의 법적 기준은 정말 딱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뒤집어 따져 봅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그 물이 아무리 끝내주는 성분이 있어도 그 물은 온천이 아닌 것입니다. 어차피 온천법 시행령에 있는 기준을 못 맞추면 목욕물로 못 쓰는거라 이건 다들 맞춰야 하는 것이라서 결국 땅 파서 나온 물이 25도를 못 넘으면 온천이 못 되는 것입니다. 25도 미만의 물을 '냉천'이라 하지만 사실상 이 말은 거의 안 쓰이죠.

 

그렇습니다. 가야랜드에서 쓰는 물은 온천하고 똑같이 땅 깊숙히 뚫어 나온 물이고 성분도 온천과 동급이지만 그저 온도가 25도를 밑돌아 온천이라는 말을 못 쓰는 것입니다. 25.0도와 24.9도의 차이... 참 슬프지만 법이 이런데 어쩌겠습니까? 실제로 온천법은 무서워서 여기는 정말 목욕탕 전체에도 '온천'이라는 단어를 단 한 마디도 안 씁니다. 다만 최소한 땅 깊숙히 뚫어서 나온 광천수임은 분명히 광고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인 규모는 나름 큰 편입니다. 주차장도 꽤 넓은데, 반대편에도 이만큼 이상 공간이 더 있고 이 쪽으로는 차가 꽉 차 있습니다. 주말이라서 나름 주변에서 온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자... 온천인듯 온천아닌 온천같은 이 곳... 물 자체는 그냥 일반적인 알칼리 단순천입니다. 온도만 온천 기준을 밑돌 뿐인데, 이 온도는 기재하지는 않고 있지만 하여간 25도보다는 낮겠죠. 하지만 어차피 우리나라의 대다수 온천은 25도를 살짝 넘는 수준이라 데워서 써야만 합니다. 어차피 데우면 용출 온도가 25도 이상이건 이하건 별반 차이도 없죠.

 

먼저 아쉬운 점부터... 시설이 번쩍번쩍해야 한다면 이 목욕탕(?)은 좀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시설 관리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식이 좀 되다보니 시설이 살짝 노후화된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더러워서 안 간다' 소리는 나오지 않으며, 일반적인 온양온천의 여러 목욕탕 수준은 됩니다. 아, 시설의 수준은 그 이상이죠.

 

시설의 현대화 여부는 아쉽지만 대신의 시설의 규모만큼은 절대 뒤쳐지지 않습니다. 일단 욕탕은 실내에 온탕, 열탕, 이벤트탕 기본 3세트에 냉탕, 안마탕, 사우나 2개, 수면실로 이뤄져 있습니다. 수온은 현 시점 기준으로 온탕과 이벤트탕 39~40도 내외, 열탕은 42도 내외입니다. 미지근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피부가 극히 민감한 분이 아니라면 오래 못 들어가 있을 정도로 뜨겁지는 않습니다. 탕 자체의 규모는 그런대로 큽니다.

 

여기에 안마탕이 꽤 규모가 있습니다. 일단 있을만한 종류는 다 있는데, 시설 노후화 때문에 작동을 안 하는 자리가 꽤 있는게 아쉽지만 그래도 꽤 이것저것 즐길 거리가 있습니다. 폭포 안마는 냉탕에만 있지만 등 안마는 이 안마탕에도 있어 냉탕에 못 들어가는 분도 문제는 없습니다. 안마탕의 수온은 33도 내외라 정말 38도 수온도 못 견디는 분들, 특히 어린이들은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작동을 안 하는 자리에 그냥 푹 담그고 세월아 네월아 하시면 시간은 정말 잘 갑니다.^^

 

여기에 노천탕도 있습니다. 원래 노천탕은 일반 온탕(히노키탕)과 게르마늄(저마늄 X!!!)탕으로 나뉘나 후자는 일단 운영을 안 해서 그냥 온탕만 있습니다. 정말 완전 노천탕이라 추위와 따뜻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비라도 살짝 내리면 더 끝내주겠죠. 다만 물 보충은 계속 이뤄지지만 순환이 이뤄지는 구조는 아니라서 물 표면에 먼지가 좀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노천탕 벽 건너편이 바로 도로(364번 지방도)라서 너무 벽쪽으로 붙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프라이버시는 지켜야죠.^^

 

온천법의 규정 때문에 온천이 되지 못한 비운의 목욕탕, 하지만 어차피 성분은 똑같아서 가열하면 온천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곳. 온천이라고 말은 못 하지만 그냥 온천이라고 설명해도 욕은 안 먹는 이 곳, 접근성도 나름 괜찮아서 임진각 관광을 하는 길에 들려도 좋고 문산에서 존슨 한 냄비 해치우고 오셔도 좋은 곳입니다. 온천이라고 말은 못 하지만 온천을 찾는 분께도 권할 수 있는 이 목욕탕, 아직은 쌀쌀한 초봄에 한 번 가보심 어떠실까요?

그리고 존슨 한 냄비...^^

 

추신: 아, 차 없는 분은 이 온천 못 가냐구요? 갈 수는 있는데 엉덩이는 좀 아플 각오가 필요합니다.

 

 

일단 목욕탕 밑에 '가야랜드' 버스 정류장이 있고, 여기로 파주 버스 11이 갑니다. 문산에서 법원을 가는 버스인데, 아무리 늦어도 30분에 한 대는 오니 정말 타이밍을 잘 맞춰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덤으로 문산의 대표 존슨집, 삼거리부대찌개 앞(십자약국)에서 버스가 갑니다.

 

문제는 문산까지 가는 시간, 그리고 여기서 다시 버스로 가는 시간입니다. 일단 서울 용산을 기준으로 해도 문산까지 1시간 이상 걸립니다. 서울 동쪽에서 가는거면 문산까지만 2시간입니다. 문산역 앞에서 파주 버스 11이 가니 환승이 그렇게 불편한 것은 아니며, 파주 버스 11은 선유리에서 잠깐 돌아가는 것을 빼면 정말 문산과 법원을 최단거리로 이어서 많이 돌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길이 안 막혀야 30분 내외라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시간을 합하면 엉덩이는 좀 아프게 됩니다. 대신 파주읍이나 문산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대중교통으로 갈만합니다. 약간 걷기는 하지만 말이죠.

 

■ 파주가야랜드 간단 요약

 

- 온천수 특성: 알칼리 단순천
- 안마탕 여부: 있음
- 요금: 12,000원(2025년 3월 기준)
- 부대시설: 매점?
- 주차장: 제공(시간 제한... 그런 거 없음)
- 대중교통 접근성: 매우 좋음 > 가능 > 하드코어 > 미션 임파서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