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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는 대한뉴스(41) - 쌀로 술을 빚지 못하던 '그' 시절

dolf 2025. 2. 5. 09:32

일단 슬픈 뉴스 하나를 읽어 봅니다. 대충 정리하면 쌀 재배 면적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올해 쌀 재배면적 8만㏊ 감축"…'쌀→타 작물' 전환시 인센티브

농식품부, 인센티브 강화로 농업인·지자체 참여 유도 지자체별 자율성 강화…우수 지자체엔 공공비축미 확대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올해 벼 재배면적을 8만ha(헥타르) 줄이는 '벼 재배면적

www.news1.kr

 

쿠데타 주범 윤가놈은 대한민국의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서 참 여러 일을 했습니다. 그것도 가성비 쌀로 인기 높은 신동진을 대놓고 탄압하기도 했구요. 물론 아무리 윤가놈의 친일 마인드가 대단하다고 해도 대한민국을 망치려고 이 짓을 벌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냥 농업계에 줘야 하는 보조금을 안 주려는 스크루지 마인드가 진짜 이유에 가깝겠습니다만 스스로 욕을 먹으려고 너무 작정을 했죠. 이 부분은 이전에 포스팅이 있어 한 번 올려봅니다. 

 

 

사고인가 음모인가, 윤근혜 정권의 신동진 쌀 탄압기(?)

음모론은 원래 듣기 좋고 재밌습니다. 물론 그걸 실제로 믿느냐는 별개 문제이며 대부분의 음모론은 그냥 음모론으로 끝내야지 사실이나 진실과 거리가 먼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 포스팅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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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이게 도대체 오늘의 대한뉴스와 무슨 상관이 있냐구요? 사실 과거에 이런 쌀 탄압이 있거나 농토를 줄이겠다고 난리를 쳤던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죠. 이런 지금의 상황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기에 그 시절 이야기를 해봅니다. 다른 이야기도 맛보기로 치겠으나 일단은 '술' 관련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볼까 합니다.

 


 

 

이 뉴스는 1977년 12월 이야기인데, 무려 '14년'만에 쌀로 빚은 막걸리와 막걸리로 만드는 청주 생산을 재개했다는 것입니다. 요즘 세상을 사는 분들이면 '막걸리를 쌀로 만들지 뭘로 만듬?!'이라 물을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저 시대는 쌀로 막걸리를 빚는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쌀로 막걸리를 빚는다 하면 썬글라스 박이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10.26이 워낙 강렬해 '썬글라스 박 = 시바스 리갈' 이미지가 너무 강합니다만, 사실 썬글라스 박은 그냥 알코올 들어간 것은 그냥 다 부어라 마셔라 했던 사람입니다. 막걸리는 사발로 펐구요. 그런 사람이 쌀로 막걸리를 못 만들게 했다... 이게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술이라는 것은 기호식품입니다. 즉 없어도 살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쌀이라는 것은 한국인의 주식이자 전략자원입니다. '쌀이 없으면 밀가루나 보리를 먹으면 되지'같은 마리 앙트와네트가 저승에서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말을 나라에서는 국민에게 강요했지만 국민들은 정작 'KIN!'을 외쳤습니다. 분명히 밀가루나 보리는 쌀의 '대체재'이기는 하나 열등한 대체재입니다. 쌀이 없으니 보리를 다들 순순히 즐겁게 먹으면 왜 아래 뉴스처럼 보리 혼식하고 분식하라고 대한뉴스까지 만들겠습니까? 다 안 먹기 때문입니다.

 

 

지금에서야 다들 고기 먹고 밀가루 음식도 배터지게 잘 먹으니 쌀을 덜 먹습니다만, 밥은 고봉밥이 기본이던 시절... 이 땅에서 쌀은 늘 부족했습니다. 질소 비료의 개발로 멜서스 트랩이 무너졌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아니 중후반까지도 이 땅에서 쌀은 늘 부족했습니다. 베이비붐으로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농토는 부족하고 쌀의 품종 개량도 지금같지 않아서 1970년대까지 쌀 부족은 늘 정부의 골치거리였습니다. 통일벼를 만들고 간척지를 만들고 한 것도 다 쌀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과거에 대한뉴스 이야기에서 적은 바 있으니 한 번 슬쩍 읽어봐 주심 감사하겠습니다. 하나의 사건은 이렇게 다른 사건과 연결되는 법입니다.

 

 

되짚어 보는 대한뉴스(3) - 정부미(통일벼), 그 불신의 역사

대한민국 역사, 아니 한반도 역사 전체에서 '쌀'을 넘치게 먹고 산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건국되고도 수 십년이 흘렀어도 쌀의 공급은 수요보다 모자랐습니다. 지금이야 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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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보는 대한뉴스(9) - 새만금, 그 안습의 역사

대한민국, 아니 한반도 전체를 봐도 평야나 낮은 구릉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개마고원이라는 한 마디로 모든게 끝 나는 북한은 그렇다 쳐도 대한민국만 따져도 동쪽은 그냥 높은 산, 남쪽도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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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쌀이 부족한데 감히 기호식품 '따위'를 만드는 데 쌀을 내준다는 것은 썬글라스 박 입장에서는 감히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당시는 썬글라스 박의 철권 통치 시대. '까라면 까'라는 말이 먹혔습니다. 예. 그냥 쌀로 술을 못 빚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요? 특별법을 만들 필요도 없었고 그저 '주세법'을 바꿨습니다.

 

주세법에 기재된 '막걸리'의 법적 정의

 

도대체 세금 관련 법인 주세법과 술 그 자체가 무슨 관계가 있냐구요? 그게 있습니다. 주세법은 술에 대한 세금 관련 규정을 주로 정한 법률이지만, 그 내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바로 '술의 정의' '술에 들어가야 하는 성분'에 대한 규정까지도 이 주세법에서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세법의 별표에는 우리가 마시는 각각의 술의 법적 정의와 그 원료 및 제조 방법에 대한 대략적인 정의가, 주세법 시행령의 별표1에는 각각의 술에 어떤 첨가물이 들어갈 수 있는지가 다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 법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막걸리같지만 막걸리가 아닌, 소주같지만 소주가 아닌 무언가가 됩니다. 그래서 주세법에서 쌀이라는 단어를 싹 빼버리면 더 이상 쌀로 술을 빚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한 국세청에는 주류면허지원센터라는 부서가 있는데, 여기서 하는 일 가운데는 주류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지도도 포함됩니다. 즉 국세청과 술은 세금 이외에도 깊게 연관된 것입니다.

 

하여간 썬글라스 박은 이 주세법을 뜯어 고쳐 1963년에 쌀 사용 비중을 20%로 크게 제한시켰고, 1967년에는 아예 금지시키기에 이릅니다. 이 때부터 1977년까지 모든 대한민국에서 만드는 술은 수출용을 제외하고는 쌀이 한 톨도 안 들어갔습니다. 그러면 뭘로 만드냐구요? 어차피 술은 당화할 수 있는 모든 것, 즉 곡물이면 뭐든 쓸 수 있기에 밀가루부터 옥수수, 보리, 고구마 등 별의 별 것들이 다 들어갔습니다. '밀가루 막걸리', '고구마 소주'가 다 이런 시절 작품입니다. 떨어지는 맛은 사카린같은 첨가물로 때웠구요. 지금 희석식 소주는 아예 더 싼 타피오카같은 것으로 만들죠. 이 때문에 술 마니아들에게 있어 썬글라스 박은 그야말로 원흉이나 다름 없는데, 대한민국의 술 문화를 망쳐버린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썬글라스 박이 왜 갑자기 1977년에 마음이 돌변했냐... 당시는 긴급조치 시절이라 1960년대보다 더 철권 통치가 심했는데도 이 규제를 풀었습니다. 왜?! 쌀이 슬슬 남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썬글라스 박의 철권으로 전국, 특히 남부 지방을 통일벼로 통일(?)시킨 결과가 이 때 나왔고, 이 해는 풍년까지 들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슬슬 사람들은 '통일벼 맛없다 이자식들아!'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슬슬 불안해지는 사회 상황에서 무조건 억누르기도 어렵고 자신의 치적을 홍보도 할겸 술 양조에 쌀 사용을 허가한 것입니다. 물론 그 다음해에 도열병이 돌고 냉해까지 닥쳐 좋은 시절은 바로 끝났지만, 전반적인 쌀 생산량 자체는 1980년 대폭락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정책이 다시 바뀌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규제가 풀렸다고 대한민국의 술 문화가 썬글라스 박 집권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 희석식 소주 따위는 이미 사라졌어야 하지만 여전히 그 넘의 녹색병은 대한민국에 넘쳐납니다. 예. 규제는 사라졌지만 주류 회사 입장에서는 기존 규제대로, 즉 싸구려 원료로 술을 만드는게 훨씬 마진이 좋았기에 대한민국의 술 문화는 복원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막걸리나 청주는 원료의 차이가 워낙 맛의 차이를 크게 내는 만큼 서서히 쌀로 돌아갔습니다만.

 

 

자... 그러던 것이 20년 좀 못 된 1995년 대한뉴스를 보죠. 살균 막걸리를 만드는 업체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는 쌀이 남아돌아 쌀 소비를 늘려주라고 이런 뉴스를 제작했습니다. 이 때는 술 세상이 희석식 소주에 완전히 잡아 먹혀서 막걸리가 그야말로 망해가던 상황이기도 해서 막걸리를 나름 살려보자는 의미로 만든 뉴스입니다만,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서 쌀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아껴라'에서 '제발 먹어줘.T_T'로 바뀐 것을 보면 나름 씁쓸하기도 합니다.

 

윤가놈과 딴나라당이 농업에 보조금을 안 주려고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는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고, 사실 민주당도 딱히 농업 친화적이라 하기도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만(대한민국의 모든 정권은 농림수산업은 나머지를 위해 쥐어 짜야만 하는 것으로 취급했습니다.) 쌀이 너무 남아도는 현재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인도적 지원으로 소비를 하려고 해도 위의 부카니스탄 돼지의 태도가 영 아니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전략 작물인 쌀에 아예 보조금을 안 주려 발버둥치는 딴나라당의 행동은 오히려 역주행에 가깝습니다. 화투장의 미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는 다들 전략 작물에 보조금을 안겨주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식량이라는 전략 작물의 자급률이 떨어지면 조금만 세계 상황이 이상해져도 바로 타격을 줍니다. '쌀이 없으면 밀가루를 수입하면 되지'라는 역시 마리 앙트와네트 모욕하는 말을 믿다 Bird가 된 나라가 역사적으로 한둘이 아닙니다. 쌀 소비가 확실히 줄어든 지금, 이 문제가 머리가 아픈 문제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최소한 현재의 딴나라당과 윤가놈 일당의 방식은 해결책과는 너무 거리가 먼 일이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쌀 소비를 위해 녹색병 대신 증류식 소주를, 옥수수 스낵 대신 쌀 스낵으로 이번주를 함께 해보시는 것은 어떨런지요?

 

 

추신: 현재의 막걸리는 나름 맛이 달달하게 느껴지는데... 이거 사실 감미료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No.1 막걸리, 서울막걸리만 해도 일단 원료에 쌀이 90%지만, 나머지 10%가 아스파탐입니다. 희석식 소주도 그렇고 대한민국의 술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것은 썬글라스 박이 망친 술 제조 방식이 원흉에 가깝습니다.